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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기사
5만석 야구장 만들자
2008/05/28 오후 2:15 | 내가 쓴 기사

 부산이 오랜만에 야구로 시끌벅적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야구 이야기로 말문을 열고, 야구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 부산 사람들은 야구를 빼면 얼마나 심심하고 허전할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야구가 부산을 시끄럽게 만든 것은 늘 꼴찌 주변에서 맴돌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올해는 좋은 성적을 내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최근 8년동안 얼마나 야구를 못했으면 부산 야구팬들이 '가을에 야구하는 게 소원'이라는 말까지 하게 됐을까.

 야구 인기가 높아지다보니 롯데가 홈으로 삼고 있는 사직야구장은 경기 때마다 관중으로 미어터진다. 올해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3경기에 벌써 50만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왔다. 경기 시작 전에 총 입장권 3만장이 모두 팔리는 매진사례를 빚은 경기만 9차례에 이른다. 지금까지 한시즌 최다 입장권 매진 기록은 지난 1995년의 14차례라고 하는데 올해 이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대로 가면 올시즌 총관중은 100만명을 훨씬 넘어 프로야구 사상 최다인 150만명을 돌파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기 때마다 야구장이 꽉 차고 응원열기로 달아오르는 모습을 보면서도 어딘지 아쉬움이 진하게 남음을 감출 수 없다.

 그것은 부산 야구팬들의 열기를 담아내기에는 사직야구장이 약간 좁고 낡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직야구장 입장권이 매진될 때마다 경기장 밖에서는 수천명의 팬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 아쉬움만 남기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현재 사직야구장의 정원은 3만명이다. 그러나 부산 야구팬들의 열기는 3만석을 훨씬 넘어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롯데는 사직야구장 등 홈구장에서 연간 63경기를 치른다. 모든 경기에 3만관중이 들어찬다고 보더라도 총관중은 198만명으로 200백만명에 못 미친다. 비교하는 게 다소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미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관중 현황을 살펴보자. 지난해 메이저리그 30개 팀의 연간 평균관중은 264만여명이다. 관중이 가장 많았던 팀은 뉴욕 양키스(427만명)이었고, 가장 적었던 팀도 138만명(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을 동원했다. 사직야구장에 1년 내내 만원사례가 빚어진다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평균에도 못 미친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인기구단 관중이라고 내세우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사직야구장의 시설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3시간 정도 야구를 보기에는 관중석 의자가 너무 불편하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은 부족하거나 열악하기 그지 없다. 주차장이 턱없이 모자라 도로에 2중3중 불법주차가 판을 친다. 사직야구장을 가본 다른 지역 야구팬들은 "사직 야구장 열기에 놀라고, 형편없는 시설에 더 놀란다"고 한다. 굳이 미국이나 일본의 야구장을 비교해보지 않더라도 인천 문학구장만 가보면 사직야구장의 어두운 현실이 잘 드러난다.

 이쯤해서 5만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 시설의 야구장을 새로 짓자고 제안하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에 5만명이 들어가는 야구장은 어디에도 없다. 부산이 야구의 도시라고 한다면 야구장만큼은 전국에서 최고로 손꼽을 수 있는 것으로 하나쯤 만들 필요는 있지 않을까. 최근 롯데 서포터스 연합회 회원들이 허남식 부산시장 초청을 받아 환담하는 자리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야구는 부산의 '문화 상품'이 됐다. 롯데 야구를 보러 마산, 울산 등 인근 지역은 물론 멀리 서울 등에서도 기차를 타고 오는 사람이 생길 정도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아름답고 편리한 야구장을 만든다면 부산은 명실상부하게 '야구의 도시'라고 큰소리칠 수 있지 않을까. 야구로 인해 가장 큰 '득'을 보는 부산시와 롯데 구단이 손을 잡고 한번 생각해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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