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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학기 경제지리교육서평 (배은지)

2009.06.18 22:48 | 학부 과제제출방 | iamej@Y

http://kr.blog.yahoo.com/kyonghwanpark/701 주소복사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지음

 

일상생활 속에서 “있는 애들이 더한다”라는 말을 장난처럼 쓸 때가 많다. 나는 성적이 C+이 나올까봐 조마조마한데 A+이 안 나올 것 같다고 내 앞에서 툴툴거릴 때나, 용돈 받을 때가 거의 다 되서 지갑이 텅텅 비어있는데 뭘 사달라고 할 때 등등.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른 말이 바로 “있는 것들이 더하다”는 거였다.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개발도상국에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자신들이 성장한 방법과는 다른 방법을 알려주며 따르라고 강요한다. 이 책은 그 동안 알아채지 못했던 자유무역의 아래에 깔린 강대국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동들을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강대국들은 자유무역이 경제 성장을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개발 도상국들이 무역 장벽을 허물 것을 요구한다. 책 속에서 사악한 3총사라고 불린 WTO, IMF, 월드뱅크는 신자유주의에 앞장서 나아가며 개발 도상국들을 압박한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경제를 발전시켜 온 과정을 되짚어보면, 오히려 선진국들은 보호무역을 통해 자신들의 경제를 성장시켜 나갔다. 자신들이 성장한 것과는 다른 방법을 경제 성장의 비법이라며 개발 도상국에는 강조하고 있다니. 저자인 장하준 교수는 이러한 행태를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꼬집는다. 자신들이 이미 잘 사는 선진국의 대열에 올랐으니, 경제를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이다.

 

바로 어제 봤던 경제지리 과목의 시험을 준비하면서, IMF나 월드 뱅크 같은 국제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려주는 대신에 상대 국가의 정책을 변화시킬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공부했다. 물론 그들이 원하는 정책 변화란 탈규제, 사유화, 개방화를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재구조화다. 이 책을 읽기 전, 공부를 할 때도 돈을 빌려준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의 정책을 좌우하려 한다는 사실이 조금 치사하단 생각을 했었다. 고등학교 때 국사 책에서 봤던 강화도 조약이나, 을사조약 같은 불평등 조약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강대국들은 이상한 이유를 대며 전쟁을 일으킨 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긴 다음 불평등 조약들로 문호를 개방하게 하여 경제적, 정치적인 지배를 진행해 나갔으니 말이다. 세계화에 대한 회의론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세계화를 식민주의와 연관지어 말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IMF가 채무국들에게 제시하는 조건은 채권국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 돈이 급히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빌려주는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걸고야 말다니. 그것은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남용하는 일이다.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니 전 지구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외국인들의 ‘팔자 공세’로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나란히 하락했다는 기사를 봤다. 외국인들의 자본은 국내 자본보다 훨씬 더 유동성이 크다. 우리 나라가 IMF를 맞았던 것도 외국 자본이 한번에 급속도로 빠져나간 까닭도 클 것이다. 세계 도시로 불리며, 금융 자본이 많이 집중하는 런던과 아프리카 가나의 금융 시장 규모는 굉장히 차이가 크다. , 같은 양의 자본이라도 런던에서 지니는 힘과 가나에서 지니는 힘은 어마어마한 차이를 갖게 되는 것이다. 외국 자본이 조금만 유입되어도 개발도상국의 금융 시장은 외국 자본에 의해 휩쓸리게 될 수 있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은 불확실성도 크고 자국의 금융 시장에 많은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외국 자본으로부터 국내 금융시장을 일단 보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1980년대와 1990년대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개발도상국에게 금융 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력을 넣기 시작하고, 따라서 마지못해 금융 시장의 문을 연 개발 도상국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금융 위기에 노출되게 되었다. 개발도상국이 어린아이라면, 선진국은 이미 다 큰 어른들과도 같은데 똑같은 경쟁 상황에 밀어 넣는다면 당연히 어린아이는 불리할 수밖에 없고,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도 보호 무역 정책을 써 가며 국내 산업을 보호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보호무역보다는 자유무역 체제에 가깝다. 북한은 무역의 문을 꼭꼭 닫아 걸고 웬만한 물품은 자급자족하며 생활하고 있으며, 1960년대 초반만 해도 북한이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높았지만 지금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남북한의 이러한 차이를 보고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우리나라가 자유무역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보다 잘 산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 나라가 처음부터 자유무역을 행했다면 우리나라 역시 지금과 같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히 무역은 필요하다. 무역 없이 국내에서만 모든 것을 충당하는 일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무역과 자유무역은 다르다. 산업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어 세계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시장을 개방하여 자유 경쟁의 대열에 합류시키는 것이 옳지만, 아직 산업이 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위험할 뿐이다.

 

  무역은 정당하고, 평등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개발 도상국과 선진국의 자유 무역은 부가 가치가 다르기에 거래를 많이 할수록 선진국에 더 많은 이익이 가게 된다. 경제지리 시간에 배웠던 부등가교환 때문인데, 선진국이 비교 우위를 강조하는 것은 계속해서 개발 도상국을 부가 가치가 낮은 산업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놓는 일이나 다름없다. 개발 도상국에게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시간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우리가 평등을 이야기할 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대하는 것만을 평등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 많은 혜택을 주고, 도와주는 것을 일컬어 평등이라고 말한다. 세계 경제의 흐름에 있어서도 이처럼 차이있게 평등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똑같이 관세를 없애는 게 아니고, 개발 도상국이 조금 더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성장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평등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체제를 옹호하며,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교육을 개방하려하는 등 자유화된 경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나라의 현실이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과의 FTA 이후 멕시코의 시장 경제는 거의 초토화가 되어 버렸다는데, 우리도 그런 노선을 밟게 되지는 않을까. 아니면 우리나라의 산업이 멕시코보다는 기반이 탄탄하니까 FTA는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에 이득을 주는 일이 될지.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공기업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MB 정권으로 바뀐 뒤 한전이나 인천 국제공항 등을 민영화 하려고 한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민영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항상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효율성일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공기업이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사례를 들어가며 나쁜 사마리아 인들의 말이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물론 효율성이 높으면 좋지만, 전기나 교육 같은 부문은 효율성을 떠나서 당연히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전기나 물 같은 것은 국민들이 살아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므로 이윤보다는 국민들의 편의에 주목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게 아닐까. 교육 역시 저소득층에게도 공평하게 혜택을 주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학기가 거의 다 끝날 무렵에야 읽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에는 그 사실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학기가 시작할 즈음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경제지리 수업 시간에 더 많이 도움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국가의 경제가 무너지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게 되는 사람들은 그 국가에서도 가장 힘들게 살아가는 빈곤층일 것이다.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에서 인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좀 우스운 일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락으로 떨어질 개발 도상국의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최소 있는 것들이 더하지만이라도 않았으면 좋겠다.

philgeog 2009.06.20  23:37

언제나 배은지의 유머감각과 재치가 수준급이구나.^^ 재미있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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