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노의 지리학”을 읽고 지리학과 최언회
중고등학교 시절 지리 과목은 언제나 나에게 흥미로웠던 과목이었다. 세계 지리나 여행에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 지리란 과목은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충분한 과목이었다. 그래서 대학교 전공도 지리를 선택했고 지금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교에서 지리 공부를 하면서 그 동안 생각해왔던 지리랑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단순히 어떤 지역의 위치와 기후와 지형, 인구, 산업 등에 대해 배우고 지도를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대학교에 들어오면서 배우던 지리는 단순히 그 지역의 위치나 정보 등에 대해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이러한 내용들도 기초적으로 배우긴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하게 배웠던 것은 바로 “공간” 과 각 공간들간의 “관계” 였다. 그래서 신입생 시절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것과 달리 다른 내용의 지리를 접하면서 당황도 했고 잠시 지리란 학문에 흥미를 잃기도 했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계속해서 지리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지리란 학문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지리의 새로운 면을 보게 해준 책이 바로 하름 데 블레이란 지리학자 교수가 쓴 “분노의 지리학”이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미국인들과 미국 정부가 지리에 대한 관심이 점차 없어지고 지리 정보가 부족해지는 현상을 걱정하면서 이것이 훗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중대한 결점으로 지적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리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고 모든 사람들이 지구본이나 지도첩을 가지고 있는 것을 권고한다. 물론 지리란 학문이 중요하지만 슈퍼파워의 대명사인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지리가 그만큼 중요한 것일까? 같은 지리를 공부하는 학생으로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자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지리학이 일반적으로 자연지리학과 인문지리학으로 구분이 되는 것처럼 이 책에도 전반부에는 지도, 기후, 지형 등 자연지리학적인 주제로 다루어졌고 뒤에는 인구, 지정학, 세계지리 등 인문지리학적인 분야로 다루어졌다. 다른 지리학 책들이 그런 것처럼 이 책도 전반부에는 지도, 지형, 기후 등 자연지리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주로 지도와 관련된 내용으로는 투영법과 관련하여 원리와 방법에 대해 나왔고 뒤이어 지도의 투영법을 통해 우리의 시각을 조작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지형과 기후와 관련된 내용에서는 주로 환경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어 미래의 우리 지구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하고 그에 대응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뒤이어서 인구와 세계지리, 문명, 지정학 등 인문지리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나오면서 세계화 시대에 급속도로 퍼져가는 테러리즘, 중국의 지정학적인 도전, 유럽연합과 관련된 내용들이 주를 이루기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과연 어떻게 보는 것이 과연 지리학적으로 바라보는 것인가였다. 어떤 현상들이 일어날 때,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적으로만, 정치학자들은 정치학적으로만 바라본다. 하지만 지리학자들은 지리학적인 관점에서 그 문제를 바라본다고 얘기한다. 지리학적인 관점이란 어떤 공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 즉, 환경, 지형, 경제, 문화 등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파악하여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지리학을 공부하면서 지형학, 기후학, 도시지리학, 정치지리학, 인구지리학 등을 배웠는데, 이러한 과목들을 배워나가면서 지리학이 단순히 어떤 지역의 위치나 특징이 배우는 것에서 벗어나 그 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이 바로 지리학에서 다루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지리학을 배우면서 생각한 것이 있는데, 바로 지리학은 “비빔밥”이나 “짬뽕” 이라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짬뽕이란 것이 면, 국물, 해산물, 야채 등이 한데 어우러져 맛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비빔밥 역시 다양한 나물과 채소, 고추장 그리고 밥이 서로 비벼져서 새로운 맛을 만들게 된다. 마찬가지로 지리학 역시 다른 학문들처럼 경제, 정치, 환경 등 한 분야를 통해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지형, 기후, 인구, 도시 등과 관련된 종합적인 지식과 정보 등을 통해 새로운 이론과 방법으로 공간에 대해 연구하고 다른 공간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 역시 지리는 공간의 학문인 것을 강조하면서 현재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지구촌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은 지리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신문 국제면에서 나오고 있는 온난화 문제, 지진, 테러리즘, 경제 문제, 인구 문제가 지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지리학의 역할을 너무 확대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환경 문제는 자연과학자들이, 경제 문제는 경제학자들이, 테러리즘이나 권력 문제는 정치가들이 해결해야 될 문제이지 왜 지리학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결코 따로 따로 분리되어 돌아가지 않는다. 환경, 정치, 경제, 과학, 인구, 문화 등이 서로 분리되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로 간의 영향을 미치면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점차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면서 우리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톱니바퀴역시 복잡해지고 점차 이해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톱니바퀴를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지리학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저자는 지리학의 중요성을 부각하면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지리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랬던 것이다. 이 책의 뒷면을 보면 “미 국무부가 해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외교관들의 필독서로 이 책을 지정하였다.” 라고 나와 있다. 지리학이란 학문을 통해서 세계를 보는 눈을 넓히고 현재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지리학과 학생으로 많은 것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리학이 다른 학문에 비해 관심도 적고 돈벌이가 안된다는 학문으로 인식되면서 대학교 관련 학과도 적을뿐더러 중요성에 대해서도 낮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 역시 지리학과를 선택했음에도 과연 잘 선택한 것인지 고민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리학이란 학문을 선택한 것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졸업하고 지리학과 관련된 일을 할지 안할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지리학이란 학문을 배우면서 이와 관련된 마인드와 시각을 배우고 남과 다른 생각을 가지는데 중요한 것임은 틀림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