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Geography Matters ‘분노의 지리학’을 읽고 사회교육학부 이추영 지리학. 사전에서 찾아보면 “세계 여러 지역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의미로 나온다. 하지만 사실 지리학은 학문적으로 경계가 매우 모호한 학문이다. 또 대중들에게 있어 타학문에 비해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지리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라는 질문에 대부분은 “지리요? 글쎄요. 뭐라 설명하기 힘드네요.”라던가 “땅위에 자연환경을 공부하는 학문이겠죠.”라는 대답들이 나온다. 지리를 배우는 사람이지만 나도 확실하게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학문이 바로 지리학이다. ‘분노의 지리학’의 저자, 하름 데 블레이 또한 ‘지리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한마디로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4가지 지리학의 전통적인 부분에 시선을 맞추어 지리학을 말한다. 지리학이 인간세계와 자연세계를 함께 다룬다는 점. 즉, 세상의 모든 것이 지리학의 대상이라 하고 있고 이 부분이 지리학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한다. 또 이것과 연관 지어 인간사회와 자연환경 사이의 관계를 평가하는데 최적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지리학의 두 번째 전통이라 하고 있다. 단순함과 입지를 연구하는 전통이 지리학의 세 번째, 네 번째 전통이라 하고 ‘제1장 지리학이란 무엇인가’는 끝을 맺는다. 인상적인 부분은 ‘세상의 모든 것이 지리학의 대상이고 이 부분이 지리학의 가장 큰 강점’ 이라는 말이다. 분명 지리학이 다루는 분야는 다양하다. 크게는 자연지리와 인문지리로 나누어지고, 작게는 정치지리, 종교지리, 경제지리 등 수많은 분야들이 ‘지리학’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함 속에서 과연 지리학만의 학문으로써의 ‘순수성’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궁금증으로 남아있다. 쉽게 말해 지리학은 ‘아, 이거!’ 하고 다가오는 무엇인가가 다른 학문에 비해 약하다. 정치학, 종교학, 경제학 등 여타 다른 학문들은 -지리학과 비교해서- 그 학문만이 갖는 특징이나 색체가 강하다. 하지만 책의 저자는 오히려 이런 부분이 지리학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강점이라는 거지?’ 조금만 더 읽으면 그 해답이 나온다. 저자는 예를 들었다. “지리학에는 말 그대로 수십 개의 전문 분야가 있어서, 지리학으로 경력을 쌓으려고 하는 학생들은 마치 사탕 가게에 온 것 같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인류학에 흥미가 있다면 문화 지리학을, 생물학에 흥미가 있다면 생물지리학을 선택하면 된다.” (분노의 지리학 p.24:16~ 19) 자신이 흥미가 있는 학문과 지리는 관계가 있고 이것은 결국 학문의 범위를 확장시킨다는 말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는 결론을 짓는다. “지리학에는 한계가 없으며, 전문 분야마다 나름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p.26:3~4)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결국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은 지리학은 타학문과 관계가 있고,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서 새로운 학문적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것이다. 또한 ‘사이의 학문’으로써 지리는 혹여 발생할 수 있는 학문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새로운 지표를 제시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학문이다. 이러한 지리학의 특징 때문에 저자는 미국 내에서 추락한 지리학의 위상을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지리학은 관심을 받고 있고 점차 위치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저자뿐만 아니라 지리를 공부하는 사람 모두 느낄 이야기이다. 2장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지도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주 신선한 부분이었다. 우리가 여행을 갈 때 보는 지도나 수업에 이용되는 지도 등 지도는 우리의 주변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지도는 그런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더욱 큰 의미를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지명’에 관한 설명은 지도의 위력을 깨닫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동해 이야기도 책에 기술되어있다. 외국의 책에서 찾은 한국이야기라 반가웠어야 했지만 왠지 안타까운 생각만 들었다. 그 외에도 잠정적인 영토분쟁을 예고하는 지도, 전염병을 치료하는데 큰 역할을 한 지도 등 다양한 예를 저자는 제시한다. 한 장의 종이 위에 선과 색으로 표현된 일종의 ‘그림’이지만 그 그림이 갖는 의미는 일국의 대통령의 연설보다도 더 클 것이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지구의 환경과 기후, 문명의 이야기가 기술되어있다. 지구의 탄생에서 현재까지의 환경의 변화를 자세히 그렸다. 주목할 점은 빙기와 간빙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수업시간에도 자주 나오는 말들이다. 그만큼 빙기와 간빙기를 겪으며 발생한 지구의 변화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인류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 그곳의 기후에 적응하여 진화하였고 현재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종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지구온난화’ 라는 우리가 만들어낸 기후적 위기에 처해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너무 어마어마하고 급격하게 나타나기에 우리의 미래는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만일 지금 빙하가 다시 돌아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단순한 저자의 질문일까, 아니면 미래의 우리를 향한 경고일까. 흥미로운 장이 있다. ‘문명의 그물’ 제목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현재 미국주도의 세계정세가 변할 것이고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에 도전할 힘이 있는 대항세력을 저자가 예상한 것이다. 저자는 21C 세계 질서를 변형할 주체는 ‘문명’보다는 국가가 되리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대항국가로는 인도와 중국을 꼽았다. 그리고 이 두 국가가 왜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국가인지 설명한다. 저자는 중국의 역사적 영속성에 가능성을 둔다. 또한 중국이 접하고 있는 태평양이 세계의 교역이 이루어지는 무대로 변하면서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한 중국이 소비시장으로써 자리를 잡아가고 미국과 석유와 광물 등의 자원을 놓고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방대한 제조업 기반과 함께 전 세계에 대해 유리한 무역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동남아시아 지역을 잠정적으로 지배하고, 태평양을 사이에 둔 채로 미국과 경쟁을 벌일 것이라 예상했다. 인도의 발전도 저자는 생각했지만, 개인적으로 인도보다는 중국의 가능성에 손을 더 들어주고 싶다. 인도내부에 뿌리하고 있는 카스트제도라던가 현재 세계정세에서 인도의 위치는 중국보다 낮다고 느낀다. 물론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세계정세를 예측하는 저자는 ‘테러리즘’을 빼놓지 않았다. 내가 테러를 알게 된 것은 2001년 9월 11일에 미국의 쌍둥이 빌딩을 향한 공격, 9.11 테러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이 책에서도 다루어진다. 빈 라덴과 알카에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다루어졌는데, 결국 저자는 이러한 테러리즘의 확대를 매우 부당하게 생각했다. “만약 세상 모두가 묵은 역사적 원한을 곧이곧대로 푼다면, 이 지구는 더 이상 살 만한 장소가 못 될 것이다.”(p.254:10~11) 저자가 테러리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나 또한 그렇게 여긴다. 어떠한 경우에도 테러는 정당화 될 수 없다. 테러집단은 테러행위를 민족적 가치를 추구하는 단순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고, 테러리스트들은 자유투사로 미화시킨다. 과연 그것이 올바른 행위인가. 영어로 테러는 Terror이다. 테러라는 의미 이전에 ‘공포’라는 의미를 갖는 단어이다. 그렇다. 테러는 공포다.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추구하는데 있어 ‘폭력’이라는 도구의 사용은 당하는 집단에게 있어서는 공포일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테러를 제지할 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 또한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자유의 수호자를 자청하고 대테러전쟁을 감행했지만, 그 성과는 뚜렷하지 못하다. 오히려 전 세계적인 테러리즘을 부추겼을 뿐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저자는 에필로그에 초강대국으로써 미국의 바람직한 태도를 역설한다. 10장 슈퍼파워 유럽이나, 11장 러시아: 동부전선의 골칫거리 는 좀 따분한 장이었다.(저자에게는 미안한 소리이다.)개인적으로 유럽지역에는 관심이 많았다. 어릴 때 유럽에 관련된 책도 자주 읽었었고, 현재도 그 관심은 계속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슈퍼파워인 유럽의 군사적 힘에 대한 생각은 신선했다. 하지만 유럽이 미국과 다른 의견이기는 하지만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저자의 예상은 아쉬울 따름이었다. ‘역시 서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필로그를 끝으로 하름 데 블레이는 ‘분노의 지리학’ 이라는 책을 마무리 한다. 에필로그의 주된 내용은 미국과 세계정세의 예상이다. “급속한 기후변화, 강대국 간의 경쟁, 테러리즘, 반란 세력의 손에 들어간 대량 살상 무기 등 멀고 막연했던 우려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에 위협적일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p. 422.:2~4)라고 저자는 미래의 세계를 부정적으로 예상한다. 과거의 사건들이 바뀌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저자의 막연한 상상에서 저자의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의 역량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거는 것 같았다. 공감하는 부분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인 듯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내 머릿속엔 무엇이 남았을까. 다양한 내용을 다룬 이 책은 ‘지리’이라는 중심을 놓치지 않았다. 지리학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지도학, 지형학, 인구지리학, 문화지리, 세계지리 등 결국은 이 책에서 나온 연관성 없는 이야기들이 ‘지리’의 한 갈래였다는 점은 지리학의 한계가 없다는 저자의 말을 다시 증명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도전적인 저자의 문체라던가 사이사이 던지는 질문들은 나에게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매우 흥미로웠고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언급된 지리는 학문으로써의 가치보다는 ‘도구’로써의 가치가 더 부각되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학문으로써의 순수성보다는 지리를 도구로 인식하는 저자의 생각에 딴지 아닌 딴지를 걸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