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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싸이클 다이어리 (The Motorcycle Diaries, 2004)를 보고.. 사회교육학부 지리교육전공 200512486 정회진 낯선 공간으로의 여행. 여행은 그 떠올림만으로도 일상에서 벗어나 만나게 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들뜸 때문에 언제나 설렘으로 시작되기 마련이다. 흔히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나'를 찾아오는 것이라고 한다. 익숙치 않은 세상에서 비로서야 진정한 나와 마주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러한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행이란 일상적인 일이 아니다. 일탈이다. 때문에 여행, 즉 일탈을 위해서는 이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하기 위한 용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단 일상에 찌들어버린 나를 박차고 나와서 새로운 세계로의 만남을 준비해야 하니까. 또한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은 역으로 나를 둘러싼 그들의 세상을 이해함으로써 가능하다. 때문에 여행이란 단순히 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나와 그들 모두의 이해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 두 젊은이의 여행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속 대사 중 '이전에는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또 다른 인류에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라는 에르네스토의 독백이 그의 인생에 있어서 여행이 가져다 준 진정한 의미를 잘 말해준다고 하겠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라는 이 영화는 본래 의학도였던 에르네스토, 즉 우리에게는 체 게바라라고 잘 알려진 23살의 그가 친구 알베르토와 함께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발하여 칠레와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까지 이어지는 라틴아메리카의 여행기를 다룬 영화이다. 영화는 '세상이 그를 알아주기 전, 세상이 그를 불러주기 전, 그의 삶을 바꾼 여행'으로 소개되며, 실제로 체 게바라에게 있어서 영화화 된 이 여행을 제외하고도 두 번에 걸친 남미대륙의 여행은 그의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잘 알려져 있다. 비교적 부유한 중산층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의과대학의 졸업을 1년 남겨둔 시점에서 여행을 결심하는데, 그때 당시 젊은 날의 체가 가지고 있었던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에 보다 넓은 세상으로의 열망이 더해지면서 남미대륙을 횡단하는 약 9개월의 여정이 시작된다. 그는 라틴아메리카를 여행하는 동안 경험해 본 적 없는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며 이따금씩 고질병인 천식으로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그 속에서 라틴아메리카의 토착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스런 현실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들에게서 인간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단순한 젊은이들의 로망의 실현으로 시작됐을 이 여행 속에서 그는 라틴아메리카가 겪고 있는 착취와 수탈의 역사적 현장을 목격하고 그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임무와 사명을 깨닫게 된 것이다. 칠레의 아따까마 사막에서 만난 공산당원 부부로 인해 에르네스토는 현재의 맹목적인, 여행을 위한 여행에 대한 고뇌를 시작하게 되는데, 정부에게 쫓기면서 생계를 위해 여기저기를 떠돌며 원치 않는 여행을 하던 그들 부부에게는 체와 알베르토의 여행이 당연히 이해될 수 없는 것이었고 이에 에르네스토는 생각에 잠긴다. 오랜 여행과 굶주림으로 부부의 눈에 드리워진 어두움과 슬픔을 체감하고 항상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그는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연인 치치나에게서 받은 소중한 미화 15달러를 그들 부부에게 주고 만다. 다음 날 에르네스토는 추쿠이카마타 광산에서 광산노동자의 선발과정을 보게 되는데 공산당원 부부를 포함하여 악조건 하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축척된 피로와 목마름이 역력한 모습에서 분노를 느낀다. 라틴아메리카는 유럽 침략자들에게 있어 자원의 공급처 및 상품의 시장으로서 미국이 주도하는 서구의 산업국가들에 대한 일명 '봉사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규모의 실업문제와 부의 집중으로 인한 양극화의 결과로서 절대빈곤 문제 등에 시달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현실이 약 50여년 전 체가 보았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피식민국들은 대부분 식민모국으로부터 독립하였으나, 실상 이후 세계는 전통적 권력과 힘의 체제 유지를 위한 서구 강대국들의 노력으로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신제국주의적 세계질서를 형성하게 되었고 확산된 신자유주의적 경제이념으로 인해 오히려 민중들의 삶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폐해가 아프리카를 포함한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잘 나타나고 있으며 이것은 체의 여행기 속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심장부라 불리웠던 페루의 꾸스코는 과거 잉카제국의 수도였으나 스페인의 침략으로 완전히 파괴됨으로써 찬란했던 잉카문명의 흔적을 잃게 되었고 이곳 사람들에게서 물질적 풍요와 함께 도시의 활력마저 앗아가 버렸다. 토지는 서구자본과 대지주에게 집중되었으며 농민들은 농작물을 거의 모두 착취당하면서도 가족들과 함께 정착하여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이 같은 궁핍한 생활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잉카제국의 번영과 당시 이룩했던 문명적 발전을 느낄 수 있는 마추피추에서 체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세상이 이렇게 그리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이토록 무참히도 짓밟아 버릴 수 있을까'라고 탄식하며 서구의 야만성과 잔인함에 분노한다. 이후 리마와 푸칼파를 거쳐 도착한 페루의 산 파블로에서 체는 나병환자촌에 머무르게 되는데, 그 곳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그가 현재까지 '우리 시대의 가장 완벽한 인간(사르트르)'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그의 일생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게 한 진정한 혁명가로서의 면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산 파블로의 나병 환자촌은 아마존 강을 가운데 두고 북쪽에는 의료진, 남쪽에는 환자들의 마을로 나뉘어져 있었으며,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등 남미쪽의 환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삶 자체가 고통인 상황에서 그나마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런 그들에게 에르네스토와 알베르토는 어떤 두려움과 차단의 장치 없이 맨손으로 악수하며 마음으로 다가선다. 이렇듯 남미 토착민들의 피폐한 삶 속에 동화된 에르네스토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의사이자 친구로서 그가 산 파블로의 나병 환자들을 거리낌 없이 대하며 어울리는 모습에서 그의 인간다움이 여실히 비춰졌다. 한편 이 곳에서 24번째 생일을 맞게 된 체는 북쪽마을의 사람들과 함께 생일파티를 하고 난 뒤 한밤중에 남쪽 환자들과도 생일파티를 하고 싶다며 맨몸으로 남과 북을 가르고 있던 아마존강을 건넌다. 이 곳 사람들, 특히 남쪽의 환자들에게 있어서 아마존 강은 물리적으로 남과 북을 나누는 역할뿐 아니라 건널 수 없는 세상의 경계와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에르네스토에게 이 아마존 강은 건너버리면 그만인 다른 강과 마찬가지의 존재였다. 북쪽 대부분의 의료진들이 나병의 치유를 돕기 위한 선행의 마음으로 환자들을 대했다면 에르네스토는 그들을 단순히 세상에서 격리된 나병환자가 아니라 같은 인간적 존재로서 대한다. 바로 이것이 그가 맨몸으로 아마존 강을 건널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그는 생일파티를 마련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아메리카 대륙의 실체 없는 분열과 불확실한 국가 정체성은 현실이 아니며 우리는 단일한 민족으로서 편협한 지역주의를 탈피해야 합니다. 아메리카 대륙과 페루의 연합을 위해 다같이 건배!" 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체가 남미대륙을 여행하며 느낀 라틴아메리카의 정체성에 대한 재발견을 담고 있는 대목으로서, 유럽의 정복자들에 의해 파괴되어 버렸지만 찬란했던 잉카문명 하에서 번영했던 남미대륙의 과거를 목격하고 이를 토대로 서구의 식민주의에 의해 조장된 분쟁과 대립의 현실에서 벗어나 라틴아메리카의 단결과 진정한 독립을 염원했던 그의 바람이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체게바라는 잘 알려진 것처럼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친미적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붕괴시킨 쿠바혁명을 성공으로 이끌고 쿠바혁명정부의 2인자로서 중앙은행 총재와 산업부 장관 등을 역임하지만 여기서 체의 혁명은 끝나지 않고 볼리비아의 혁명투쟁을 위해 게릴라부대를 지휘하다 끝내 총살되고 만다. 일명 '체(che)'라고 불리우는 체 게바라. 여기서 '체'란 친구, 동지를 의미한다고 한다. 언제나 힘없는 약자의 편에서 혁명을 함께 하는 친구이자 동지로 활약한 그의 일생을 보면 체라는 그의 별명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고뇌하고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체게바라의 젊은 날 여행기를 그려낸 이 영화 속에서 체 게바라라는 한 인간의 인생에 남미대륙의 여행이 전환점으로 작용하게끔 만든 라틴아메리카의 고통과 아픔의 역사적 배경을 엿볼 수 있었으며, 이것은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의 패권국가들에 의해 현재까지도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 민중들의 삶에 이어지고 있는 현실로 인해 낯설지 않음을 느꼈다. 영화 속에서 에르네스토와 그의 친구 알베르토가 여행의 허기와 추위를 달래기 위해 마시던 '마테'라는 남미의 전통차는 내가 1년 전 인도여행에서 맛봤던 '짜이'라는 인도의 전통차를 떠오르게 했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했던 짜이의 맛이 먹어보진 않았지만 마테의 맛과 같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진짜 그렇게 느낀 이유는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짜이와 마테의 맛 속에는 왠지 과거 식민지 역사의 고통을 겪어낸 서민들의 애환이 녹아있을 것 같아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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