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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7/11/04
 

데이빗 하비(David Harvey)의 공황론의 세 토막(three "cuts" of crisis theory)

2008.04.04 08:16 | 토막강의 | philgeog

http://kr.blog.yahoo.com/kyonghwanpark/106 주소복사

하비(D. Harvey)의 주요 저작 중 하나인 <자본의 한계(Limits to Capital, 1982)>는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맑스(K. Marx)의 저술 <자본(Das Kapital)>의 한계를 의미하며, 또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가 자신 체제의 한계를 내부에서 영원히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의 한계는 다음의 세 가지 기획에 토대를 두고 있다. 
첫째는 출간 당시 팽배해있던 맑스주의에 대한 기계적, 정태적 해석을 극복하고 맑스의 <자본(Das Kapital)>을 변증법적으로 읽어내는 것이다.
둘째는 맑스의 자본주의 분석을 공간 차원으로 확장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지리적 속성이 변증법적으로 진화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는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자본주의가 본연의 유연성과 기민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한계를 절대로 초월할 수 없음을 설명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비의 <자본의 한계>는 25년이 지난 오늘날 현대 인문지리학의 많은 연구 주제들을 아우르는 우산이자 이를 파생한 모태이다. 이들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 불균등 지리적 발전
  - 공간적 조정
  - 영역적 조절
  - 자본축적의 장벽으로서 건조환경
  - 투자자본의 3가지 회전
  - 시공간 압축
  - 로컬 기업가주의
  - 장소간 경쟁
  - 장소와 스케일의 (사회적) 생산
  - 지대격차와 도시재개발
  - 자본주의 경제의 불안정성
  - 재구조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비의 유물론적 역사지리관은 오늘날 (재미있게도) 매우 변증법적인 과정을 통해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식민주의, 페미니스트 이론 등과 접합하며 흥미로운 모습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맑스를 공간화하려는 하비의 기획은 바로 여기에서 언급할 공황론의 세 토막(cut)에 있다. 맑스의 관점에서 볼 때 자본주의라는 생산양식을 뒷받침하는 것은 노동과 (노동으로부터의 잉여가치 전유를 통해 생겨나는) 자본이며, 자본의 성장은 곧 자본주의의 물적성장과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장기적, 주기적 공황은 그 내부에서부터 이러한 자본의 상각을 일으킴으로써 장기적으로 축적된 자본을 사멸시키고 다시 축적을 가속화하는 리듬을 반복한다. 곧 자본주의가 표면적으로는 좌표상에서 우상향을 향하는 매우 역사적인 발전과정을 발전 궤적을 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자본주의는 "축적을 위한 축적"의 과정을 추구하면서 마주치게되는 자신의 위기를 공황을 통해 (일시적으로) 극복하고 다시 축적을 반복한다. 요컨대 자본주의는 호황과 불황의 반복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축적한 가치를 상각하고 다시 착취와 축적을 반복하는 황량한 사막의 세계와도 같다는 것이다.

하비는 맑스가 자본주의의 주기적 공황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특히 금융과 지리적 측면 이 두 가지를 간과한다는 측면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보면서, 금융과 지리가 어떻게 자본주의적 위기를 조정(돌파)하는 수단이 되는가를 분석한다. 역으로 말한다면 자본주의 사회의 지리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자신의 위기를 조정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비에 따르면 자본주의가 자신의 위기를 조정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이다. 한 가지는 맑스가 <자본>에서 언급했던 것이며, 나머지 두 가지는 자본주의의 시간적, 공간적 차원들이다.

첫째는 과잉축적에 따른 감가(가치절하)를 통한 위기극복 방식이다. 자본가들의 이윤은 가치법칙에 따라 노동을 임노동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잉여가치를 전유함으로써 이루어지며, 이들은 임노동을 최소화하여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들을 경쟁적으로 도입한다. 이러한 과정은 소위 더 많은 생산을 통한 경제적 "성장"이라고 불리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이들은 곧 소비자들이기도 하다) 가처분소득이 점차 줄어들어 구매력이 감소하게 된다. 하비에 따르면 이러한 과잉축적의 위기는 다음과 같은 현상으로 표출된다고 지적한다.
  - 과잉생산: 상품을 살 사람이 없기 때문에 창고와 진열대에 쌓이는 재고들
  - 유효수요의 부족: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 감소
  - 유휴자본: 공장폐쇄. 시중에 넘쳐나나 흐르지 않는 돈줄
  - 잉여노동력의 증가: 실업의 증가 
  - 이자율 하락: 돈은 막대하여 쌓여 있으나 투자할 곳이 없다!
결국 재구조화를 동반하는 공황이 발생하게 되면 고정자본(기계, 설비, 건물 등)에 대한 감가(가치절하)를 요발하게 되어 오랜시간에 걸쳐 축적되어 온 자본은 (이는 곧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기도 하다) 순식간에 증발되어 버린다. 그러나 이는 곧 새로운 축적의 싸이클의 시작이 된다.

둘째는 시간적 조정을 통한 위기극복 방식이다. 분업화된 대량생산은 장기간 이윤을 발생시키지 않는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각종 생산시설과 기계와 같은 고정자본과 아울러 도로, 철도, 전력, 사무실 등과 같은 건조된 환경을 포함한다. 즉, 자본주의 생산양식에서 막대한 자본이 투여되는 투자 초기와 본격적인 생산이 이루어져 이윤을 발생하는 기간 사이의 시간적 차이에 따른 모순이 발생한다. 이는 자본가에게 초기 투자비용을 제공하는 금융제도가 유동성을 제공함으로써 시간적 유연성을 제공함으로써 조정된다. 금융제도와 아울러 막대한 학부구조와 공공성이 강한 하부구조는 기업이 금융을 통한다고 할지라도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는 거대한 사업이자 그 효용성이 공적 속성을 띠므로, 이는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투자, 건설한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공간은 특유의 '공간적 관성'을 지니고 있는데, 일단 투자한 건조환경은 집적의 불이익과 같은 다양한 불경제가 발생한다고 할지라도, 쉽게 초기의 투자비용을 회수하거나 투자된 건조환경을 갖고 이동할 수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기술적 발전으로 인하여 더 효율적인 건조환경이 생성될 경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요컨대, 고정자본과 건조환경이 지니는 모순에 대한 시간적 조정은 영구적인 조정이 아니라 일시적 조정에 머무르게 된다.

셋째는 공간적 조정을 통한 위기극복 방식인데, 하비는 크게 네 가지의 공간적 조정을 제시한다. 첫째, 토지시장은 건조환경이 공간적으로 재구성되어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제공한다. 리카르도나 튀넨에게 있어서 자본주의 하의 토지는 초과이윤과 자본축적에 대한 장벽으로 간주되지만, 하비는 마치 금융이 시간적 조정을 수행하는 것처럼 토지시장은 공간적 조정을 수행한다는 의미에서 자본축적에 기여한다고 이해한다.
두 번째의 공간적 조정은 내수시장의 포화를 극복하기 위한 자본주의의 공간적 팽창으로써, 이는 공간적 영역을 넘어 새로운 지역, 국가를 자본주의적 시장으로 변환, 개척하는 과정이다.
세번째의 공간적 조정은 직장과 거주지, 생산지와 시장 등은 생산공간과 소비공간 사이의 거리마찰을 최소화함으로써 자본의 회전과 잉여가치의 축적을 가속화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은 교통 및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을 가져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본주의 공간의 크기는 상대적인 의미에서 급속히 감소한다. 맑스와 같이 하비는 이처럼 생산-소비 공간 사이의 이동이 가속화되는 과정을 '시간에 의한 공간의 괴멸'이라고 한다.
네번째의 공간적 조정은 특정 공간에서 자본축적이 안정적,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제도적으로 조절하는 영역적 거버넌스이다. 이는 특정 지역/공간을 직간접적으로 통치하는 다양한 제도, 법률, 제도화된 이데올로기(혹은 담론) 등을 포함한다 하겠다. 이는 이후 조절이론가들에 의해 보다 정교히 발전되거나 특정 도시/지역의 기업가주의, 성장연합에 대한 논의로 확대, 발전된다. 그러나, 물리적 공간에서 자본주의적 공간은 무한히 팽창할 수 없으며 (물론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적 공간을 창출하기도 하지만) 금융과 마찬가지로 부동산도 미래의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되어 의제자본화되므로 (그래서 금융과 부동산의 가치가 거품의 주기적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듯) 이러한 공간적 조정또한 자본축적에 따른 위기에 대한 일시적 해결책에 불과하다.

하비는 자본주의가 위기를 극복하는 위의 세 차원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자본주의 하에서의 자본의 흐름을 다음의 그림(Harvey 1982, 408)과 같이 도해한다. 즉, 자본은 상품과 노동력의 교환을 통해 생산(잉여가치의 축적)과 소비(노동의 재생산) 사이의 끊임없는 순환을 형성하며,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은 고정자본(생산수단, 건조환경)과 소비기금(주택과 같은 내구재와 건조환경)을 형성하고 국가는 거두어들인 세금을 모아 공적지출(복지,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 제도화된 담론 등)과 과학기술에 투자함으로써 자본의 순환에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요컨대, 하비는 이와 같이 자본주의가 자신의 주기적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이 감가와 아울러 공간적 조정을 통해 발생하며, 이와 동시에 자본주의 하의 지리적 변동 또한 자본주의의 위기극복 방식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다고 이해한다. 하비가 주장한 위기의 세 층위는 독일입지이론을 포함하는 신고전지리학과 실증주의적 관점을 비판하면서 공간이 자연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그리고 정치, 경제적으로)  구성된다는 점, 그리고 공간과 장소는 수동적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생산하고 생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2008.4.5 박경환)

참고문헌
Harvey, David, 1982, Limits to Capital, London: Verso.
Sheppard, Eric, 2004, The Spatiality of the Limits to Capital, Antipode, 36(3), 470-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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