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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5/10/24
 

잡생각
촛불시위!
2008/06/12 오후 4:31 | 잡생각

뜨거운 1987년의 6.10 항쟁도 겪은, 광주민주화항쟁을 쉬쉬하며 유언비어 수준으로 확인하며 대학시절을 보내야 했던, 이제는 늙다리가 되어 버린 아자씨의 잡생각이니 혹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너무 심한 욕이 달리지를 않기를 바라며 시작합니다.

왜 이렇게 소고기가 문제인가요?

저는 진정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명박이 아무런 것도 없는 백지에 소고기를 무차별로 수입하기로 미국에 가서 합의를 하고 온 것인가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직 당시인 작년 3월 이미 부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화에서 한미FTA를 언제 통과시킬 것인지 논의가 있었고 그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기가 안 좋으므로 12월쯤 가서 해보는 것으로 하자'고 하다가 막상 12월이 되니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으니 그 때 하는 게 좋겠다고 발을 뺐습니다.

이 정도 이야기는 이미 내용은 다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지요.

이명박 대통령하고 방미하여 협상한 팀이 불과 1주일도 안 돼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그런 베이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얘기 다 끝난 상태라 조금 손 보는 정도로 마무리하면 되니 1주일이 안 걸리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내용이 알려지며 처음에는 너무 졸속으로 한 것 아니냐, 미친소를 들여다가 국민 다 죽으면 어떻게 하냐, 정부가 그런 것도 안 지켜주면 어떻게 하냐 이러면서 오늘날의 촛불집회가 시작되었지요.

물론 국민 마음 흡족하게 쇠고기 문제를 확실하게 해 놓지 못한 것이 잘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협상이라는 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주게 되어 있는데, 미국이 자동차 같은 강력한 내용을 주문하니 그걸 무마하는 수준에서 소고기가 적당하게 협상이 되었지요.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포기한 것으로 과연 볼 수 있는 문제인가요?

30개월 이상되는 소고기 먹으면 무조건 광우병 걸리나요?

이럴 때 쓰는 옛말이 침소봉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 미진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자유이고 기본권으로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내 주장만 맞다고, 무조건 재협상을 통해 국민이 요구하는 것을 관철해내라는 것은 좀 어폐가 있지 싶습니다.

좀 격하게 표현하여, 강력하게 소고기 재협상을 주장하는 분들로만 다시 협상단을 구성해보면 어떨까요?

그 분들은 과연 국민이 흡족해할 만한 결과만을 안고 돌아올 수 있을까요?

혹시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이고 오는 불상사는 없을까요?

말로 비판을 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나는 못하는 걸 너는 정부니까, 국가니까 해 내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면이 좀 있는 것 아닙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사태를 이렇게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겠노라고 약속하고 국민이 그 약속을 믿어 대통령으로 뽑아주었습니다. 그런데 경제는 이제 몇달 지나지 않았지만 더 어려워지고 있지요.

못해 먹겠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대통령은 이런 생각이었을 겁니다. 대운하 공약이 어느 정도 인기가 있고, 대기업들도 대운하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위해 자기네끼리 콘소시엄도 만들고 하니 대운하 실시를 통해 돈을 좀 풀고 그렇게 경기를 좀 살려보자.

그런데 대운하하면 환경재앙이 오네, 나라가 결단나네 하면서 극구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으니 대운하를 통한 경제살리기는 할 수가 없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OECD에도 들고 경제규모가 10위 안팎을 넘나드는 경제규모에서 아무리 신통한 사람이라도 몇 달만에 피부로 확 느끼게 잘 살게 할 방법을 마련하기는 어렵지요.

거기다가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조각하고 청와대 인사하는 것을 보니, 강남 출신에 수십억 재산가로 채우니 국민들이 있는 놈들끼리만 끼리끼리 해먹네 하는 묘한 반감이 생겼지요.

그러다가 소고기 문제가 나오면서 '있는 놈이야 비싼 돈주고 명품 한우만 사 쳐먹으면 되지만 우리 같은 없는 사람은 싼 수입소고기, 광우병 걸리든 말든 먹고 죽든가 말든가 하라는 말이지'이런 선동성 구호에 마음이 확 돌아서버렸지요.

아직 우리에게는 정서법이라는 게 엄연하게 살아있음을 보는 순간이지요.

아무리 어쩔 수 없어 하는 일이라도 국민 눈치를 살피며 정말 어쩔 수 없이 이럴 수밖에 없게 되었다며 사죄를 하고, 분골쇄신하는 마음으로 이런 미흡한 것을 채워가겠노라고 양해를 구했어야지요.

뭐, 정권을 차지한 입장의 강자가 이미 권력을 놓아버린 전임자가 다 해 놓은 것이라는 식의 변명을 하기는 싫었겠지만, 그래도 그런 것을 알리며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했지만 암튼 잘못했다. 그러나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으려다 보니 그리 되었다고 설득하는 절차를 가져야했겠지요.

이제 촛불은 국민의 항의에서 시한을 정해 놓고 그 때까지 소고기문제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정권퇴진운동으로 간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민주를 외치는 입장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좀 과하지 않나요. 민주적인 절차인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그 정부를, 마음에 맡는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와 물러가라고 몰아내는 것은 길거리로 나오지 않은 나머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독재의 또다른 모습 아닐까요?

저는 이런 생각도 합니다.

언제나 과격한 이야기, 듣는 사람의 피가 끌어오르게 하는 이야기가 토론에서 승리하지만 나중에 보면 그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닐 수 있고, 때론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 라고 말입니다.

소고기 재협상을 주문하는 시위 주최에게 정중하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이라면 미국하고 소고기 재협상만을 원만하게 마칠 자신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런 협상결과를 미국의회는 비준한답니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미 국가간 협상으로 마쳐진 문제로 이제 각국 의회의 비준만 남아 있는 상태에서 다시 협상해오라고 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국민의 들끓는 여론이 무엇인지를 알았으니 이제 국회에서 비준의 문제로 다루게 하여야 하지 않을까요?

차기 미 대선에서 승리가 유력해보이는(제 개인 견해이기는 하지만, 공화당 정부가 2기를 하였으니 매케인이 특별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 이런 결과가 나지 싶습니다) 오바마는 이미 기존의 협상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공언한 바 있기도 합니다.

어차피 우리가 비준해도 미국에서 비준되기가 어렵게 된 것이므로, 결국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큰데 굳이 재협상 못 할 거면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취임한 지 6개월도 안된 대통령에게, 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민의에 거스리는 일은 아닐까요?

늙다리가 되면 이렇게 생각이 고루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옛말처럼 늙다리 말도 웃어넘기고 말 것만은 아니라고 받아들여졌으면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인 출신이기는 하지만 정치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저도 잘 알지 못하지만). 전국구 의원 한 번 한 게 정치인 경력의 전부인데(서울시장은 정치적인 자리이지만 하는 일은 그렇게 정치적이지 않지요) 이런 미묘한 국민 정서를 보듬어 안는 것을 모른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공무원을 잘라내면 안티도 늘고 잘라낸 만큼 대통령의 힘도 줄어든다고 봐야하는데, 그럼에도 공무원을 대폭 줄여 작은 정부를 만들고,

나부터 적어도 아침 8시부터 일하면서 쓸데없이 여러 행정부서가 목에 힘만주고 국민들 뺑뺑이 돌리는 일 없이 원스톱으로 일이 처리되는,

그런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어서 정부가 뭐 해보겠다는 기업이나 사람 뒷덜미 잡고 그걸 힘의 원천으로 삼던 구태를 바꿔보겠다는 그 출발은 나무랄 수 없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버텨도 5년만 버티면, 버티면서도 월급나오고 5년 지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공무원들이 '대통령 잘났네! 너혼자 한 번 열심히 해 봐' 하고 팔짱끼고 앉아 있는데 대통령 혼자 뭘 하겠습니까?

청와대 입주하고 컴퓨터를 사용하는데만 열흘이 걸렸다는 말도 나왔었지요.

지금 대통령으로서 권력을 잡았다고 하지만 아직도 그 말, 그 지시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멀리 있는 대통령은, 나같이 작은 목소리를 두려워하지만, 가까이 있는 하급공무원은 그 작은 목소리에 후환을 돌려주지요.

그러니 이제 충분히 메시지가 전달되었다고 할만하니 을지문덕 장군 말마따나 족함을 알고 '이런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듣고 그에 맞는 답안을 내 보라. 만일 그 답안이 국민 성에 차지 않으면 그 때 다시 국민의 힘을 보여주겠노라'하고 그만 거리에서 철수하는 게 맞는 단계에 온 것이 아닌가요?

너무 수구꼴통 늙다리 소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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