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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5/10/24
 

당나라 군대 이야기-80년대
당나라 군대이야기를 마치며
2007/08/30 오후 6:03 | 당나라 군대 이야기-80년대

짧은 군 생활이었지만 기억에 남는 몇명이 있네요.

그저 무던하던 친구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유난히 독하거나 엉뚱한 일을 벌이던 사람들이 기억에 남네요.

뭐, 세상사가 다 그렇겠지만 그래서 중간으로 사는 게 어렵기도 한 것이겠지요. 중간으로 살면서도 사람들은 자기를 기억해주기를 바라니, 그런 평범함을 기억에 올리려면 그 게 힘든 것이 아닐까요.

훈련소에서는 이모라는 중사가 기억이 납니다. 체구도 작은데 어디서 그런 독기가 나는지, 저희 훈련병 말고 향방이라고 훈련소 마치고 동사무소 같은데 배치되는 병력이 따로 1주일인가 훈련을 받는 게 있는게 그 중사가 10명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통일봉이라는 이름의 길다란 목봉체조(말이 체조고 사실은 죽음과 같은 기합이지요. 왜 삼청교육대하면 나오는 그 통나무를 줄맞춰 선 사람들이 이쪽 어깨에서 저쪽 어깨로 넘기는 것이지요)를 시키면서 10명이 쓰러질 때까지 하라는 말이지요.

자기가 현역 군인이고, 그 정도 정신력이나 체력이 필요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보이고, 아마도 자기가 겪는 일이 아니라, 자기 동생이나 친구가 당하는 일이 아니라 그리 잔혹하게 쓰러질 때까지 시키라고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20년전 군대니까 그런 인간도 있었겠지요.

자대에 전입되고는 첫날 근무를 같이 한 300밀리미터 발을 가진 고참이 기억납니다.

아침에 배달된 조간을 보다가 밖에서 떠는 제가 불쌍했던지 들어오라고 해서 어쩡정하게 옆에서서 신문을 흘깃거리니까 보고 싶으면 보라네요.

신문을 쓱쓱 넘겨 보는데, 한시간도 넘겨 본 신문을 가리키며 무슨 신문이냐네요.

조선일보라고 대답하고, 아 한자를 모르나 아니면 신문을 어떻게 보길래 무슨 신문인 줄도 모르고 신문을 한시간이나 보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호기심에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신문을 보시면 주로 뭘 보냐고.

그랬더니 먼저 만화를 보고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샅샅이 본다네요. 그리고는 광고를 본다네요.

수준을 알만하다 싶어, 밖에서 뭐를 하다 들어왔나를 물어보니 수락산인지 어느 산자락에서 개를 키운답니다.

저는 똥개를 식용으로 키우는 것으로 생각하고 '돈 벌이가 좋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눈에서 광채가 납니다.

개에는 무슨 무슨 종자가 있는데 얼마에 한 번 새끼를 낳고 그 새끼가 마리당 얼마라 돈벌이로 괜찮다며 저보고도 한 번 해보겠냐고 묻네요.

개를 보거나 하는 것은 괜찮은데 어려서 개한테 물려서 개가 별로 좋지 않다고 하니까, 그건 개한테 얕보여서 그런 것이고 개도 주인 알아보고 물거나 그러지 않는다고 거품을 물어가며 이야기를 해 주네요.

저보다 세 달 먼저 들어온 고참 민모군도 기억이 나네요.

기도 작달만하고 동작도 좀 느린데, 먹는 것을 어찌나 밝히는지 남들이 잘 먹지 않는 밀가루빵도 야상 주머니마다 넣어두고 먹고, 심지어 주간근무 때는 분초장 아침거리로 먹을 빵(고참 병장이라 안에 뭐를 듬뿍 발라 먹음직하게 생긴 것이었습니다)마저 먹어서 잠시 저희가 함께 뺑뺑이를 돌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 분초장이 대학을 졸업하고 온 사람이라, 분초장 것을 손대는 위계질서를 문제삼아 몇 바퀴 돌리다가 먹는 것 가지고 너무 심하게 하지 않는 한국사람의 정서가 생각났는지 그만두었기에 다행이지 암튼 큰 일 당할 뻔 했습니다.

사람이 오가지 않는데서 제일 높은 놈이 하라면 하루 종일 뺑뺑이가 되는 수도 있고, 사사건건 문제를 삼아 퇴근을 늦출 수도 있거든요.

다음은 요새 문제되는 학력을 위조하여 선배인 척 하다가 선정성 높은 잡지를 내 놓으라고 눈을 부라리던 하사관이 생각나네요.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초급지휘관인데, 그런 걸 보면 뺐어 없애야지 그걸 새벽 2시에 저도 못들어가는 현역병 막사에 가서 찾아오라니 억지도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뭐 여러 사람이 기억나지만, 그래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육사 졸업식을 앞 두고 벌어진 일들입니다.

가을에 부대에 가득 모아둔 낙엽을 들고 연병장으로 오라더니 그걸 일정한 폭으로 깔라네요. 깔았지요. 그랬더니 졸업식 예행연습 시 말이 다닐 길인데, 말이 눈으로 질척거리는 연병장을 밟으면 잔듸가 죽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네요.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척 보기에 일정하도록 손으로 일일이 각을 잡으라네요. 군대는 각이라고. 그래서 말 다닐 길을 쭈그리고 앉아서 각 잡으며 참 짐승만도 못한 놈이 되었구나 라는 자괴감이 들더군요.

연병장에 스펀지와 양동이 들고 나가 눈 녹은 물도 짜 넣어 봤습니다. 물이 질척이면 졸업식 연습도 잘 안되고, 잔듸에도 안 좋다며 그 얼음이 둥둥뜨는 찬 물을 맨손으로 스펀지에 묻혀 제거하리니 인간이하의 대접이지요.

하일라이트는 본관 앞 도로를 하이타이 푼 물로 닦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이 행차하시는 행사인데 도로가 지저분해 보이면 안된다고 하이타이 푼 물을 스펀지에 묻혀 도로를 새로 포장한 티가 나게 닦은 겁니다. 그럼 거품이 가득한 도로위로 소방차가 와서 물을 뿌리고, 그러고 나면 물이 얼기 전에 다시 스펀지를 짜서 물기가 없도록 해야 하니, 눈코뜰새 없이 바쁩니다.

막상 졸업식 당일에는 대통령도 오지 않았는데 몇시부터 몇시까지 이동병력이 허용이 안된다고 해서 졸업식이 끝나가까지 내무반에서 점호받는 자세로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밤새고 스팀도 나오는데 눈 부릅뜨고 앉아 있기가 쉽지 않은데, 철없는 소위가 한 명 들어오더니 저희를 장난감 가지고 놀 듯 가지고 놀기도 하네요. 인사계인 상사가 와서 밤새 힘들게 근무한 애들한테 그만하고 쉬게 두자고 하니 두말 못하고 나가긴 했는데,

이래저래 사람취급을 못받은 억울함은 쉽게 가시지 않더군요.

또하나!

육사 근처에 S여대가 있는데, 저 대학 다닐 때 별로라고 보고 그 학교 학생들하고는 미팅도 안했습니다.

그런데 머리를 깍은 방위병이 되니, 출퇴근 길에 부딪히는 그 여학생들이 저를 벌레보듯 합니다. 저도 최대한 무관심하게 보이려고 하고 부딪히지 않으려고 하지만 20년 전 버스는 흔들림도 많고 사람도 많아 조금도 닿지 않게 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는데,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부딪히면 마치 몹쓸 것에라도 닿은 듯 질색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인간이 아니다, 빨리 인간으로 돌아가자는 각오를 다지고 또 다졌습니다.

대학교 다니며 지성을 가진 사람, 나를 이해해주고 염려해주는 사람만 보다, 아니 대학 이전에도 그런 사람만이 제 옆에 있었는데, 짧은 군 생활을 통해 아무런 이유없이도 자기만족이나 과시 같은 하찮은 이유로도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 게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하지 않으면 이리저리 치면서 당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다시 공부를 한다면, 기회가 한 번만 주어진다면 이번에는 실수없이 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소위 말하는 그 군기로 제대하고 3년만에 사법시험의 벽을 넘을 수 있었으니, 당나라 군대에 저는 빚이 많은 셈이지요.

지금은 군대가 많이 좋아졌다지만, 사람이 모여사는 곳이고 거기에 계급이라는 깡패가 개입하면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곳이 군대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오늘의 저를 만들어 준 자양분의 하나였던 당나라 군대!

미운 정도 정이라고 추억의 한 장으로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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