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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5/10/24
 

내가 겪은 하얀거탑
의료사고 대처방법
2007/04/23 오후 3:57 | 내가 겪은 하얀거탑

가해의사는 1심 선고가 있고 바로 항소를 했고, 항소심에서 다시 진료기록 감정을 신청하여, 천안에 있는 모 병원에서 감정의뢰서를 받았습니다.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일 때 감정이 수원 소재 모 병원의 척추분야 전공 의사의 주관으로 이루어져 대한의사협회 이름으로 회신되었고, 1심 재판 중에는 뇌혈관질환 전공자로서 정위수술 분야와는 무관한 신경외과 의사의 감정이 이루어졌는데, 그래도 해보겠다고 시골 병원 의사까지 끌어다대며 자기가 옳다고 강변을 합니다.

가해의사는 진료계약 상의 성실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말 그대로 저녁 약속에 갈 생각으로 꼬불꼬불한 것을 떼 볼까 라고 떼었다면 불법행위였다고 볼 수도 있어, 정해진 3년의 기간이 다 되어갈 무렵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민사소송에서도 치열한 서류공방이 있었지만, 정정당당하게 교과서와 논문에 기초하여 진실을 주장하는 쪽이 불리할 리는 없는 것이라, 상당한 금액으로 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항소심에서는 민사재판의 조정을 합의로 간주하여 가해의사의 벌을 대폭 낮추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사전에, 대법원에 근무하는 제 지인을 통하여 의사에 대한 양형을 높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언이 물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아버지를 잃은 입장에서 5년이 넘도록 싸워서, 돈 좀 배상받았고, 벌금을 내게 한 것으로 크게 이긴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가해의사가 1년간 수술을 하지 못하는 징계를 받기도 하였고, 저희의 공격으로 무척이나 난감한 입장에 빠졌던 것을 생각하면, 충분하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의료사고가 나면, 울고불고할 것만이 아니라(물론 억울하게 사고를 당했는데 울어줄 사람이 없으면 안 되지요) 누군가는 냉정하게 향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신중히 생각하고, 결론이 서면 주저없이 증거를 모으고 대처하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권하고 싶은 제1의 것은 녹음을 해서 사실관계를 고정시켜두라는 것입니다.

나중에 전문지식이 많은 의사들이 이리저리 말을 바꾸는 수도 많은데, 그 경우 처음에 이러이러하다는 식의 말을 담아두지 않으면 대항할 방법이 없고 억울함이 가중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돈 아낄 생각말고, 정말 내 일처럼 발벗고 뛰어줄 조력자를 구하라는 것입니다.

제 경우에도, 검찰 단계에서부터 갖가지 압력이 많았고, 수사관계자나 재판관계자들이 의료에 대한 지식이 없으므로, 그에 대하여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습니다.

제 이야기를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사건이 진행되는 몇 년간 제 레이더를 계속 그 사건에 맞추어 놓고, 새로운 감정결과가 나왔는지, 어떻게 변명을 하는지를 살피고 그 자료를 구해서 대응책을 강구하였고, 필요하면 전세계를 다 뒤져서 책을 구해내기도 하고, 담당검사님을 찾아가 감정결과가 가져올 패소가능성을 설명하고 그러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사실조회를 신청하도록 탄원서를 만들어 냈습니다.

5년이 넘게 걸린 사건을 그렇게 타이밍 잃지 않고 뛰어다니게 되면, 얼마나 비용은 많이 들었겠습니까?

또한 알고 있는 휴먼네트워크를 총 가동하여, 직접 증인이 되어 주지는 못하지만, 수술방에 있던 사람이나 병리의사로서 세미나에서 있었던 이야기 등을 모두 수집하기도 하는 등 도움이 될 만한 일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잃는 슬픔을 바로 잊어버리는 것도 살아가는 한 방법이 되겠지만, 그 절통하고 억울한 심정을 풀기 위해서는 의료과오소송이 필연적이라고 할 것인데, 그것을 이길 수 있는 길을 이 부족한 글에서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향후 이 폴더에서는, 제가 담당하였던 사건 중 의료와 관련된 부분의 이야기를 해 나가는 것으로 남겨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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