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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이네요 언..
경제위기를 불러온 미국..
공감되는 멋진글이네요&..
네~에~종소리님.&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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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5/11/23
 

            


뱅크셔 나무처럼/나희덕

산불이 나야
비로소 번식하는 나무가 있다

씨방이 너무 단단해 뜨거운 불길에 그을려야만
씨를 터뜨린다는 뱅크셔나무

제 몸에 불을 붙여서라도
황무지에 알을 슬고 싶은 뱅크셔나무

장전된 총알들, 그러나
한번도 불길에 휩싸여본 적 없는 씨방

모든 것이 타고난 뒤에야
검은 숯 위로 연한 싹을 내밀고 싶은



*********************************************

옐로스톤을 잿더미로 만든 화마가 덮친 건 88년도 
처음엔 불길을 잡지 않고 타도록 내버려두었다고 한다
국립공원 법에 산불이 나면 자연 진화될때까지 얼마간은 기다린다고
그러나 산불 범위가 넓어지며 피해가 커지면 그때서야 진화작업
산불조차 일련의 자연계의 순환작용, 세대교체를 위해서라니
시인이 읽은 뱅크셔나무의 생리가 아마도 여기에 적용되는듯
송진에 단단히 굳어진 씨들이 불길에 녹으며 드디어 씨방을 연다 
그리하여 성난 파도처럼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마다
그새 움 키운 연하고도 푸른 소나무 그 생명들이 어여뻤다


             

                                 나 하나 꽃 피어/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그리하여 온세상 꽃밭 되리니, 너도 나도 하나의 꽃이 되어보자꾸나
지금 선 그 자리에서 그대로
화려한 정원의 가꿔진 꽃이면 그 꽃대로, 저 홀로 피어난 하찮은 들꽃이면 또 그대로
위치 한심해말고 생김새 타박말고 그저 지성껏 너도 꽃 피우고 나도 꽃 피워보자꾸나
그러면 이 세상 절로절로 불국토되고 천국낙원되리니, 정녕 살고지운 그런 곳 되리니

 

















꽃과 침묵 / 정채봉
 
제비꽃은 제비꽃으로 만족하되
민들레꽃을 부러워하지도,닮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어디 손톱만한 냉이꽃이 함박꽃이 크다고 하여
기죽어서 피어나지 않은 일이 있는가,
싸리꽃은 싸리꽃대로 모여서 피어 아름답고
산유화는 산유화대로 저만큼떨어져 피어 있어 아름답다.
사람이 각기 품성대로 자기 능력을 피우며 사는 것,
이것도 한송이의 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그럼에도
나는

근사한 배경을 꿈꿨고
명예로운 이름을 탐했고
풍요로운 부요를 부러워했으며






내꽃의 보잘것 없음에
얼마나 많이 씁쓸해했던가
주어진 것에 자족치 못하는 마음의 이 가난함이라니..


               




폐허 이후/도종환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

모하비를 지나며 보았다
푸석한 모래 구릉에 뿌리 내린, 선인장이 아닌 풀 무더기 이름은 덤블링이었다
초록빛이 바래서인가, 허연 가시만 돋은 풀이 더러 뿌리째 뽑히어 바람에 뒹굴기도 했지만
그러나 이처럼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질긴 목숨 버티며 살아내고 있었다
북미 세인트 헬레나산에서  그에 못잖은 생명의 신비를 경외로이 만난 적이 있었다
수십년 전 화산이 터지며 산자락 인근은 시커멓게 그을린 채 폐허가 되다시피 한 그곳이다
그러나 화산재 덮인 산기슭에는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었다
메말라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가면서 강을 이루기도 하였다
풀도 벌레도 물도 하늘이 주신 명을 스스로는 져버리지 않는다
막막한 절망감을 말하는가, 상처입은 자존심, 불명예의 오욕에서 회복될 길이 없다고?
그렇다고 가벼이 포기하기에는 책임이,인연이,이름이,너무 무거운 그대.....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도종환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그 사람이 녹이 슬어
못쓰는 연장처럼 망가지기를 바라는 일이다.

내 마음이 그에게 다가가
그의 몸이 산화되는 쇠처럼
군데군데 벌겋게 부스러지기 시작하여
연모 구실을 못하게 되길 바라는 일이다.

그래서 버림받거나
버려지게 되기를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곁에 있는 내 몸도
함께 녹이 슬어 가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를 욕하고 비난하는 일은
내 비난이 독이 되어 그가 쓰러지기를 바라는 일이다.

그에 대한 나의 비난의 소리가 귀에 들어가
그도 아파하고 상처받기를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난과 저주는 독초와 같아서,
그에 대한 독설이 계속되는 동안 독을 품고 있는 일이어서
그 독은 내 몸에도 똑같이 스며든다.

그 독으로
내가 먼저 쓰러지기도 한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은
예리한 칼날로 그의 마음 한 복판을 베어내는 일이다.

내 원망하는 소리가 그의 귀에 다가가
그가 피 흘리며 아파하기를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과 육신에 칼질을 하는 동안
나도 그 칼에 몸 어딘가를 베이는 일이다.

나도
수없이 피 흘리며 상처받는 일이다.

나는 피 한방울 흘리지 않으며
상대방만 피 흘리게 할 수 있는 싸움은 없다.

....................................................
이순의 나이..그때가 되면 도통하듯 한순간에 저절로 바다같은 마음되는 줄...
귀가 순해져 모든 말이든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데..
남의 이야기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경지,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깊이 이해하는 경지,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관용하는 경지에 다다른다는데..
싫은 소리 역겨운 말도 다 삭혀낼 줄 아는 그런 너그러움은커녕
고까움 참지못하고 즉각 반격, 결국 또 한번 내가 쓰러졌다. 이 옹졸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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