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자신을 고집하는 데서는 오지 않습니다. 행복은 자신을 양보하는 데서 찾아들게 됩니다. 자기의 것은 내어주지 않으면서 상대의 것을 받기를 원한다면 이는 이기적이 되고 맙니다. 이기적 사랑은 상대의 눈에 콩깍지가 씌워져 있을 땐 모르겠지만 그 콩깍지가 떨어지는 순간 사랑도 멀어지고 행복도 달아나기 마련입니다.
가정이나 공동체의 성장은 한 사람의 리드로 이끌어갈 수 없습니다. 손뼉은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납니다. 이처럼 가정의 행복은 남편의 노력만으로 또는 아내의 노력만으로 행복을 열 수 없습니다. 한쪽이 이기적일 때, 한 쪽이 아무리 희생적 삶을 산다고 해도 기쁨이 있는 가정. 행복이 있는 가정을 만들어 갈 수 없습니다.
가정이란 짐을 부부가 공동으로 힘을 합칠 때 기쁨과 웃음이 솟아나며 행복이 찾아들게 됩니다. 그러므로 공동체의 필수여건은 충분한 대화이고 화합된 분위기 안에서의 일치입니다. 부부는 모습도 닮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가 다른 장소에서,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서로가 다른 사고로 살아왔지만 공동체를 이루고 일치를 만들어가다 보면 모습까지 닮아간다는 것은 우리가 신비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추억 건지기 하나 죠슈아트리 국립공원에서다 신천지처럼 하얗게 펼쳐진 눈밭을 끝없이 달린다 단조로이 이어지는 풍경은 오직 바위산 뿐, 가도가도 황막한 사막지대다 추운 날씨라서 공원을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어쩌다 차 한대 뒤따른다 싶으면 어느새 쌔앵 앞질러 내빼는 차들 눈발을 날리는 바람뿐인 한적한 공원, 근 한시간 이상을 가야 편의점이라도 만날 수 있다 점심식사는 라면으로 때우기로 한다 반짝대는 눈, 사방 가득찬 은세계가 눈부시다 온데 두터이 쌓인 눈을 그릇에 담는다 도로와는 한참 떨어진 곳, 솔잎같은 발자취가 종종 나있다 눈위에 찍힌 그 새발자욱도 함께 녹힌다 빠알갛게 언 멧새 발가락이 따스히 녹는다 김이 모락모락, 얼큰매콤한 라면맛이 이리 일품일 수가.. 옳거니~눈으로 끓인 특제 라면이니까
얼굴은 마음의 꼴을 나타낸다던가. 마음을 반영시키는 정직한 거울인 얼굴. 도무지 무슨 일에 그리 짜증내고 불편해 했던가. 속상한 일 못마땅한 일은 어이 그리 많았던가, 애면글면 노심초사할 일만 내게 있었던 것도 아닐텐데. 여유만만 낙천적이지 못한 천성 탓인가. 툭툭 털어버리지 못하는 꽁한 성미 탓인가. 결국 모든 것은 자신에게서 비롯된다. 참는 힘이 부족하고 너그러움이 모자란 내 탓이다. 옹졸하고 편협하고 이기적인 욕심만 꽉 찬 탓이다.
손과 발이 닳아 묵음默音이 되어야 했던 사람들은 커다란 코끼리 귀를 가지고 태어났다 밤이면 식당에서 돌아온 어머니는 손과 발이 없었으므로 그대로 방바닥에 엎질러지곤 했다 낮은 베개를 베고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으면 몸만 남은 어머니의 몸이 커다란 귀처럼 보였다 이따금, 어머니는 눈썹을 씰룩거리며 없는 손과 발을 나의 배 위에 툭 얹혀 놓곤 했지만 나는 애써 무거운 소리(들)을 걷어내곤 했다
귀는 돌아누워도 귀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내가 속으로 한숨을 푹푹 쉴 때, 어머니의 귀도 등 뒤에서 흐느적거렸다 웅크리고 있던 소리가 잠시 없던 손과 발을 환상통으로 느낄 때, 동그란 자갈들이 방안으로 굴러들곤 했다 어머니의 귀를 끌어안고 잠든 밤, 아침이면 어머니의 귀는 이미 공중을 떠돌았고 나는 없는 소리(들)을 불러모아 남은 밤을 있는 힘껏 기다리곤 했다
밤, 무서운 밤, 즐거운 밤, 1985년 시월의 어느 밤
아버지는 어두움에 기대어 귓속에 소주를 들이붓고 어머니는 없는 손을 가까스로 꺼내어 내 두 볼을 쓸어내렸다 손등 위로 흐느끼는 소리가 뚝뚝 떨어지곤 했다 전날, 빚쟁이들이 어머니의 귀때기를 잡고 연무대 시장통을 질질 끄는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나는 없는 손과 발로 공중에서 악을 쓰며 허우적거리는 어머니의 귀를 생각했다
뭉툭한 내 손과 발은 어머니의 유일한 지문이다
나를 거쳐간 애인들은 내가 잠든 사이 나의 손과 발을 보고 모두 달아났다 나에게 뭉툭하다는 것은 닳아 없어지기 전의 비장한 결사와 같은 것 그들은 모두 뾰족한 손과 발 위에 뾰족한 장갑과 뾰족한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때, 자갈들은 마구마구 내 귓속으로 내통하는 것이었다 동그랗게 부서지며 몸뿐인 몸으로 내 지문을 조금씩 지우는 것, 비로소 나는 먹먹한 귀를 갖게 되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별들은 묵묵한 귀 하나로 한 생을 부유했다
哭
내가 건넜을 어느 별이 사그라져 어떤 내력도 남지 않았다고 발음하는 밤은 외롭다 그리하여, 무중력의 잿빛 점퍼를 걸치고 귀신처럼 공중을 떠돌았다고 발음하는 밤은 외롭다 발설하지 않았기에 발음만으로 외로울 수 있다는 것은 내가 당신의 이름을 협소한 내 안에 가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발음은 발설의 유약한 前兆라고 기록하기로 한다
대부분의 고향은 머언 곳에서 發光한다 가까이서 본 고향이란 弔燈처럼 환하지만 그 내부는 울음 소리로 그득하다 哭이란 그런 것이다 하나의 별을 사이에 두고 들으면 평온함을 주지만 건넛방에서 들려오는 것들은 대부분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뜬눈으로 퀭한 새벽이 오길 두 손 모으고 기다리며 나는 홀로 당신을 건넜다고 기록하기로 한다
무릎을 괴고 마루에 앉아 당신의 이름을 발음하곤 했던 밤을 생각한다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자결하듯 뒷산의 저수지로 몸을 은닉하는 별 사이로 문득 당신의 모습이 스치곤 했다 몸은 현생을 버렸으나 내생을 꿈꾸는 별은 소리내어 울지 않는다 나는 분명 큰 공명통을 가진 아이였으나, 아무도 나의 호명에 답해주지 않았다 오래 전의 밤이었다고 기록하기로 한다
필라멘트
이제 그리고 밖은 어두웁다. 비로소, 내부는 빛의 파장으로 극명하다. 사물과 사물의 경계로 시침과 시침은 아슬한 간극을 유지한다. 어두움이 탱탱하다는 것은 한 세계의 복수腹水가 차올랐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태아의 잠*처럼 불편한 것은 없다. 둘 중 하나는 제 몸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흐, 섬뜩하다. 섬뜩하다는 것은 맞잡은 손을 놓아버린다는 것이다. 내가 너를 놓았는지 네가 나를 놓았는지 모르지만 우리의 팔은 이제 그리고 좌표를 잃었다. 공중은 한 점 발열점을 찾지 못하고 파르르, 일 초에 일 억 번씩 나부낀다. 너와 나의 간극이다.
불의 진동. 그러므로, 나는 감지한다. 모스 부호처럼 누군가 수없이 눈꺼풀을 깜박이며 이 밤을 향해 달려가는 힘찬 발굽 소리를. 나는 어머니의 배꼽을 찢고 세상에 나왔다. 그래서 나는 자주 어머니가 잘 때 배꼽 안을 손으로 후벼팠다. 열려라 배꼽! 제발 좀, 열리라고 배꼽! 나중에 배꼽이 아니라 그 밑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화끈거렸지만 나는 잠든 어머니의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 넣곤 했다. 내가 저런 음지에서 태어났다니 오! 불의 자식. 그러므로, 나는 감지한다. 왜 그곳을 불두덩이라고 발음하는지.
이제 그리고 밖은 화안하다. 비로소, 외부는 빛의 염殮으로 장엄하다 소란스러움이 너와 나의 간극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무마시킨다. 그래, 우린 분명 아무것도 아니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태어났었고 책상과 책상 위의 유리는 여전히 진공이다. 그 작은 틈으로 수만 마리 바퀴벌레 알들이 태어났고 그들은 또 한 세계의 자식으로 배회한다. 나와 어머니와 바퀴벌레는 스위치를 켠다. 이제 그리고 너도 그 불 속에서 진공이 된다. 톡, 틱, 탁, 툭, 수만 마리 나비들이 방 안을 날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