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성우(가명, 12세)는 학교에서 ‘운동천재’로 불린다. 태권도, 줄넘기, 야구, 농구, 축구 등 운동이라면 뭐하나 뒤지는 것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다. 저학년 때부터 교내소식지에 실리지 않은 적이 없다고 한다.
성우는 2년 전부터 학교 농구부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밤 열시가 넘어서까지 혼자 연습하는 끈기로 먼저 들어온 친구들을 제치고 주전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성우는 보통 3개월마다 한 번씩 갈아 신는 농구화를 6개월 이상 신어야 하고 시합에 부모님이 응원와줄 수도 없다. 해어진 농구화 때문에 허리부상이 잦다. 얼마 전 있은 경기에서는 진통제를 맞고 뛰었음에도 최다득점 MVP가 되기도 했다.
“농구 처음 시작하고 3개월 쯤 됐을 때 슬럼프가 왔었어요. 먼저 들어온 애들이랑 싸우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졌어요. 키가 작은 편이라 좀 더 컸으면 좋겠어요.”
성우의 모친 신수영(가명, 41세) 씨는 아들의 재능을 뒷바라지 못해주는 못난 어미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학교는 물론 시합에도 한 번 가보질 못했다.
▲ 학교에서는 운동천재, 집에서는 의젓한 아들.
“새벽 장사를 하게 용기를 주는 것도 우리 아들이고요,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살아가도록 하는 것도 쟤에요. 우리 가족의 꿈이에요.”
성우는 신수영 씨가 친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투정 한 번 부리지 않은 의젓한 아들이다. 여동생 명희(가명, 10세)와 집안일을 분담해 부모님을 돕고 묵묵히 운동과 공부를 해나간다.
옷 한 벌, 우유 하나 사줄 수 없는 부모
“젊은 여자가 손수레 끌고 새벽 장사 하는 거…. 용기내기 정말 힘들었어예. 시작하고 3일 정도는 두부판이 엎어지고 머리채를 얼마나 휘어 잡혔는지. 근데 살려고 발버둥치니까 결국엔 이해하대예.”
신 씨는 새벽 5시에 집에서 나와 두부와 콩나물, 청국장을 실은 손수레를 끌고 시장 3군데를 돈다. 오전 10시부터는 오후에 팔 튀김을 준비한다. 성우 운동화라도 한 켤레 사줄 수 있을까 싶어 시작한 두부 장사.
생선 장사를 하다 부상을 입은 오른쪽 어깨와 손가락으로 손수레를 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명절 대목에 날씨가 따뜻해 두부 세 판 이상을 버려야 했다.
재래시장에서 야채, 과일, 생선장사를 해오던 신 씨와 남편 박민철(가명, 44세) 씨는 지난 2002년 수박이나 배추, 양파 등의 밭을 사서 작물을 거둬들이는 산지장사에 나섰다 실패해 큰 부도를 맞았다.
3년 연속 인건비도 안 나오는 상황이 겹쳤다. 평생 모아도 엄두도 못 낼 액수의 빚을 지고 나니, 신 씨는 온 식구에게 죄인이 되었다. 9년 동안 아이들에게 옷 한 벌 사주지 못했고, 우유 하나 먹이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빚 갚느라 보증금까지 다 들어갔지만 가장 힘들 때는 자식들한테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다는 것. 운동하는 아들한테 보약은커녕 밥 세 끼조차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하는 부모 마음…. 정말 말로는 못합니더.”
▲ 밥을 짓기 위해 쌀 씻는 명희.
현재 박 씨는 공사장 막일을 찾아다니고 있다. 월세 35만 원을 내는 방은 비가 내릴 때마다 냄비를 받쳐야 한다. 시장 골목이라 더 저렴한 월세는 찾기조차 힘들다.
“아빠, 조금만 더 크면 내가 엄마 지킬 거야.”
뭘 안다는 듯이 내뱉는 성우의 한 마디가 신 씨의 마음을 파고든다. 성우가 빨래를 접는 동안 명희는 저녁을 준비한다. 네 식구 먹기엔 부족해 보이는 쌀을 씻고 손을 넣어 물 양을 가늠한다.
친구들 다 있는 컴퓨터도 없는 방, 하나뿐인 책상을 차지하기 위해 성우와 명희가 실랑이를 벌인다. 늘 애어른 같기만 했던 두 녀석을 보며 부부는 눈물을 거둔다.
최근 20일 전, 성우는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아 병원에서 물리치료 중이다. 아직 나이가 어려 섣불리 수술을 하기가 쉽지 않다. MRI 촬영을 해봐야 하지만 38만원 정도의 가격이 부담돼 엄두가 나질 않는다. 내년 3월에 있을 시합에 꼭 출전하고 싶어 하는 성우의 마음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 성우 가족(경남 마산)에게 도움을 주시길 원하시는 분은 월드비전(☎ 02-784-2004)로 연락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