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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소나무 그늘 밑에서 막걸리 몇 잔에 취해서 “우리 밭에다 불이나 질러 볼까?” 심심풀이 객기에 한말이 불씨가 되어 불사 지르고 주말농사를 한지 어언 9년이 흘렀다. 봄이면 밭에 불사 지르고 시앗 파종 후 여름에는 비를 맞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서로들 의견 충돌로 매번 배가 산으로 오르지만 우리 마음은 오늘도 항해를 하고 있다. 오늘은 장마가 오면 감자가 썩는다는 말에 갑자기 모인 것이다. 말 그대로 번개모임인 샘이지만 한 사람 빠진 회원이 없다. 참으로 할 일도 없는 분들…. 두 번째 서열인 행님은 넥타이 벗어 던질 시간도 없었나 보다. 넥타이를 벗으면서 밭으로 오는 폼새가 어지럽기만 하다. “나 예식장에서 여기로 직방이야…” 늘 혼자 하는 중얼거림이지만 난 꼬박 9년을 막둥이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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