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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5/09/12
 

007과 본드걸~

역대 최고의 본드걸은? 




왜 그들을 본드걸이라고 부르게 됐을까. 이런 질문은 우문에 불과합니다. 맨 처음 누군가가 <닥터 노 Dr. No>의 시사회장 같은 곳에 갔을 때, 그리고 거기서 흰 수영복의 어슐라 안드레스가 파도를 헤치고 바닷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백사장으로 걸어나왔을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저절로 이 말이 떠올랐을 겁니다. '본드걸'.

그렇습니다. 뭐든 처음 하는 가장 중요한 법입니다. 어슐라 안드레스의 위력은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죠. 그녀의 흰 수영복은 세월을 뛰어넘어, <어나더 데이 Die Another Day>에서 할리 베리의 주황색 비키니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게다가 안드레스는 두 편의 007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닥터 노>와 67년작 <카지노 로열 Casino Royale>이죠. 물론 뒤의 영화는 정규 007 시리즈로 쳐 주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007이(그것도 여러명) 출연합니다. 여기서 안드레스는 베스퍼 린드 역으로 출연하죠. 그렇습니다. 바로 2006년작 <카지노 로열>에서 에바 그린이 맡은 역할입니다.

최고의 본드걸이 누구냐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여자가 누구냐는 것과 비슷한 의미를 갖긴 합니다만,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닙니다. 마릴린 먼로가 본드걸 역할을 맡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해 버리면 쉽죠.

아무튼 본드걸 역할은 대부분 무명 배우들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는 효과를 발휘하긴 했지만, 그중에서 진짜 톱스타가 된 배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대박이 터진 경우는 매우 드물죠.

<썬더볼 Thunderball>의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 Never Say Never Again>에 출연했던 금발의 미녀 배우는 진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톱스타가 됐습니다. 불운의 여인 도미노 역할을 맡은 킴 베이싱어는 이 영화 이후로 성공일로를 걷죠.




하지만 67년작 <카지노 로열>과 마찬가지로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 또한 정규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 작품이라서 베이싱어를 '가장 성공한 본드걸'로 꼽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진짜 끔찍한 본드걸도 몇몇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악의 본드걸은 <옥토퍼시 Octopussy>에 나온 모드 아담스입니다.



놀랍게도 모드 아담스는 두 편이나 본드걸로 등장합니다. 그것도 정규 시리즈에 말입니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A Man With A Golden Gun>에도 아담스가 등장하는데, 제가 알기로 정규 시리즈에 두번이나 나온 본드걸은 이 사람 하나 뿐입니다(틀리다면 대기중인 Young님이 수정하실 겁니다). 도대체 왜? 인물이 그렇게 없었단 말입니까?

물론 아담스 부분은 취향이 엇갈릴 수 있다고 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최강이자 최악의 본드걸을 뽑자면 아마 이 사람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뷰투어킬 View to A Kill>에 나온 그레이스 존스입니다.

80년대 최고 몸값의 슈퍼모델이었던 존스는 이 영화 이전에 <코난2 Conan the Destroyer>에도 괴력의 여자 역사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그녀를 보는 순간 느끼는 것이 공포감이라는 것을 의식한 듯 합니다.

존스의 이력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가수 경력이죠. 대표곡은 <I've seen That Face Before>입니다. 피아졸라의 Libertango에 가사를 붙여 편곡한 이 노래는 해리슨 포드가 파리에서 사라진 아내를 찾아 동분서주하는 <해리슨 포드의 실종 Frantic>의 주제가로 쓰여 널리 히트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그룹 듀란 듀란의 히트곡 주제가로도 잘 알려진 이 작품의 '정규 본드걸'은 사실 백치미가 돋보이는 금발 미녀 타냐 로버츠입니다.





하지만 그레이스 존스의 악역 이미지는 너무도 강렬해서 많은 사람들이 로버츠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특히 존스와 악당의 대표자 크리스토퍼 워큰의 러브신은 007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장면으로 기억되곤 합니다.

최고의 본드걸을 꼽는다더니 왜 최악에서 노느냐고 항의하실 분이 많을 줄로 압니다. 하지만 이런 소재를 단 한번의 포스팅으로 끝낼 리 없다는 걸 잘 아시겠죠. 최악부터 먼저 훑은 다음에 서서히 본론으로 접근하겠습니다. 제목의 (1)은 괜히 붙인 게 아닙니다.

 

그래도 눈 소독하시라고 마지막으로 몇장 올립니다.





너무 작은 역이어서 지나치신 분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잠시 지나간 그녀의 관능미에 눈을 돌렸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그라치아 쿠치노타. 이탈리아 출신의 이 미녀는 <언리미티드 The World is not Enough>의 맨 앞부분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본드를 공격했던 여자 킬러 역으로 등장했습니다. 전형적인 악의 본드걸이죠.





2. 마이너리티 본드걸들 - 최고의 본드걸(2) 



(역대 최고의 본드걸은? (1)
http://blog.joins.com/fivecard/7366106 에서 계속되는 글입니다. 앞으로도 시리즈 이어집니다.)



<카지노 로열>에 캐스팅될 뻔 했던 수많은 본드걸들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아이쉬와라 라이였습니다. 라이가 베스퍼 역에 캐스팅됐더라면 최초의 인도 출신 본드걸일 뿐만 아니라, 역대 본드걸 순위에서도 밀리지 않는 미녀로 기록에 남았을텐데 말입니다.








본드걸 중에 동양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은 본드걸의 역사에서 대단한 마이너리티로 남아 있습니다. 일단 일본 출신의 두 여배우는 모두 일본이 중요한 무대인 <두번 산다 You Live Only Twice>에 나옵니다.


와카바야시 아키코



하마 미에



와카바야시 아키코와 하마 미에는 당대 일본의 인기 여배우였습니다. 연기력은 미지수지만 대중적인 인기만큼은 충분히 알아줄만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배역. 두 배우를 데려간 영국 프로듀서들은 3개월간 어학연수를 시켰습니다(...1960년대의 일입니다). 일단 용모만 보고 하마 미에를 훨씬 비중이 큰 수키 역에, 와카바야시를 키시 스즈키 역에 배치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하마 미에의 영어 실력. 도저히 '몇달 가르쳐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린 제작진은 하마를 일본으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여기서 대일본제국의 딸 하마 미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결단을 내립니다.

'배역교체라는 수모를 견디느니 차라리 런던 도체스터 호텔에서 자결하겠다' 는 최후통첩을 한 것입니다(...이건 1960년대가 아니라 1560년대로군요).

아무튼 가미가제의 딸들을 가볍게 생각했던 제작진은 뜨악해서 하마를 대사가 거의 없는 키시 스즈키 역으로, 와카바야시를 수키 역으로 바꿉니다. 이번엔 와카바야시가 '수키'라는 배역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자신의 이름을 딴 '아키'로 바꿔 달라고 요청합니다. 이것 역시 들어주지 않았다가는 초상을 치를까 겁이 난 제작진은 얼른 요청을 수락했다는 후문입니다.

두 배우 모두 당시까지는 대표적인 인기 여배우였지만 묘하게도 이 작품 이후 두 배우는 거의 주목할만한 활동을 보이지 않습니다. 와카바야시는 우디 앨런의 장난으로 뮤명한 <무슨 일이야, 타이거 릴리 What's Up, Tiger Lily>로 배우로서의 명성을 이어가지만











하마 미에는 몇해 뒤 유명한 환경운동가로 변신합니다. 과문한 탓인지 환경 보호를 위해 자결하겠다고 정부를 협박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양자경은 너무도 잘 알려진 배우인 만큼 별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겁니다. 특히 30대 이상의 세대라면 아시아를 뒤흔들던 <예스 마담> 시리즈의 위용을 잊지 못하는 분이 많겠죠. 1962년생인 양자경은 말레이시아의 화교로 미스 말레이시아 출신입니다. 중국어 발음으로는 양즈충 정도지만 고향에서는 여추켕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니다. 영문 표기가 Michelle Yeoh인 이유는 이것입니다.


양자경이 아시아를 대표해 본드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국제적인 스타라는 데에는 아무런 토를 달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그 시기가 1997년이라는 건 좀 안타깝습니다. 그녀의 나이 35세. 물론 <마이애미 바이스>의 공리가 40대에도 미모를 뽐냈지만 양자경이 10년, 아니 5년이라도 먼저 출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합니다.

동양인 못잖게 드문 것이 흑인 본드걸입니다. 지금에 와선 누구나 다 아는 할리 베리가 있지만 그녀가 최초는 아닙니다. 그레이스 존스는 악의 편이라고 치워 둔다 해도 베리 이전에도 흑인 본드걸이 있긴 있었습니다.




바로 <죽느냐 사느냐 Live and Let Die>의 글로리아 헨드리입니다. 그녀 이전에도 단역 흑인 여배우들은 있었지만, 본드와 러브 라인이 형성됐던 흑인 여성은 헨드리가 처음입니다.

이런 마이너 여배우들에 비해 본드걸의 절대 다수는 백인이었지만,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역시 동구권 출신의 여배우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경우로는 이 여배우가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라나 우드입니다. 그녀의 본명은 스베틀라나 구르딘.

러시아 출신의 미국 이민 자녀입니다. 문제는 그녀의 언니가 100배 정도 더 유명하다는 것.



바로 <초원의 빛>으로 불멸의 스타가 된 나탈리 우드입니다.

또는 나탈리아 니콜라예브나 자카렌코라고도 하지요. 사실 우드가 러시아계라는 건 저도 몰랐습니다. 오히려 라틴계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말이죠(이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남은 데서 온 착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유럽을 대표하는 본드걸로는 이 사람을 빠뜨릴 수 없습니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주로 스웨덴에서 활동했던 <골든 아이>의 이사벨라 스크룹코입니다. 다만 전성기가 너무 빨리 지나가 아쉽습니다. 젊어서는 전형적인 글래머 미인이었지만 나이를 먹자 미셸 파이퍼의 대체 배우가 되어 가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음번엔 본드걸의 물을 흐렸던 톱스타들을 주로 살펴보겠습니다.



3. 본드걸의 물을 흐린 톱스타들 - 최고의 본드걸(3)



(386의 영원한 로망, 소피 누납니다.)


본래 본드걸은 톱스타의 몫이 아닙니다. 간혹 본드걸 역할을 통해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뒷일일 뿐입니다.

다 아는 얘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최고의 본드걸'을 꼽는다니까 할리 베리나 소피 마르소를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본드 역할을 맡으면서 이미 만들어진 기성 스타들이 본드걸 역할을 맡는 빈도가 늘어난 것을 보면, 제작진이 브로스넌을 못 미더워한 결과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브로스넌 시대를 통해 본드걸 출연진의 위상이 매우 높아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골든아이> 때까지는 전과 크게 달라진게 없습니다. 이자벨라 스크룹코(위 사진)도 스웨덴의 국내용 스타에서 국제적인 지명도를 얻는 성공을 거뒀고, 팸키 젠슨 역시 경력에 가속도를 더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일생을 통해 그리 착한 역을 맡아 보지 못했던 젠슨은 본드걸 출연 이후 X맨 시리즈의 실질적인 여주인공 진 그레이 역할로 발돋움합니다. 물론 그레이도 마지막에 본성(?)을 드러내긴 합니다만, 젠슨으로서는 배우로서의 레벨을 한 수준 높이는 기회였죠.







<네버다이 Tomorrow Never Dies>(가끔 장난으로 '007 네다바이'라고 부르기도 하죠)에서는 양자경과 테리 해처가 나옵니다. <골든 아이>보다는 제법 업그레이드 돼 있죠. 양자경이야 세계적인 명성이 없었다고 치더라도 테리 해처는 슈퍼맨 이야기를 다룬 <로이스 앤 클락>으로 이미 톱스타 대접을 받고 있었습니다. 물론 극중 비중은 양자경에 비해 훨씬 뒤쳐지죠.





재미가 들렸는지 <언리미티드 The World Is Not Enough>에서는 거물 소피 마르소까지 등장합니다. 이미 <브레이브하트>의 여주인공으로 영미권에서도 톱스타 대접을 받게 된 뒤의 소피 마르소이고 보면 어디로 보나 본드걸 급은 아니었죠.

신기하게도 이 사람은 늙을수록 예뻐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드걸 연기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신인 아닌 여배우가 신인인 척 한다고나 할까요. 이 사람은 '본드걸 아무개'라기 보다는 그저 '소피 마르소'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간이 배밖으로 나온 제작진은 마침내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를 캐스팅한다는 놀라운 생각을 해 냅니다. 물론 <몬스터스 볼>이 2001년작이니 캐스팅할 때에는 오스카 수상자가 될 줄 몰랐겠지만, '본드걸'이라는 말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라는 말은 거의 '참치'와 '토마토 캐첩'이란 말처럼 마냥 멀게만 느껴지는 말들이기 때문입니다.



하긴 할리 베리는 오스카 뿐만 아니라 라즈베리상도 받은 적이 있으니 그리 놀랄 일이 아닌지도 모르지만, 이때까진 라즈베리상이 그녀에게 돌아갈 지는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캣 우먼>은 2년 뒤의 일이니까요.

영화도 신통찮았지만 베리의 연기 또한 뾰족하게 볼 게 없었습니다. 게다가 패턴도 그 직전의 영화인 <스워드피시>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가끔 두 영화의 장면들이 헷갈리곤 합니다.

이건 <스워드피시>의 한 장면입니다.
(좀 강한가요?)





사실 <다이 어나더 데이>에선 그냥 물만 흐려 놓은 할리 베리에 비해 로자문드 파이크가 훨씬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눈의 여왕>이란 드라마가 방송됐지만 이 영화에서의 파이크는 그야말로 얼음장같은 미모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를 깨닫게 해 줬습니다. 본드걸 치고는 꽤 어린 23세였던 파이크는 이후 키라 나이틀리와 함께 <오만과 편견>에서도 꽤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죠.






내심 생각했던 최고의 본드걸 후보이기도 했지만 워낙 <다이 어나더 데이>를 재미없게 본 터라 그냥 이 정도로만 하기로 했습니다.


진짜 내심 생각하는 최고 본드걸도 꼽아야 하고, Young님이 보내주신 스크린샷도 주루룩 올려야 하니 당분간 포스팅 거리는 많을 것 같습니다. 아예 007 관련 폴더를 만드는게 나을 지도 모르겠군요.


자, 다음번엔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본드걸들을 '마침내' 정리해 보겠습니다. 뭐 이번 포스팅까지 보고 나면 웬만한 분들은 다음번에 누가 나올지 대강 짐작하시겠죠?




출처: 조인스, 송원섭의 피라미드 블로그에서 담아옴

흐르는 곡: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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