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아빠의 '내 아이 신종플루, 이렇게 나았다' "아빠, 아파" 큰아이 호소무시하다 둘째까지 옮아 너무 두려워 할 필요없어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12)이 미열 증세를 보인 것은 지난달 19일 밤이었다. 조금씩 기침도 했다. 아들이 "이거 혹시 신종플루 아니야"라고 했을 때 기자는 웃음이 났다. "그런 걱정 말고 길거리 차조심이나 해라. 차에 치여 다칠 확률이 훨씬 높거든"하고 핀잔을 줬다. 그때만 해도 신종플루는 어디 먼 곳에서나 벌어지는 일로 알고 있었다.
아이는 이튿날 오전부터 38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렸다. 가까운 동네 내과를 찾았더니 의사는 일반 감기약만 처방하고 "이틀쯤 기다려본 다음 신종플루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결과론이지만 그 말을 따른 것이 실수였다. 그때 강하게 우겨서라도 즉시 검사를 받아야 했다.
아이의 증세는 점점 심해졌다. 아이는 "집이 빙빙 도는 것 같다" "토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21일 다른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즉시 신종플루 검사를 했지만 역시 감기약을 처방했다. 여전히 약은 듣지 않았고 열도 내려가지 않았다.
아이는 밤새 신음했다. '큰일났네. 응급실로 가야 하는 상황인가?'하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다고 초등학교 5학년인 딸(10)도 22일부터 발열과 어지럼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오빠와 증상이 똑같았다.
멍하니 아이들을 내버려둔 후회가 밀려왔다. 결국 아들은 23일에야 확진 판정을 받고 타미플루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확진 판정 소식을 듣고 처음에 '신종플루 아니냐'고 한 아이의 말을 쉽게 웃어넘긴 스스로에 대해 자책감이 밀려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딸은 검사에 들어가면서 타미플루를 먹기 시작했다.
머리맡에 있는 기자에게 "아빠는 왜 그렇게 멀리 서 있어? 그런데 내 방이 왜 이렇게 작아졌지?" 하는 등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을 할 때는 너무 놀라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의사로부터 나중에 "타미플루가 가진 신경성 부작용을 가볍게 겪은 것"이라는 설명을 들은 다음에야 놀라움이 풀렸다.
이후 두 아이는 한번에 75㎎씩 하루 두 차례 5일간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하루 세 차례 감기약을 병행 복용하며 증세가 나아졌다. 지난달 29일에는 둘 다 완치 확인을 받아 신종플루와 작별할 수 있었다.
증세 발생(19일) 5일째에 타미플루를 복용한 아들과 하루 만에 타미플루를 복용한 딸의 차도는 완전히 달랐다. 딸은 타미플루 복용 직후 곧바로 증세가 없어졌다. 그러나 아들은 타미플루를 복용하면서도 구토를 반복했고 어지럼증도 잘 없어지지 않았다. 타미플루 복용은 증세가 나타난 지 이틀 이내에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확진 전이라도 의사 판단에 따라 처방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 실감났다.
한 고교 동창이 전화를 걸어와 "아이들 신종플루 걸렸다며? 우리 아이도 기침을 하는데 어떡할까"하고 묻기에 "즉시 병원 가서 무조건 검사부터 받으라"고 말해줬다. 겪어보니 신종플루는 빨리 대응할수록 좋은 병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가족의 타미플루 대처방식은 아이가 옳았고, 아빠는 틀렸다.
아이 말대로 처음부터 신종플루를 의심하고 대처했으면 앓는 기간과 강도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딸까지 걸린 것은 전적으로 기자가 적절한 격리 조치를 못했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수건을 분리하고, 피부 접촉을 막는 등의 조치만 했어도 딸은 무사히 지나갔을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신종플루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딸은 나중에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증세는 가벼운 감기보다 덜 했다. 아이들을 진료한 김태훈 서울우리들내과 원장은 "신종플루는 제때 약을 복용하고 충분히 쉬며 치료하면 낫는 병"이라며 "평소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선 김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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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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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기운이 있어 동내 내과에 갔는데 일반감기라고 하면서
'타미플루'를 처방해 주지 않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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