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천문화재단 제공 한 소녀의 효심이 세상 곳곳에 전해질 수 있을까. 사진은 작년 10회 심청효행상 시상식에서 특별상 수상자인 오예림(17₩꽃다발 을 든 학생)양과 그를 응원하러 온 친구들의 모습. 그들이 그리는 효(孝)는 어떤 모습일까.
◆선배 심청들
'최고참 심청이'는 황현주(27)씨다. 그는 당시 고3으로 1999년 1회 심청효행상을 받았다. 황씨
는 현재 대학을 마치고 부산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부모와 오빠는 모두 언어·청각장애인이다.
당시 황씨의 가족은 거리에서 볼펜행상을 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황씨는 집안일을 도맡아
했으며 틈나는 대로 농아원을 청소하고 장애인들의 수화를 통역해주는 봉사를 했다.
황씨가 대학을 다니는 동안 부모는 이혼했다.
현재 황씨는 어머니와 둘이 산다. 아버지는 오빠와 살고 있다. 황씨네 가족의 생활비는 현주
씨가 충당하고 있다. 그는 "특별히 효도한다기보다 딸로서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민선(21)씨는 중1 때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왔다. 파출부를 하던 어머니
는 당뇨 합병증으로 드러눕더니 2003년에는 계단을 내려가다 다친 상처가 아물지 않아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잘라야 했다.
어머니의 신장도 문제였다. 김씨는 어머니를 치료하는 한편 국가 자격증(정보처리기능사,
오토캐드 1급 등) 8개를 땄다. 현재 그는 경기도 군포의 회사에서 일하면서 어머니를 근처
요양원에 모셨다.
김씨는 매일 퇴근하고 이곳에 들르며 주말에는 함께 생활한다. 그가 버는 월급의 대부분인
150만원이 어머니에게 들어간다. 그는 "딸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더욱
잘해야 한다"며 울먹였다.
2006년 8회 대상을 받은 안혜원(21)씨의 아버지는 10년 넘게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었다.
매주 세 번 병원에서 투석을 받지만 병세는 깊어만 갔다. 혜원씨는 자기 신장을 아버지에게
줬다. 아버지는 건강을 되찾았다.
효행으로 그는 2007년 인하대 수시모집 글로벌 리더 전형에 합격했다. 그는 국제통상학과
3학년이다. 어머니는 "딸 덕분에 수술한 후 가족관계가 돈독해졌다"며 "장학금을 받아 부모
짐을 덜어주고 있다"고 했다.
중2인 구현진(14)양도 여전히 부모님을 잘 공경하고 있다. 구양은 지체장애 1급인 홀아버지를
잘 돌봐 2007년 심청효행상 특별상을 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심청이 된 그는 중학생이
돼 사춘기를 겪고 있다.
아버지는 "현진이가 외모에 신경 쓰고 가수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친구들과 놀러 갈 때도 저녁시간만 되면 돌아와 아버지 식사를 챙겨드린다. 아버지는
"사춘기지만 잘 자라주는 게 고맙다"고 했다.
◆변심한 심청?만년 심청은 없다. A양은 14살 때 상을 탔다. 시각장애 1급인 할머니와 아버지를 모시며 힘들
지만 늘 웃는 모습이었다. 학교 성적도 늘 상위권을 유지했으며 글짓기·미술·서예 등의 대회에
서 상을 타기도 했다.
아버지는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집을 나가 연락이 별로 없다"고 했다. 시각장애인 아버
지는 딸의 휴대전화번호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어렵게 전화를 걸면 번호가 바뀐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버지는 뇌경색으로 작년 7월 입원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가사도우미의 도움
을 받고 있다. 그는 "사춘기가 와 혼란이 생긴 것"이라며 "지금 딸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극단적인 A양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배 심청들은 여전히 효심을 발휘하고 있다.
대학생활과 취업준비로 바빠 예전만큼 부모님을 챙기진 못하지만 마음만은 예전 그대로라는
것이다.
-
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인 김귀옥(26)씨는 "항상 부모님 걱정을 하지만, 내 앞가림 때문에
잘 챙기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일하다 골절상을 입은 아버지와 지체장애인 어머니
를 잘 모셔 2001년 3회 심청효행상 대상을 받았다.
그는 "부모님 옆에 붙어만 있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며 "어서 빨리 취직하는 것
이 효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회 심청효행상을 받은 전아름(25)씨도 김씨와 비슷하다.
전씨는 1987년 아버지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관절이 썩고 당뇨병마저 심해져 어머니가
가출한 가운데 꿋꿋하게 아버지 병구완을 하고 가정 일을 도맡았다. 그는 현재 대학을 졸업
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아버지는 "취업 공부하느라 딸과 얼굴 볼 시간이 별로 없지만 잠이 안 들어 뒤척이고 있으면
아름이가 새벽녘에 들어와 내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고 간다"고 말했다.
조선/w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