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능지탑
경주 낭산(狼山)은 경주박물관과도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는, 언뜻 보기에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지막한 야산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선덕여왕릉이 있고, 사천왕사지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낭산 사천왕사지 가까이에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은 색다른 모양의 탑이 하나 있습니다. 능지탑(陵只塔) 또는 연화탑(蓮華塔)이라 부르는 이 탑은 문무왕의 화장터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태종무열왕(김춘추)의 장남이자, 통일신라의 기틀을 완전히 세운 문무왕은 당나라와 연합하여 고구려를 멸망시킨 후, 일전을 벌여 당나라 세력도 한반도에서 몰아내었습니다. 그는 대동강에서 원산만에 이르는 한반도 이남의 땅을 처음으로 완전히 통일한 왕이기도 합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문무왕은 "임종 후 열흘 안에 고문(庫門) 밖 뜰에서 화장하라. 상례의 제도를 검약하게 하라"고 유언하였습니다. 능지탑 주변에서 문무왕릉비의 일부가 발견되었고, 사천왕사지, 선덕여왕릉, 신문왕릉 등이 이웃해 있는 점으로 보아 이곳을 문무왕의 화장터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십이지신상 가운데 양의 신상
능지탑에는 통일신라시대 능묘에서 볼 수 있는 십이지신상을 기단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십이지신상 중 3개는 분실되었지만, 남아있는 9개는 비교적 뚜렷하게 조각상이 남아있어 신라인의 뛰어난 조각 솜씨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십이지신상은 성덕왕릉, 경덕왕릉, 괘릉, 헌덕왕릉, 김유신 장군 묘에도 볼 수 있는데, 이는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신라인만의 독특한 발상입니다.
 - 능지탑
이 탑은 십이지신상이 새겨진 기단 위에 피어오르는 연화문을 새긴 석재를 두르고, 그 위에 흙을 덧쌓고 나서 다시 석재를 모아 탑을 쌓고, 그 위에 다시 연화문을 새긴 석재를 두르는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능지탑이 원래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동안 탑재가 흐트러져 있던 것을 새로 맞추어 지금처럼 이층으로 쌓아두었으며, 원래는 오층석탑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능지탑 주변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해 모아놓은 석재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백성에게 부담을 지우기 싫어 열흘 안에 화장을 유언한 문무왕, 죽어서도 동해를 지키는 용이 되어 왜구로부터 나라를 지키길 원했던 문무왕, 불국토 통일신라를 지키고자 한 그의 열망을 능지탑 돌조각 하나에 새겨진 연꽃 한 잎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