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넘쳐나는 설득 서적은 무슨 무슨 법칙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기교를 설명하기 바쁘다. 하지만 진정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고객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
갑자기 왠 사랑타령이냐고? 사랑 메시지의 힘은 실로 엄청나다.
2000년 5월 I LOVE YOU 바이러스는 적어도 10억 달러 어치의 컴퓨터를 망가뜨렸다. 기술적으로는 대단치 않았지만, 제목이 문제였다. 피해자들은 사랑이라는 말에 헤벌쭉 설레는 마음으로 파일을 클릭했고, 컴퓨터는 멍텅구리가 되었다. 이성도, 지식도 사랑 앞에선 힘을 잃는다.
고객은 사랑을 갈구한다. 사랑의 메시지를, 눈빛을 던져라. 고객은 덥썩 물 것이다.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는 이 손쉬운 설득 방식은 몇 가지 이득을 준다.
1. 사랑의 메시지는 의심을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의심 자체를 지워버린다.
박카스 광고를 보면서 “저것들이 박카스 팔아먹으려고?”라고 의심하는가? 오히려 풋풋한 감성적 이미지로 안착된다. 마치 수도꼭지를 틀 때 물이 나올까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2005년 오픈한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의 곳곳에는 10개나 되는 카페 뺨치는 휴식 공간과 500개가 넘는 편안한 휴식 의자가 있다. 바로 고객을 사랑한다는 메시지다. 고객은 “신세계 이것들, 여기서 쉬고 힘내서 물건 더 사라고?”하고 의심하지 않는다. 전투적인 자세를 풀고, 위안과 안정감을 얻기 위해 이 곳을 다시 찾을 뿐.
2.사랑의 메시지는 의리를 만든다.
다마고치를 기억하는가? 1996년 11월, 일본에서 출시된 가상 애완동물이다. 두 달 만에 50만 개가 팔렸고 물건이 동나자 20배가 넘는 가격에 암거래도 이뤄졌다.
2009년 1월, 도쿄 긴자의 한 가게에는 새로 입고된 다마고치를 사기 위해 2천여명이 칼바람을 맞으며 밤새도록 줄을 섰다. 왜? 그들의 머릿속엔 다마고치라는 따뜻한 위안거리에 대한 의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열애중인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려면 죄의식이 생기듯, 사랑은 자연스런 자발적 의리를 만든다.
아쉽게도 홈쇼핑은 사랑의 끈, 의리의 끈을 맺지 못하고 있다. 2007년 한국갤럽에 따르면 홈쇼핑의 고객 충성도는 겨우 5.9%에 불과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짧은 시간 지켜보는 시청자 놓칠 새라 따발총처럼 일방적인 정보만 쏟아내다 보니 그런 건 아닐까?
3. 사랑의 메시지는 습관을 만든다.
사치 앤 사치의 CEO 캐빈 로버츠는 머리를 감을 때 꼭 비듬제거 전문 샴푸 '헤드 앤 숄더'를 쓴다. 이 아저씨는 대머리라서 비듬문제가 없다. CJ홈쇼핑의 인기 상품 댕기머리 샴푸는 한때 재구매율이 30%를 넘었다.(CJ 서상진MD)
소비자는 한번 만족한 물건이 떨어지면 다시 같은 걸로 산다. 무생물인 사용품과 생명체인 소비자 간에 생겨난 의리와 연민으로 인한 습관이다.
4. 사랑의 메시지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한다.
다음 두 판매자의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에 더 끌리는가?
“이 카메라는 후지 파인픽스의 최신 기종으로 무려 1600만 화소, 12800 고감도, 3인치 넓은
LCD, 필름 수준을 구현하는 최신 기술이 어쩌구 저쩌구….”
“누군가가 고객님 자녀와의 소중한 성장기 추억을 5만원과 바꾸자면 바꾸시겠습니까? 아이의 지금 모습은 지나고 나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랑스런 영롱한 눈빛, 뛰어노느라 홍조를 띈 뺨, 꺄르르하는 웃음 소리, 안아달라고 두 팔을 벌리고 뛰어오는 모습, 뽀얀 솜털.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영원한 추억을 한달 4만8천원과 바꾸십시오.”
후자는 지난 일요일 오전 카메라 방송을 하면서 했던 말이다. 고객은 카메라가 아니라 영원한 추억과 즐거움을 산다. 고객은 홈쇼핑을 통해 가치를 사고 테마를 얻고 삶의 변화와 활력을 스스로에게 선물하고 싶어한다.
이성적 정보는 머리를 자극하지만 사랑의 메시지는 가슴에 새겨진다. 소비자는 가식적인 아첨과 진심어린 칭찬을 쉽게 구별해낸다. 차가운 소비자의 마음을 녹이려면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달해야한다.
기술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그냥 사랑하라. 수려한 말솜씨를 뽐내기보다는 단지 듣는 이를 사랑하며 말하라. 그것이 성공의 길이다.
다음주엔 당신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재미난 말 뒤집기 기술을 소개하겠다.
장문정은 누구?
현재 CJ홈쇼핑의 간판 쇼호스트이자 기업 프리젠터이다.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서 광고학을 전공, LG니꼬(현 LS그룹 계열사)를 시작으로 미국의 Wal-Mart, 일본의 JVC 등 국내 대기업과 세계 초일류 기업들에서 마케팅과 전략 기획을 담당했다. 목소리 변환이 자유롭고, 다양한 의상을 방송에 활용해 ‘캐릭터 왕자’라고 불린다. 2008년 베스트 쇼호스트 상을 수상했다. ‘장문정의 쇼호스트보다 말 잘하기’는 매주 금요일 조선닷컴에 연재된다.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