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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고운 수청동 계곡에서
멀리서 바라보는 대관령의 가을빛이 고와 집을 나섰다. 주문진 연곡에서 진고개 쪽으로 가다 보면 행정리가 있다. 이 행정리 마을로 들어서면 마암터 저수지가 있고 그 위로 오르면 수청동계곡이 있다. 
그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백두대간 자락의 매봉이나 천마봉을 오를 수 있다. 이 곳은 소금강에 버금가는 신비로 싸인 계곡과 원시림이 있다. 계곡 초입에는 마을휴양지가 있어, 여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즐긴다. 지금은, 사람의 발자취가 끊겨서 태고적 신비만 정적에 싸여 있다.

수청동 계곡의 비경엔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자연이 그려놓은 황홀한 수채화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계곡의 절경. 반석 위로 흐르는 백옥같이 맑은 물, 수정처럼 맑은 담(潭)과 소(沼)...... 그 속에 비쳐진 아름다운 세상은 또 다른 신비의 세계다. 금강소나무 숲과 활엽수림의 오색찬란한 단풍, 길섶에 핀 앙증맞은 작살나무 열매, 이 가을에 마지막으로 꽃을 피우는 산부추, 물 속에 비친 금강송 고사목 등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수청동 계곡이 매봉 자락에 있다.

단풍나무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우리 산에 흔히 자라는 좁은단풍나무을 비롯하여, 당단풍, 넓은잎고로쇠, 왕단풍, 털참단풍, 서울단풍, 산단풍, 복자기, 은단풍, 야촌단풍, 신나무, 고로쇠, 우산고로쇠 산겨릅나무 ,시닥나무, 복장나무, 부게꽃나무 등 수 십종에 이른다.

적자색의 좁은단풍 외에 홍엽으로 물든 복자기와 졸참나무,
노란빛깔의 산초나무는 더욱 아름답다.
한국 특산종인 좁은단풍(Acer pseudo-sieboldianum var. koreanum Nakai)은
전국의 표고 100~1,700m 사이의 산야에 자생하는 낙엽활엽소교목으로, 수고가 8m에 달하며, 비옥적윤한 산록과 계곡에 군생한다. 추위에 매우 강하여 다른 나무의 하목(下木)으로 크게 잘 자란다. 잎은 마주나며 길게 갈라진 손바닥모양으로 9~11개로 갈라진다. 잎 뒤에 연모가 있으며, 꽃은 암수한그루이며 원추화서로 액생(腋生)하고, 밑으로 늘어지며 5월에 자홍색 꽃이 핀다. 시과(翅果)의 날개는 장타원형이고 10월에 익으며, 날개 끝이 좁기 때문에 좁은단풍이라 한다. 씨앗은 긴 타원형의 날개를 가진 두 개의 열매가 마주보고 달린다. 바람이 불면 이 날개 달린 열매가 프로펠러처럼 날아서 멀리멀리 종족을 번식시키는 자기 기제를 갖고 있다.

단풍이 드는 이유는, 기온이 내려감에 따라
잎에서 합성된 당분이 제대로 이동하지 못하고 잎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붉은색 안토시안으로 변하게 되므로 단풍의 아름다운 색상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상록수는 잎이 그러한 온도 변화를 견딜 수 있기 때문에 겨울이 되어도 엽록소 파괴가 일어나지 않아서 겨울에도 푸른색을 유지한다고 한다.
먼저 진 줄 알았던 작살나무열매가 소담스레 매달려 있다.
영롱한 자주색 진주를 연상케 하는 보석 같은 열매다. 노랗게 물들어 가는 잎새도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곱다.
작살나무(Callicarpa japonica Thunb)는
중부 이남의 표고 100~1,200m의 산록 및 산복에서 자라는 낙엽활엽관목으로 높이는 2~3m에 달하며, 내한성, 내건성, 내공해성이 강하다 잎은 마주나고 도란형이며 길이 6~12cm이다. 꽃은 8월에 피며 꽃은 양성화로 길이 2mm정도이며 8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피고, 열매는 지름 4mm의 핵과로서 구슬처럼 둥글고, 10월에 짙은 자주색으로 익으며 여러 개가 뭉쳐서 달린다. 열매가 아름다워 꽃꽂이 소재로 쓰고, 정원이나 공원에 조경수로 식재하며, 열매는 야생조류의 먹이가 된다. 번식 방법은 가을에 종자를 채취하여 노천매장하였다가 봄에 파종하여 양묘를 한다. 작살나무란 이름도 재미있다. 작살나무는 대생하는 나무 가지가 작살모양을 닮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곧고 바른 줄기를 다듬어서 고기를 잡는 작살로도 사용했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길섶에는 낙엽과 함께 산부추가 아직껏 피어 있다. 봄에는 그 파랗던 잎은 말라 없어지고 앙상한 줄기에 꽃송이만 동그마니 남아 있다.

산부추(Alliu, tuborosum Rottm.) 산지에 자라며, 키가 30~60cm의 다년초로서 비늘줄기는 약 2cm로 알 모양 피침형이다. 잎은 비스듬히 위로 뻗으며 흰빛이 도는 녹색으로서 단면은 삼각형이다. 꽃은 붉은 보라색으로 많이 붙는다. 꽃덮개는 타원형이고 안쪽 꽃덮개가 약간 길며, 여섯 개의 수술 사이에는 톱니가 있다. 꽃잎은 자주색이다. 비늘줄기와 연한 식물체는 식용한다.

부추는 우리 전통 음식 모두에 맞는 토속 식물이다. 된장국에 들어가야 제대로 된 장맛이 난다. 국을 끓일 때 부추를 넣으면, 부추의 칼륨 성분이 된장의 소금 성분인 나트륨을 제거하여 좋고, 된장에 없는 비타민이 많아 영양학적으로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한다. 부추는 양념을 버무려 만든 부추김치, 오이소박이를 비롯해, 부추전, 부추밀전병, 만두속 등을 만들 때 필히 들어간다. 육고기 찜이나, 육개장, 영양탕과 같은 국에도 부추가 빠지지 않는다. 웬만한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데 특히 육류와 잘 어울리는 모양이다.
 부추는 ‘동의보감’에 ‘간의 채소’라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간 기능을 강화하는 작용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래서 간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부추 삶은 물을 자주 마시면 병증이 개선된다고 한다. ‘본초강목’에도 부추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신장이나 고환, 부신 등 비뇨 생식기 계통을 다스린다는 기록이 있다. 부추는 카로틴, 비타민 C, 칼슘, 철 등의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녹황색 채소이다. 특히 부추는 베타카로틴의 함량이 많은 채소로 다른 녹황색 채소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고 한다. 부추 잎에 들어있는 당질은 대부분 포도당 또는 과당으로 구성되는 단당류이며, 부추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는, 유기유황 화합물인 황화아릴 및 프로필 설파이드가 주체로서, 그 성분의 하나가 알리신인데, 이것이 비타민 B₁의 흡수를 크게 도와준다고 한다. 꽃이 지면 씨앗을 받아다가 아무데서 뿌려 두면 잘 자란다니, 오랍두리에 심어두고 아무 때나 뜯어 먹어야겠다.

수청동계곡은 소금강 계곡과 또 다른 신비한 면이 있다.
산세가 완만하여 물 흐름이 조용하고, 골이 깊고 넓어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있다.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바위들도 그 모양새 또한 기기묘묘하다. 계곡의 물은 소리 없이 흐르고, 물속에 노니는 산천어도 여유롭기 그지없고, 물 속을 고물고물 기어가는 다슬기도 느림의 미학(美學)이다.
 소슬한 바람이 사알살 부니, 개울가의 억새는 은빛으로 더욱 빛나고, 산 그림자가 마가리를 기대어 내려올 제, 수청동 계곡의 가을빛은 저물어 간다. 「세상살이는 큰 꿈과 같거니, 무엇하러 그 생을 괴롭힐 것인가? 그러므로 한종일 술에 취하여, 기둥 앞에 쓰러져 누워 있노라!」 라는 ‘이 백’의 ‘싯귀’를 떠올리며 오늘도 하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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