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노인봉에서
대관령 자락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배낭을 챙겨 메고 산으로 향했다.

진고개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대고 노인봉을 오르려니 바람이 너무 차서 귓불이 얼얼하다. 찬바람을 막기 위한 방한모와 장갑, 아이젠까지 필요하다. 이런 날에 산행을 하는 것은 조금 염려가 되긴 하지만, 사람들이 먼저 간 그 길을 따라 오르려니 끝없는 상념이 꼬리를 인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민을 삭일 수 있고,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던 체증의 찌꺼기도 걸러 낼 수 있고. 고뇌와 애증도 떨쳐낼 수 있다. 산은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다. 화려하던 지난날의 그 자리엔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새로운 봄을 기다리며......
산을 오르면 여러 가지 기쁨이 있다. 올 해는 때 이른 눈이 온 것이다. 하얀 세상은 그 무엇보다 깨끗하다. 산 아래는 아직 단풍이 들어 있는데, 산 중턱에서부터 정상까지는 눈이 싸여있으니 새로운 세상이다. 이 별천지 세상을 보러 사람들은 오늘도 산행을 하는 것이리라. 환상적의 백설의 세계를 보고 그렇게 즐거워할 수 없다. 외지서 온 사람들은 즐거움을 비명에 가까울 정도로 소리 지르고 좋아들 한다. 찬바람이 살갗을 파고들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 위에 자리를 깔고 점심을 나눠 먹는다. 그들의 표정에서 ‘행복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찌든 때를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즐기는 모습이 아름답다. 자유로워지고 넉넉해져서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모든 구속과 속박이 없는 자연을 만끽하면서 말이다.
 숲에는 노박덩굴이 길손을 반겨주고 있다.
정적 만이 감도는 눈 밭에서, 파란 하늘을 이고, 황적색의 겉껍질을 쓰고 있는 새빨간 열매는 그렇게 예쁠 수 없다. 노박덩굴은 그 쓰임새가 아주 다양하다. 정원이나 공원의 조경수로도 아주 훌륭하고, 꽃꽂이재료로도 활용되고, 민간에서는 훌륭한 관절염 치료제로 사용한다. 한 겨울에도 그 빨간 속살을 드러내고 있기에 산짐승들의 겨울먹이가 된다.
노박덩굴은 생약명으로 남사등(南蛇藤)이라 하고, 뿌리는 남사등근, 잎을 남사등엽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약용으로 쓰이고 있다. 열매는 여성의 생리통 치료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뿌리는 가을에 캐서 물에 깨끗이 씻어 그늘에 말려 잘게 썰어서 차로 끓여 먹으면 관절염, 고혈압, 저혈압 등 예방에 좋다고 한다. 
노박덩굴 [Celastrus orbiculatus Thunb.]
전국 산야의 표고 100~1,300m 사이에서 자생하는 낙엽활엽덩굴식물로 길이 10m, 직경20cm에 이르며 일본과 중국, 만주에도 분포한다. 양지와 음지 모두에서 잘 자라고 내한성과, 대기오염에 대한 저항성이 크다. 잎은 길이 5~10cm, 넓이 3~8cm의 타원형으로 끝이 갑자기 좁아지며 밑 부분은 둥글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엽병은 길이 1~3cm이다. 꽃은 암수딴그루 또는 잡성화로서 액생하는 취산화서에 1~10개가 달리며 5~6월에 황록색으로 핀다. 꽃잎과 꽃받침이 각각 5개이고 수술도 5개이며 주두는 셋으로 갈라졌다. 열매는 지름 8mm 정도의 둥근 삭과(삭果)로서 10월에 황색으로 익고 3개로 갈라진다. 종자는 황적색 종의(種衣)에 싸여 있다. 울타리나 고목에 덩굴식물로 식재하여 아름다운 열매를 감상하거나 꽃꽂이 소재로 이용하며, 종자를 파종하여 번식한다. 유사종으로는 노랑노박덩굴, 해변노박덩굴, 개노박덩굴, 그늘노박덩굴, 털노박덩굴이 있다.

봄에 지천으로 피었던 온갖 약초와 산나물의 흔적은 어디로 가고, 신갈나무와 사스레나무 군락이 온 산을 점령하고 있다.

노인봉 정상에는 바람이 세게 불더니, 금방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싸락눈이 나리기 시작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파란 하늘이 보였는데 지금은 하늘이 온통 잿빛으로 컴컴해진다. 구름이 까맣게 몰려오니 급하게 하산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