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을 해치는 야생동물은 까치와 고라니, 청설모 등 여럿이지만, 이 중 멧돼지가 농민들에겐 가장 큰 애물단지다. 먹성이 워낙 좋아 벼, 옥수수, 감자, 더덕 등 작물이라면 가리지 않는 데다, 200㎏을 훌쩍 넘는 거구(巨軀)여서 상대하기도 버겁다. 이 때문에 농가에서 짜내는 ‘멧돼지 퇴치 전략’은 아주 다양하다.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강원도 철원군 정연리 마을주민들은 집집마다 기르는 개를 한꺼번에 벌판에 풀어 놓거나, 한밤중에도 라디오 음량을 최고로 올려 틀어 놓곤 한다. 경음기(警音機)를 설치하는 집, 환한 조명등을 밤새 밝히거나, 심지어는 쥐약까지 놓은 농가도 있다. 사람을 피하는 습성을 생각해 동네 이발소에서 ‘사람 머리카락’을 가져와 뿌려 봤지만, 이 역시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이와 관련해 강원도로부터 ‘멧돼지 피해방지 대책 연구’를 의뢰받은 강원대 김종택 교수(수의학부) 팀은 1년여 연구 끝에 올 1월 대책보고서를 냈다. 어떻게 하면 멧돼지를 물리칠 수 있을지에 관한 연구다. 연구팀은 우선 몇 년 전, 전남 장흥의 한 농가에서 효험을 봤다는 호랑이똥에 대한 검증에 나섰다.
평소 농작물 피해가 심한 농가 주변에 호랑이 똥을 뿌리고 2주일 동안 관찰한 결과, 야생 멧돼지의 접근이 뚝 끊겼다. 하지만 곰 똥, 타조 똥을 뿌려도 똑같은 효과를 냈다.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반면 사육 멧돼지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피하기는커녕 먹어 치우기까지 했다. 김 교수는 “야생 멧돼지는 단순히 낯선 대상(동물)에 대한 야생동물 특유의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간이 지나 냄새에 익숙해지면 이 같은 ‘기피 반응’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프탈렌도 뿌려 봤는데, 멧돼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반면 전기 울타리를 설치한 뒤에는 2주 동안 멧돼지가 일절 접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현재로선 가장 효율적인 퇴치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김 교수는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고, 전기 울타리를 설치하고 2~3년 뒤면 멧돼지들이 전기 충격에도 울타리를 침범한다는 일본의 연구결과도 있어 효과를 장담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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