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향후 10년간 분당 신도시의 5배가 넘는 100㎢의 수도권 그린벨트(greenbelt·개발제한구역)를 풀어 주택 40만 가구를 짓기로 하자 그린벨트 개발 논란이 불붙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심각한 그린벨트 훼손"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보전 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로, 녹지 훼손 우려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해제될 그린벨트는 논·밭 등 농지(農地)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전 가치가 낮은 임야 등은 지난 정부가 이미 그린벨트에서 대거 풀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해제될 토지는 대부분 농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는 그린벨트의 환경성을 평가해 1~5등급으로 분류, 보전 가치가 낮은 4~5등급지를 대부분 해제했다. 당시 농지는 녹지(綠地)는 아니지만 보전 가치가 있다고 보고 1~3등급지로 분류해 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1~3등급으로 분류돼 있지만 쌀이 남아 도는 시대인 만큼, 농지는 보전 가치가 낮다"면서 "농지를 저밀도로 개발하고 공원도 조성할 경우, 오히려 환경적으로 더 쾌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 ▲ 21일 경기도 의왕시 청계마을. 그린벨트를 풀어 지은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작년 7월 완공됐다. 단지 절반은 임대, 절반은 분양아파트이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경기도 "그린벨트로 산업·연구단지 조성해야"
경기도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국토부의 그린벨트 해제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다만 택지 중심의 개발이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그린벨트가 단순히 주택공급 위주 개발로 그치지 말고 친환경녹색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연구개발, 교육, 문화와 산업 등과 어우러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형구 의왕시장은 "그린벨트 해제 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선 지역이 자족할 수 있도록 산업시설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인국 과천시장도 "지역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국토부는 주택을 짓고 지방자치단체는 교육, 문화, 연구 단지 등을 개발해 결국 그린벨트를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충북대 황희연 교수는 "국토부가 임대주택단지 추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원하는 사업을 그린벨트에 허용해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그린벨트가 개발벨트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정부는 그린벨트에 임대주택단지를 지으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현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그린벨트를 대거 해제했다. 현재 각 지자체들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미디어밸리(고양시), 행정타운(남양주시·의왕시), 유통업무설비(안산시), 복합문화관광단지(과천시) 등 20여 개의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환경단체들 "땜질식 그린벨트 개발은 그만"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제도로, 정부가 1971년 7월에 첫 도입한 후 1977년 4월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5397㎢가 지정됐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를 공약했던 김대중 정부가 2000년 이후 시화산업단지와 창원산업단지(11㎢)를 시작으로 전국의 그린벨트 1454㎢를 해제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그린벨트에 서민들을 위한 국민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건설했다.
정부는 작년에 2020년까지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담은 '2020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을 확정, 수도권은 개발제한구역(1540㎢)의 8% 가량인 124㎢를 해제하기로 했다. '환경정의' 오성규 사무처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린벨트를 '땜질'식으로 풀고 있어 그린벨트 난개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과천·의왕·하남 일대 농지 풀릴 듯
경기 과천·의왕·하남·광명·고양시와 서울 강남·서초·은평구 일대의 그린벨트 내 농지들이 그린벨트 해제 1순위가 될 전망이다. 과천시는 전체 면적 중 89.7%인 33㎢가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는 데다 서울과 인접하고 지하철 4호선 이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 면적의 90% 이상인 89㎢가 그린벨트로 묶인 하남시도 서울 근교에 위치, 해제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24.3㎢와 134㎢의 그린벨트를 각각 갖고 있는 광명시와 고양시 역시 서울과 인접해 있어 농지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린벨트가 해제되더라도 정부가 수용해 개발하기 때문에 개인이 큰 시세차익을 누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대주택벨트'로 변해가는 그린벨트 개발說 돌 때마다 투기·불법시설 몸살
기반시설 취약해 저소득층 '격리' 우려 차학봉 기자 hbcha@chosun.com
홍원상 기자 wshong@chosun.com
2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청계마을. 안양 인덕원에서 동쪽으로 난 화훼매장을 따라 3㎞ 정도를 들어가자 도로 왼쪽에 10~15층 높이의 국민임대주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작년 7월에 처음으로 완공한 국민임대주택단지. 주변에 녹지가 많지만 외진 곳이다 보니 대중교통과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주민 김모(여·73)씨는 "마을버스 숫자가 너무 적어 버스를 타는 데 보통 20분, 많게는 30분 이상씩 기다린다"며 "편의시설도 별로 없어 오늘은 대중목욕탕을 가는 데만 40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학교시설도 부족해 고등학생들은 버스를 30분 정도 타고 가야 등교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인근 그린벨트에서도 포일2지구, 관양지구 등의 임대주택이 개발 중이다.
녹지를 보전하기 위해 지정된 그린벨트가 임대주택 벨트로 전락하고 있다. 수도권 그린벨트는 지난 정부가 1540.8㎢ 중 124.2㎢를 해제, 이 중 46.55㎢에 40개 국민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여기에다 새 정부도 향후 10년간 임대주택 등 40만 가구를 그린벨트 100㎢에 짓기로 함에 따라 그린벨트에 들어서는 임대주택단지가 100여 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
보상비 저렴해 그린벨트개발 선호정부가 그린벨트에 집중적으로 임대주택을 짓는 이유는 토지보상비가 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하지만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자연환경까지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서울 강남구 세곡동과 강동구 상일·하일동에 조성하려던 7500가구 규모의 국민임대주택 단지 건설 사업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우수한 자연환경이 파괴된다"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국토부에 설치된 도시계획위원회는 도시계획에 관한 심의기관으로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충북대 황희연 교수는 "정부가 주택 공급 목표를 채우기 위해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까지 그린벨트를 해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린벨트가 해제되자 그린벨트에는 불법시설들도 끊이질 않고 들어서고 있다. '환경정의' 오성규 사무처장은 "정부가 앞장서서 그린벨트를 풀다 보니 그린벨트 투기가 끊이질 않고 불법시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도심 임대주택과 섞어 지어야
그린벨트 임대주택단지는 주변에 녹지가 풍부하지만 도로 등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임대주택이 밀집해 있어 저소득층의 사회적 격리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임대주택단지는 교통이 편리하고 일자리가 많은 도심에 지어야 저소득층의 경제적 자립을 도울 수 있는데 현재의 임대주택단지는 너무 외진 곳에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경우, 시 외곽에 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지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슬럼화되는 등 문제점이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도 세인트루이스에 임대주택단지로 개발한 '푸르이트이고' 주거단지의 슬럼화가 심각해지자 폭파 해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임대주택단지를 시 외곽에 배치하기보다는 일반 주택단지에 적절히 섞어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그린벨트에는 저밀도의 고급주택가로 개발하고 거기서 얻은 개발이익으로 도심에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며 "그린벨트에 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짓는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그린벨트 해제지역 분양가 1천만원이하"
연합뉴스 : 2008.09.22
국토해양부 이재영 주택토지실장은 22일 그린벨트를 해제해 들어서는 주택의 3.3㎡당 분양가를 1천만원이하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실장은 이날 평화방송의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해제될)그린벨트의 위치나 규모는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현재 조사하는 단계”라면서 “구체적인 위치나 규모는 내년 상반기쯤에 시범지구를 지정할 때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린벨트 해제지에 들어설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와 관련해 “기존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보다 15%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수도권 외곽의 민간택지에서 3.3㎡당 1천만원이 넘어가는 수준인데 (그린벨트를 해제할 경우) 1천만원을 넘어가지 않는 수준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분양가 인하를 위해 택지에서 조성원가를 낮추고 다단계 발주구조.하도급 체계 개편, 사업기간 단축, 금융비용 축소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뉴타운 추가 지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데 대해 “서울시가 이주수요나 원주민 정착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개선방안을 마련중인데 이 방안이 마련되면 서울시도 뉴타운을 추가 지정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