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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1031. 칠선계곡>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 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091031. 대륙폭포의 늦가을>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불 아래서 주소록을 펼쳐 들고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 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091101. 늦가을 제석봉에서...>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 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 두고 싶다.
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 두고 싶다.
 <091101. 소지봉능선의 가을>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 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091101. 백무동 하산길에서...>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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