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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오래오래 끌던 원고를 넘기고....
이 일이 늘어진 바람에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쉼표를 하나 찍어주었다. 나의 소박한 쉼표는 오래 전부터 노려왔던 DVD를 하나 빌려다보는 거였다.
그런데 소박하기는커녕 뜻밖에 멋진 파티에 초대되어 성대한 만찬을 맛본 기분이다.
케빈 클라인과 애슐리 주드 주연의 콜 포터의 전기 영화이자 뮤지컬 영화, “De-lovely".....
콜 포터는 20세기 전반 뮤지컬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전설적인 송 라이터로 그가 만든 주옥같은 노래들은 재즈 뮤지션들이 끊임없이 연주하고 재해석하고, 영화나 광고에 사용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영화는 이 위대한 예술가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가 남긴 노래들을 가지고 그의 삶을 한편의 멋진 “쇼”로 빚어냈다.
콜 포터는 부유한 출생에 좋은 교육을 받고 그의 문학적, 음악적 재능이 활짝 꽃 피울 수 있는 시대와 환경을 만나서 평생 나름대로 화려하고 성공적인 삶을 산 인물이다. 여러 남자들과 연애를 즐기면서(콜은 동성애자였다.) 동시에 아름답고 부유하고 착하기까지 한 아내를 곁에 두었다. 영화에서 뉴욕, 베니스, 파리,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펼쳐진 주인공들의 삶이 그림같이 아름다운 화면에 펼쳐진다. 화려한 파티와 극장, 기품 있고 럭셔리한 의상과 그레잇 갯츠비에 나올법한 20년대 특유의 여성들의 공들인 헤어스타일, 멋진 대저택과 정원들....은 그 시절의 상류층의 삶에 대한 눈요기를 제공한다. 주인공들의 사랑도 나름대로 감동적이고 남편의 남성편력까지 참아낸 린다의 헌신적 애정은 여러 생각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생각 거리 중 가장 시시껄렁한거 하나. 남편이 여성편력을 벌였어도 그만큼 참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그의 노래들이다. 뭐니뭐니해도 De-lovely는 콜 포터의 노래에 대한, 노래를 위한, 노래에 의한 영화이다. 어쩌면 비디오판 콜 포터 songbook, 콜 포터 히트곡 메들리 뮤직비디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맨 처음....연출자로 분한 조나단 프라이스가 노인이 된 콜 포터에게 나타나 그의 삶과 사랑을 무대에 올리겠노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브로드웨이 극장처럼 꾸며진 무대에 콜의 인생의 주요 인물들...친구들과 그들의 가족과 아이들, 브로드웨이 제작자, 헐리웃 제작자 등 사업 동반자 등등이 차례로 등장해 흥겨운 를 부른다. 그 다음 파티에서 콜과 린다가 처음 만나는 장면. 콜은 친구인 제럴드와 피아노로 반주를 넣으면서 일종의 운율 맞춘 즉흥시(?) 짓기 경연을 벌이는데 기발함과 순발력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 다음 콜과 린다의 결혼식 장면, 여기서 로비 윌리엄스가 를 부른다. 커플은 베니스로 떠나 그 곳에서 한 동안 생활하는데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가 깔린다. 어빙 벌린의 소개로 뉴욕에서 뮤지컬 송라이터로 자리를 잡아가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콜 포터. 가 앨리너스 모리세티의 목소리로 연주된다. 그 다음 뮤지컬 공연 연습 장면에서 남자 배우가 가 너무 부르기 어렵다고 투덜대나 콜은 배우를 설득시켜 성공적인 공연으로 이끈다. 그리고.....이 과정에서 그 남자배우와 사랑에 빠진다. 상처받는 린다....이때부터 둘의 결혼에 조금씩 균열과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의 연주....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이 불행하기 때문이라고...쿤데라가 말했지.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스위스로 떠나자고 토머스를 종용하는 테레사처럼 뉴욕을 떠나자고 재촉하는 린다의 소원대로 둘은 헐리웃으로 건너간다. 쉽고, 대중적이고, 말랑말랑한 노래를 원하는 헐리웃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예술세계를 compromise하는 콜의 심정을 으로 유쾌하게 드러낸다. 헐리웃에서 성공을 거두지만(여기서 ) 그는 더욱 방탕해지고 동성애 스캔들에 휩싸이고 린다는 점점 불행해진다. 갈등의 시절에 깔린 , . 린다는 결국 그를 떠나 파리로 가지만 얼마 후 콜이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못쓰게 되자 다시 돌아와 헌신적으로 콜을 보살핀다. 린다의 노력에 힘입어 콜은 자신의 불행을 극복해내고 새로운 작품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리지만 한편 린다는 폐암으로 죽어간다. 그 때 깔리는 ......무대에서 배우들이 부르는 듀엣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아내를 곁에 앉히고 피아노를 치며 콜이 불러주는 이 노래는 가슴을 파고들만큼 아름답고 절절하다. 린다가 죽고.....그 후 이런저런 장면에서 , 이 깔리고 마지막으로 그를 찾아온 친구들, 늘그막에 그를 보살펴준 남자 등을 모두 보내면서 을 부른다. 조나단 프라이스가 다시 등장해 마지막으로 등장인물들을 모두 불러모아 흥겨운 노래와 춤을 선보인후....마지막으로 이 깔리며 젊은 시절의 콜과 린다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천천히 사라진다.....
물론! 한번 본 영화를 이렇게 세세히 기억하는 건 메모를 했기 때문이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꿈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적어놓듯, 이 영화도 그 장면 장면, 인상과 감동들을 오래 간직하려면....적어두어야할 듯 해서...곡과 장면을 짤막짤막하게 받아적었다. 극적 반전 따위는 전혀 없는 잘 알려진 인물의 실화를 그린 이야기이니만큼 스포일러라고 욕할 사람은 없겠쥐....
그의 노래들은 멜로디와 가사를 모두 음미해야 한다. 그의 가사는 풍부하고, 열정적이고, 기발하고, 독창적이고, 대담하고,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고, 신랄하고, 퇴폐적이고, 개성적이고, 굉장히 지적이다(내용이나 운율이나 그 풍부한 어휘나......누가 예일출신 아니랠까봐.....)! 그리고 물론........아름답다.
라든가 같은 노래의 가사는 정말이지 아슬아슬한 느낌마저도 든다. 기회가 된다면 번역해서 올려볼 생각...... 하지만 시가 그렇듯 아무리 애써도 허접한 번역이 될게 뻔하다.
따.라.서. 이 영화를 감상하는 요령은 고난도 리스닝이 가능한 분이 아니라면 영어자막을 켜놓고 보기를 권한다. (한글자막 절때 비추!)
DVD도 오리지널 사운드트랙도 모두 소장하고 싶다. 전기 영화이지만 (사실 콜 포터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인물이니만큼 노인인 콜에게 보여주는 뮤지컬 역 시 50년은 더 된 시대배경이어야 맞지만.) 곡의 해석은 다분히 현대적이다. 참여한 가수들도 수준급이다.
오늘 가져다주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싶건만...애들 땜에 가능할지 모르겠다. 특별히 야한 장면은 없지만...남자들끼리 부둥켜안고 뽀뽀하는 장면들이 나오면 꼬치꼬치 캐물을 것이 뻔한데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난감하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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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방에 들어가 앉아서 먹는 좌식 냉면집에 갔는데 대여섯개 테이블에....가족과 함께 온 젊은 엄마들이 "죄다" 등짝의 아랫부분(거의 꼬리뼈까지)을 드러내고 앉아서 냉면을 먹고 있었다. 섹시하다기보다는 추해 보였다. 아니 안쓰러웠다.
오늘 아침 아이 유치원 버스 태우러 나갔는데 멋진 츄리닝을 입고 나온 아이 엄마...운동화를 덮는 길이의 야들야들한 바짓단으로 온 아파트 마당을 다 쓸고 다녔다. 울 아파트는 유난히 개키우는 집이 많아 아파트 곳곳에 개의 대소변이 디글디글한데...(따끈따끈 갓 생산된 신선한 것부터 먼지로 화한 것까지...) 역시 스타일리쉬하다기보다는 드러워 보였다. 아니 안쓰러웟다.
하지만 어찌 입는 사람의 죄랴? 나오는 옷들이 죄다 그러한걸...바지의 밑위는 어디까지 내려가나 두고보자.... 할 정도로 짧아지고 있고 바지 밑단은 위에서 밀고 내려오니 나도 내려갈수밖에...하면서 길어지고 또 상의는 짧아지고 있다. 나는 비교적 덜 내려가고 덜 올라간 옷들을 찾아서 입는 편이지만...그래도 유행의 도도한 흐름에 완전히 거역할 용기는 없다. 극단적으로 내려가고 극단적으로 올라간 옷들은...사실 머...몸매가 안 받쳐줘서 못입는거쥐...
암튼...입는 사람들은 죄가 없다지만...편리나 편안함, 위생, 실용 다위는 전혀 고려치 않고 지들 맘 가는대로 유행을 창조해내는 패션 비지니스계의 거장들에게는 다소 욕을 해주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욕을 하면서도...사회적으로 강요된 심미안이란건 실로 무서운 것임을 실감한다.
아....주...오래된 영화..이를테면 20세기 초중반의 영화들을 보면 그 괴상망칙한 의상때문에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몰입이 안되기도 한다. 대표적 예가 진 캘리(짐 캐리 말고....Gene Kelly) 가 나온 뮤지컬 영화 이나 같은 영화를 보면.....
바지의 허리선이 배꼽을 덮고 거의 명치까지 올라오고(켁!) 바짓단은 복숭아뼈가 보일 정도로 짧다. 지금의 유행과 정 반대인 셈이다. 이런 옷을 입고 펄쩍펄쩍 뛰며 춤추는 모습 역쉬......아무리 시대를 초월한 심미안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도...섹쉬해보이지 않는다. 어떤 편인가 하면......안쓰럽다.
진 캘리와 거의 동시대인이신 울 시아버님은 스웨터를 바지 속에 집어넣어 입으신다. 그런데 영화에서 진 켈리도 딱 그렇게 입는걸 발견했다! 아마....아버님 젋었을때 유행을 평생 고수하시는 듯.....^^
결론은...패션 비지니스업계의 거장들에 대한 울화통이다.
한번 사면 수십년 입어도 뽕을 못뺄 비싼 옷들을 팔면서...3-4년 지나면 도저히 못입도록...밑위를 올렸다 내렸다 바짓단을 넓혔다 좁혔다 요변덕을 떨어대니 말이다. 되도록 천과 바느질이 좋은 옷을 사서 오래 입자 주의였는데...아무래도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 같다. 그나마 유행을 덜 타는 옷을 골라 사기 때문에 아직도 처녀적 옷을 요긴하게 입고 있긴 하지만......남들이 이런 나를 보면 말하겠지..."안쓰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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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꼽아 기다려왔던 금요일이 왔다. 허접하게 보낸 한 주였지만...일도 많이 밀려 맘이 무거웠지만...만사 제쳐놓고 TV 앞에 앉았다. 수첩과 볼펜까지 들고...(그렇다! 나는 어제 필기를 하면서 TV를 봤다. 학창시절 강의 들을때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진지함과 열정으로 무장하고...^^;;)
맨 처음 narrator로 등장한 사람이 바로.....줄리 앤드류스였다.
뮤지컬 나라의 여왕과도 같은 그녀....난 그녀를 볼 때마다 "똑똑한" 아름다움의 전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식견이나 지혜를 갖춘 사람에게서 보이는 지성미와 또 다르다.....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라. 쇼팽이 건반을 다루듯.... 펠레가 축구공을 다루듯....주어진 노래를 완벽하게 요리해내는 대가의 솜씨를....매력적인 미성에 근사한 영국식 발음, 그 또렷또렷한 articulation, 자신감 넘치고 밝고 힘차고 자연스러운 연주를....노래뿐만 아니라 거동, 몸가짐, 표정, 연기 역시 자로 잰 듯 똑 떨어지고 우아함과 활력이 넘친다. 비록 남자의 마음을 뒤흔들 정도의 미모는 분명 아니지만...그녀의 혀끝에서 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아름다움이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 들곤 했다. 웬지...그녀의 뇌를 열어보면 유난히 멋지게 주름잡혀있는 두 개의 반구가 반짝반짝 빛날것 같은 착각마저도....^^
역시 똑똑한 미녀답게...나이가 들어도 우아함이 넘치는 줄리 앤드류스가 해설을 맡고...배경 음악으로 거쉬인의 <포기와 베스>에 나오는 "I've got plenty or nothing"의 멜로디가 깔렸다.
아....포기와 베스...
이 놀랍고 아름다운 작품에 대한 애정을....천재 작곡가 거쉬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어찌 다 표현할 수 있으리...
"Summertime", "I loves you Porgy", "Bess you is my woman now" “I got plenty or nuttin" "It aint necessarily so." "There's a boat that's leavin' soon for New York." 등 모든 노래들이 불후의 명곡이다. 그리고 거쉬인 특유의 음색과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다. 어제 다큐멘터리에서 다루어진 내용에 따르면 거쉬인은 이 ”오페라“를 작곡하기 위해 흑인들의 고유 음악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흑인 마을을 찾았다고 한다. 그 곳에서 흑인영가 등 그들의 노래를 들은 거쉬인은 자신의 방문이 ”expedition"이 아니라 “home-coming"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자신의 음악....재즈의 뿌리를 그 곳에서 발견한 것이다.
조지 거쉬인은 가난한 유태계 러시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못했다. 부모가 형에게 가르치려고 사다놓은 피아노를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나중에 작곡가로 이름을 떨친 후에 클래식 음악가들로부터 정식으로 사사받긴 했지만) 한편 피아노 치기를 싫어했던 형인 아이라는 문재를 발휘해 동생의 곡에 멋진 가사를 쓰게 된다.
어제 본 프로그램에서 조지 거쉬인이 38세에 뇌종양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쉽고 슬펐다. 더 오래오래 살면서 아름다운 노래를 계속 만들어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대공황 이후 살기 힘들었던 1930년대와 2차대전에 휩쓸린 40년대에 브로드웨이가 미국인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주었다. 노동, 실업, 빈곤 등의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오손 웰즈 제작의 나 2차대전 무렵 병사들이 직접 출연한 어빙 벌린 작곡의 와 같은 나에겐 생소한 작품들도 소개되었다.
사회성 짙은 작품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리차드 로저스와 로렌츠 하트의 사랑 노래들은 여전히 사랑 받았다고 한다. 에 나온 “Where or when"이라는 노래와 (아,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에서 배경으로 깔렸던 이 곡을 잊을 수 없다....) 라는 작품과 거기에 나오는 라는 노래가 소개되었다. 로저스와 하트 컴비의 아름다운 노래들은 어제 프로그램에서 오히려 비중이 적게 다루어졌던 것 같다. 뮤지컬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져서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뮤지컬에는 정말 훌륭한 곡들이 많이 나온다. 어제 프로그램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만해도 그 유명한 ”My funny Valentine" "The lady is a Tramp" 같은 명곡이 삽입되어 있고 에 나오는 “I could write a book"도 너무 좋다. (역시 해리 샐리에서 처음 접한 노래.) 비정상적인 주인공들의 퇴폐적인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고 연인들이 제 갈 길을 간다고 설명하며...로저스와 하트 역시 제 갈 길을 갔다고 한다. 래리 하트는 빛을 잃은 별처럼 서서히 쇠락해 간 듯 하다. 그런데 리처드 로저스는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 자신의 커리어의 제2막을 연다.
그의 전환점은 브로드웨이의 전환점, 뮤지컬의 역사의 새로운 2막이기도 했다. 그와 손잡은 파트너는 바로 오스카 해머슈타인 2세이다. 지난주 방영분에서 말쑥한 미남으로 잠깐 얼굴을 비쳤던 해머슈타인은 20년쯤 시간이 흐른 어제 방영분에서는 등치 좋고 인상 좋은 중년 아저씨가 되어 되돌아왔다.
가사뿐만 아니라 대본도 썼던 해머슈타인은 노래와 춤 중심에 스토리는 부수적이었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탄탄한 스토리를 불어넣었다. 이들 컴비가 처음 만든 작품이 <오클라호마>로 새로운 전환점에 선 기념비적 작품이었다고 한다. 어제 프로그램에서도 길게 다루어졌다. <오클라호마>나 은 보지 못했지만 로저스와 해머슈타인 콤비의 작품은 영화로도 많이 접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 <남태평양> <왕과 나> 등...가<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모든 노래들은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다, 다, 다 아름답다. 래리 하트와 함께 나른하고 도시적인 사랑 노래를 잔뜩 만들어냈던 로저스는 해머슈타인과 함께 서정적이고 순수한 노래들을 만들어냈다. 어느 쪽이든 잊혀지지 않는 뛰어난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재주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lyric이나 대본의 분위기에 맞추어 백가지 천가지 분위기로 변신할 수 있는 로저스의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어제 내용 중 재미있던 것은 <남태평양>에서 종군 간호사가 섬의 프랑스인 농장주의 청혼을 받고 그를 사랑하지만 그의 혼혈인 자녀들 때문에 망설이는 대목이다. 그녀가 혼혈이나 다른 인종간의 결혼에 대해 “타고난” 거부감을 보이자 (노래 가사가 “왜냐고는 묻지 마세요. 원래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뭐 그런 식이었다.) 원주민 소녀와 사랑에 빠진 연합군 장교인 남주인공 청년이 그건 타고난게 아니라 가르침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주입한 잘못된 편견이다...라는 요지의 노래를 부른다. 아...50년쯤 전에 나온 뮤지컬에서 오늘날 까지 과학자들간에 뜨겁게 벌어지는 “nature vs. nurture" 논쟁이 등장하다니....^^ 실제로 유색인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 내지는 공포감이 (caucasian 입장에서겠지만)이 선천적인건지 후천적인건지 본능적인건지 학습에 의한건지 하는 연구도 수행되었고 그에 대한 내용을 읽은 기억도 난다....
이 영화는 중학생일 무렵 TV에서 본 것 같은데.....주제가인 “Some Enchanted Evening"보다도 뚱뚱한 원주민 아줌마가 엄청난 성량으로 뿜어낸 “발리 하이”라는 노래와....예쁜 원주민 소녀(아줌마의 딸)이 계곡에서 춤을 추며 영국 장교인 남주인공을 뿅가게 만드는 장면에서 역시 그 아줌마가 노래 부른 “Happy Talk"라는 노래가 인상깊었다. (요즘 이마트 주제가로 차용되고 있는 바로 그 노래....ㅡ,.ㅡ)
<왕과 나>에서도 “Shall We Dance" 말고 괜찮은 노래들이 꽤 나온다. “Whistle a happy tune", "My cup of Tea" 등....
어제 프로그램의 마지막 부분은 의 브로드웨이 공연과 영화화된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연을 맡은 줄리 앤드류스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아 그 전에 콜 포터의 가 잠깐 소개되었고 또 역시 two-thumbs-up이 아깝지 않은 뮤지컬 가 소개되었다. 배경으로 깔린 “Luck be a lady tonight"은 내 맘을 두근두근하게 했다. 아, 이 너무나 재미있고 코믹하고 멋지고 사랑스러우며 훌륭한 뮤지컬.....이 뮤지컬은 국내판도 너무 재미있게 본 것으로 기억한다. 무대에서 세 번쯤 보았고 영화 역시 DVD를 소장하고 있다. (스카이 매스터슨을 연기한 말론 브란도의 카리스마와 남성적 매력이라니.....프랭크 시내트라도 네이산 역에 딱이었다.) 무대 배경서부터 플롯, 대사, 안무까지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노래가 강조되지 않는 면이 있지만 곡들도 무척 훌륭하다.
빼먹을뻔 했는데 번스타인의 이라는 뮤지컬도 소개되었다. 이건 첨들어보는 작품인데 번스타인이 곡을 쓰고 제롬 로빈스가 안무를 맡았다. 정통 발레 출신이지만 발레에 유머감각을 가미할 줄 알았던 안무가....라고 평가되는 제롬 로빈스...설명이 필요없는 번스타인...이 두 사람의 멋진 작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다음주에 소개되지 않을지?
*뱀꼬리*
interviewee로 반복해서 나오는 사람 중에 <필립 퓨리아>라는 아저씨가 있었다. 이름이 낯이 익어서 혹시나 하고 아마존을 검색해보니 오래전부터 사려고 찜해놓은 의 저자이다. 생각난 김에....지를까? (하지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사재놓고 안읽은 책들 때문에 양심의 가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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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Q채널에서 금요일마다 "꿈의 거리, 브로드웨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지난 금요일에 1,2부를 해주었고 다음 주와 그 다음주 금요일(10시부터 12시) 총6부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뮤지컬 광인 나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방송이 아닐 수 없다.
시대별로 뮤지컬의 역사를 다룬 프로그램이라 지난 주 방영분은 뮤지컬의 태동기...유럽의 오페레타와 미국의 뮤지컬 코미디, 보더빌쇼... 등등이 어떻게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이어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고딩때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픈 꿈을 품었을 정도로...뮤지컬에 반해버렸던 나에게...뮤지컬은 대략 세 범주로 나누어진다.
오페라의 유령, 선셋 블러바드,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들과 그밖에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등 동시대의 대형 뮤지컬(대개 카메론 매킨토시가 프로듀싱한)....대개 90년대 초였던 대학시절 처음 접했던 작품들이다. 직접 공연을 볼 기회는 거의 없었으나(캣츠와 지저스는 우리나라에서도 몇번 공연해서 그떄마다 가서 봤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음반"을 사 모으며 듣고 또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폈던....
좀 더 오래된 브로드웨이 히트작들(아가씨와 건달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그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 남태평양 등 로저스-해머슈타인 콤비의 작품들.....대개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덕분에 가장 먼저(중고딩 시절) 접했던 작품들이다. 명절때면 공중파 방송에서 심심찮게 해주었던 이 영화들을 녹화해놓고...되풀이해서 보고 또 보고...사전 펴놓고 비됴 리플레이 해가면서 가사 찾아 외우던 기억...
그 다음 더 더 오래된...1930년~50년대의 뮤지컬의 원조격 작품들... 이 작품들은 사실 "뮤지컬" 그 자체로 거의 접할 기회가 없었다. 더 이상 브로드웨이고 어디에서고 공연도 하지 않고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일부이며 그나마 영화도 접하기 어렵다. 단지 그 작품에 나왔던 히트곡들만 "어메리칸 팝 스탠다드 넘버"로서의 영생의 삶을 얻어 재즈 연주가들에게 수백 수천가지로 재해석되며 지금까지도 연주되고 있다.
재즈는 뮤지컬과 또 다른 갈래의 나의 열정의 대상이고 이 재즈와 뮤지컬이 거슬러 올라가다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 곳이다. 20세기 초 중반의 브로드웨이 작품들....틴 팬 앨리의 송 라이터들....내가 가장 동경하는 시공간이 있다면....바로 이 시기의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틴 팬 앨리일 것이다.......
지난주 방송분에서는 어빙 벌린, 제롬 컨, 그리고 거쉬인 형제들이 다루어졌다. 젊은 시절의 해머슈타인, 리처드 로저스와 로렌츠(래리) 하트도 조금씩 얼굴을 비쳤다.......유명한 스탠다드 넘버들과 함께 많이 들어보았던 "쇼 보트"라는 작품도 자세히 다루었다. 콜 포터는 다음주 쯤에 나올까?
아무튼...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여기저기서 조금씩 주워 듣고 찾아 읽고 끼워 맞추어가며 쌓아온 뮤지컬의 역사에 대한 어렴풋한 감에 확실한 지식으로 틀을 잡아주고...무엇보다 가슴속 깊이 그리워하고 동경해온 인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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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go 2007.09.24 21:48 [116.77.13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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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몸(원제: Eve's Rib)>의 저자 매리앤 리가토 박사가 이화여대에서 특강을 했다.
번역가로서 번역한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는 것은 분명 흔치 않은 행운일 것이다.
번역을 하는 동안 저자와 번역가는 아주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 (전적으로 일방적인 관계이지만.^^)
만일 내가 어떤 책을-원서든, 번역서든- 그냥 독서의 대상으로 읽을 때는 그 책과..또 그 책의 저자와 "연애"를 하는 느낌이다. 가볍게 시작하고 즐기고, 만끽하고, 괴로운 부분들은 skip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영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중간에 그만둘 수 있다.
하지만 번역하는 책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그 책과...또 저자와...일종의 "결혼" 관계로 묶이는 느낌이다. 번역이 끝날 때까지 싫든 좋든 진하고 끈적끈적한 관계를 이어가야만 한다. 한 패러그래프, 한 문장, 한 단어....도 싫다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겉보기엔 멋지구리한 남자가 알고보니 치약짜는 습관이랑 양말 벗어놓는 습관이 드럽기 짝이 없어 정이 뚝 떨어지듯...너무 고생시키는 사소한 대목때문에 저자에게 증오감(--;;) 마저 느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그냥 연애만 했을때는 얻지 못했을 경험......한 문장 한 문장 같이 고민하고 헤쳐나가면서 진정한 그 책과 저자의 진국을 맛보는 행운 역시 번역자의 특권이다....그리고 역시 연애와 달리 결혼처럼....그 무서운 "정"이 들어버리는 것이 덤이라면 덤이겠고...
그런만큼....저자를 만나는 일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사실 <이브의 몸>은 정보 전달 위주의 책이니만큼....조금 학술적이고 건조한 분위기이고.....글도 깔끔하고 정확해서 별 고생 없이 번역했던 책이라...저자에게 특별한 호오의 감정은 남지 않는 편이었다.
오늘 강연에서 만난 저자의 모습 역시...지적이고 자신감 넘치고 명확하고...똑 소리가 절로 나는 멋진 여성이었다.
강연 내용은 거의 책의 내용을 축약한 것이라 이해가 쏙쏙 되었으나...(으흠~ 나으 리스닝 실력은 녹슬지 않았어!)
뭔가 던지고 픈 질문도 있었고 강연 뒤에 환담도 나누고 싶었으나...정말 입이 안떨어졌다. (스피킹 실력은 녹이 쓴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휘발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도다...)
그냥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책(원서)에 사인을 받고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와버렸다...ㅠ.ㅠ
어찌되었든...
기쁘고 보람있는 하루였다. (<-초딩일기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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