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역 한 바퀴에 멀미가]
-맑음이-
점심나절에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은 후 조선 중종 때 문신 서해 선생이 서재로 쓰기 위해 명종 때 지은 별당인 소호당을 둘려보았다. 잠시 이곳에 있는 동안 관내 구경거리나 없나 알아보던 중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아 간 것이다. 소낙비가 한차례 지나가 갈 무렵 사무실 마당에는 부녀회원들이 김장 준비로 부산한 가운데 새참으로 먹는 뜨끈한 부침개로 출출한 나의 배도 채웠다. 그 길로 20동네나 되는 구역에 회보를 돌리는데 나는 따라가게되었다. 동네 구경도하고 바람도 쏘일 겸 내심 가고 싶었는데, 때마침 부xx님이 구경삼아 다녀올 것을 권해주었기에 즐기는 마음으로 따라 갔다.
낮술을 먹은 분과 동행하게 되어 운전 또한 걱정이 되었지만 나름 자부심을 갖고 계신 분이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누군지 알든 모르든간에 일일이 손을 들어 인사를 전한다. 그 와중에도 한 동네 한 동네를 지날 때 마다 나에게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일부러 나에게 구경 시켜주기 위해 돌기도 했다. 세워주는 곳마다 나는 회보와 달력을 노인정에도 보건진료소에도 수퍼에도 직접 집에도 전해주기 위해 높은 트럭에 올라타기를 반복한 탓에 몹시 피곤했다. 막 나서기 직전 사무실 내 책상 마우스 판을 밀어 넣었는데 그것이 다시 슬그머니 밀려난 줄도 모르고 옆자리로 옮기던 중 왼쪽 허벅지를 몹시 심하게 박아 살점이 떨어 나가는 줄 만 알았다. 그래서 차가 덜컥 거리기만해도 아팠다. 그런데다 술 향내가 가득한 차 안으로 숨쉬기 불편했고 또한 속도 많이 울렁거렸다.
너무 열심히 설명해주고 받거니 하는 사이 한 동네를 빠트리게 되었다. 10분정도 한참이나 다시 되돌아가서 차를 돌려 회보를 전해 주려던 것을 또 주고 받는 이야기로 그곳을 또 지나치고 말았다. 후진해서 전해 주었고 혼자 다니다가 둘이 다니므로 말을 많이 하다보니 더 번거롭고 곁들어 말하는 유모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보면 도리에 어긋난 일은 하지 않아 보이는 언행이나 실제는 많이 달랐던 것을 사무실 들어와서 뒤 분에게 듣게 되었다. 이 분 또한 뒤틀린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알았지만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양보하고 작은 것을 나름 베풀고 있는 것을 나는 높이 평가 해주고 싶다.
어찌되었건 요주의 인물과 무사히 잘 다녀왔고 구역을 돌아보지 못한 직원도 있는데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두 시간이나 소요된 오후 외출은 나에겐 또 많은 의미를 주었다.
하지만 함께 하는 동안 생각과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름을 많이 느꼈다. 그렇다보니 변명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뜻하지 않게 말을 많이하게 되는 것 같다. 상대의 있는 그대로 보는 것 보다 자신의 기준으로 딱 잘라 말해 버린 것들도 있어 순간 유쾌하지 않을 때도 생기고 혼자 찬찬히 즐겨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취미로 모인 사람들이라면 또 다르지만 일로서 만난 사람들이라 정서적으로는 그다지 다 맞는다고는 할 수 없다. 사고의 동질성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는 것 같다. 남의 생각을 함부로 생각하고 넘겨짚고 한 발짝 넘어 유추해버린 말과 생각을 지닌 사람 앞에서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편견이 자꾸만 고개를 내민다.
술 냄새 때문에 멀미나는 것도 모르는 직원은 나보고 인물은 되나 무척 건강해 보이는데 보기보다 약한 것을 보니 AB형 같기도 하고, 남을 즐겁게 한다는 자신의 혈액형이 O형으로 볼때, 나 또한 남을 배려하는 것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O형 같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멀미도 나고 남의 생각을 달리 해석하는 면도 있어 확답은 하지 않았다.
"그 중 하나 있네요."
라고만 말해 버렸다. 참고로 나는 O형이고 스스로 소문자 o형이라고 생각한다.
2009. 11. 25. (수) Maggie [매기의 추억:미국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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