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모임이 있어서 동네 코코스 Coco's에 갔었다. 한낮이 지난 오후 시간의 모임이라 느긋한 기분이기도 하고 또 모처럼 여자들끼리만의 자리라 얘기가 오래 이어졌다.
아시안 치킨 샐러드랑 시푸드 플래터 시켜놓고 노닥노닥, 커피 리필을 대략 일인당 세번씩은 받아가며 한가하던 레스토랑이 점점 사람들로 채워지고 분주해지기 시작하던 무렵이라 어쩐지 쪼오금씩 눈치가 보이려고 하던 중인데
저쪽 건너편에서 한 백인 여자가 한참 떠드는 우리 테이블쪽으로 걸어오는거다.
순간 헉, 이거 너무 시끄러워서 항의하려는 겐가, 싶은 기분이 들면서 긴장하는데
엇!
방해해서 미안한데... 하고 말을 걸며 다가서는 그 여자는 옆집 사시던 헬레나 아줌마다!
옆집 그 아담하고 작은 집에 장미정원을 근사하게 가꾸면서 늘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던 그 가을이면 우리 블럭 사람들 모아다가 작은 파티 마련해서 친구 만들어주던 그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느닷없이 대문 밖에 찾아와 캐롤을 불러주던 그 희찬이에게 다정한 그림책을 선물해주던 그
집주인이 20년만에 세를 거두고 비워달라는 탓에 눈물을 머금고 오래 정들며 아껴온 집을 떠나야 했던 엄마처럼 친구처럼 늘 상쾌한 기쁨으로 인사를 건네오던 그 헬레나 아줌마가 눈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거기에 다가서 있는거다.
너무 반가와 꼭 껴안고 한참을 있었다.
해리 아저씨가 앞쪽 테이블에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다.
잘 지내고 있노라고, 이사 떠나고 근처 가까운 곳에 집을 얻었노라고, 더 넓고 정원도 있고 좋은 곳이라고 지나온 시간들을 설명해주신다.
나도 얼마 전에 이사를 했다고 말하니, 요즘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다, 라고 마치 다 아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주며 손을 꼭 잡아주신다. 이상하게 눈물이 날 뻔했다.
나는 이분들이 나에게, 내 인생에 어느 한 조각의 특별한 의미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그분들이 알까, 싶은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거의 6년 시간 나란히 담장 붙은 집에 살며 오가며, 언어가 서툴고 또 세대가 달라서 서로에게 온전히 섞이지 못했던 탓에 그 마음을 기분을 느낌을 제대로 전했던 일이 별로 없다는 아쉬움이 있음에도 그냥 내 마음을 그분들이 알아줄 것만 같은 어이없는 믿음 같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또 통해져 있을 거라는 막연한 마음도 있었다.
그 날 정말 오랜만에 우연히, 그 장소에서 그분들을 만나면서 새삼, 그 덮어뒀던 감정을 감정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서툰 이민자들이 새 이웃으로 들어올 때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몸짓으로 바라봐주던 그 분들의 열린 마음을 모처럼 다시 떠올리며 그로 인해 내가 받았던 가늠할 수 없는 위안을 되새겼다.
그러니깐 그런거다. 당신들이 그 사실을 알건 모르건 어떤 존재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 있다라는 명백한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에게는 상대방이 서로가, 뭔가를 주고받고 있음을 알리는 일은 어쩌면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존재의 진실이다. 누가 뭐래도 존재하는 어떤 것, 어떤 것이 어딘가에 있다라는 것을 아는 것, 이 중요하다.
중요한 건 역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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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찬이가 사흘 전부터 콧물인데 그러려니 하다가 어제부터는 갑자기 내 목도 조금 따끔거리는데다가 괜히 졸리고 여튼 뭔가 조짐이 썩 좋지 않길래 불현듯 정신이 번쩍 났다. 앗, 이거 혹시 그 유명하신 세계 일주 방문객 아니신가, 싶어지는거다.
"그래도 학교 가야 하지 않을까" "학교 가서 기침 콜록거리면 다들 어쩌라고 학교 왔냐고 뭐라 그런다고!" 이런다.
그런가...
결국 오늘 아침 회사를 팽개치고(?) 병원을 방문하기로 하는데 붕붕 달려가는 길에 생각이 또록또록 이어진다.
이게 플루라면 처방을 받고 이번 주 내내 학교를 쉬어야 하겠네 게다가 아이가 플루면 나 역시도 처방을 받아야 하는겐가 처방이 문제 아니라 그러면 회사 못나가네 이번 주 일요일에 특근도 잡아놨는데 그럼 어쩐다지
그런데 만약 플루가 아니면 병원 온 김에 예방접종 하면 좋을텐데 감기 기운 있으니 접종 안해줄테지? 그러면 또 언제 따로 시간 내어서 접종 받으러 와야 하나 오늘 글렌데일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무료 접종 한다는 걸 오전 아홉시부터 오후 세시, 딱 학교 수업 시간이라 그걸 어떻게 간다냐, 하면서 무시했는데 왠지 그게 아까워지네
뭐 이렇게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면서 갔더라는 얘기다.
진단 결과는 그냥 감기, 희찬이 항생제 처방 받는 거 보면서 아 그러면 내 목 따끔은 가벼운 알러지쯤이겠군, 자체 진단하고 확 무시해버렸다.
그래도 깜짝 놀란 김에 다음 주 예방 접종 예약을 하고 나서는데, 25불이란다. 음...무료 접종도 해준다는데, 병원서 제대로 준비하고 맞으려면 돈이 드는구먼.
회사 출근하니까 사람들이 어쩐지 슬금슬금, 대략 1.5미터 거리를 두고 물어본다, 뭐래요...? 쳇, 플루 아니랍니다요.
우리 동네 사는 동료 직원 한 사람은 아이와 엄마가 접종 받는다고 아침부터 줄 섰는데 오후 세시가 되도록 여전히 줄서 있단다고 혀를 내두른다.
여기는 한국과 달리 도무지 마스크 쓰거나 휴교하거나 이런 소식 별 안들려서 인간들 관심 없는 줄 알았더니 그도 아닌가보다.
아, 여튼, 이번 겨울 좀 맘 편히 나려면 예방주사를 맞긴 맞아야 할 셈인가보다.
이거 참... 이거 뭔 난리람.
사진은 구글했는데, 문제 있다고 하면 바로 꼬리 내릴 생각이다, 알려주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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