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엘에이에 사시는 지인이 집동네의 커뮤니티 농장에서 채소 가꿔 먹는 재미가 정말 아기자기 흐뭇하다는 얘기를 진작부터 들어오다가 오늘 모처럼 토요일 오전, 찾아가 구경했다.
신청자들에게 자그마한 텃밭 공간을 주고 원예하는 즐거움을 누리도록 해주는 일종의 공공 서비스인건데 대기자가 많아서 한참 기다려야 한단다. 이분도 같은 아파트 윗집 사는 사람 텃밭의 어시스턴트로 등록해서 이 공간을 사용하고 계시다는 말씀.
대략 미국 동네 한블럭 반쯤 되는 공간을 텃밭 농장으로 할애해서 제공하고 있었다. 이름하여 Ocean View Farm.
토요일이라 일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각기 나름의 개성을 발휘해서 원하는 채소나 꽃이나 식물들, 허브 종류들을 키우고 가꾸는 자기만의 텃밭들이 거의 줄잡아 이백여개쯤은 되어 보인다.
식물이나 원예쪽으로는 워낙 무지한 나로서는 보이는 게 다 신기하다. 뭣보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덕에 겉보기에는 시들어 누렇게 된 잎파리조차 만져보면 탱탱한 생명력이 느껴지는데 깜짝 놀란다. 살아있다는 것이 그런거다, 라고 깨닫는다.
개인 공간들은 제나름대로 원하는 것들을 가꾸도록 내버려두지만 관리가 소홀해서 경고를 두번 받게 되면 사용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정도로 나름 규율이 엄격하다. 우리 텃밭 옆자리에서 한창 땅을 갈던 사람들은 한국분들이었는데, 경고 두 번 받아서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거 같은데, 떠나기 전에 그래도 밭이라도 좀 말끔히 갈아놓고 가려고 나왔다면서 땀 뻘뻘이다.
원예용 장비들을 자유롭게 빌려 쓸 수 있도록 한쪽에 색 고운 초록빛 툴 창고도 개방되어 있고, 사용자들 커뮤니티의 결속을 위해 컨퍼런스나 포트럭 파티가 열린다는 야외 피크닉 공간도 이쁘게 마련되어 있다.
연그린색으로 페인트 된 테이블 한 가운데 꽃잎들을 올려놓은 깜찍한 센스는 누가 발휘한걸까.
우리는 여기 모여 앉아 준비해온 도시락을 펼쳤다. 지인의 바깥분께서 직접 바다에 나아가 잡아온 귀한 우럭 회에 농장 소풍답게 자연 친화적인 채소들을 푸짐히 넣은 새콤달콤 회덮밥!
따뜻한 가을 햇살과 선선한 바람 속에서 맛있다를 연발하며 기분좋은 소풍 점심을 먹었다.
가을 꽃들이 집집마다 텃밭마다 피어있는 소박한 풍경들이 머리 속을 말끔히 청소해 주는 기분.
늦가을 다 가기 전에 모처럼 반나절 소풍 나들이가 빼곡히 할 일들로만 이어져있던 일상에 한조각 툭! 이 빠진 헐렁함을 만들어준다.
그 자리로 한줄기, 가을 바람 슈욱,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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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란드리는 반드시 심야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게 나의 소감이자 나름의 주장인데 뭐랄까 늦은 밤 시간의 한량함과 형광등 불빛 환한 란드리의 풍경이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라나.
일렬로 주욱 늘어선 기계가 둥글게 둥글게 돌아가는 풍경이 한낮에라면 그저 분주한 일상의 해결로 이름지워지고 드라이하게 끝인데
늦은 밤에는 색다른 한가로움을 내어주는 시간으로 조금, 채색되기 때문이다. 책 한권 들고 란드리에 앉아 있는 시간. 그렇게 좀 모양을 바꿔줄 수 있다는 얘기다.
란드리는 별 건 없다. 수십개의 워셔와 수십개의 드라이어가 코인을 넣으면 돌아갈 준비를 하고 줄지어 있다.
워셔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쿼터 여섯개를 넣도록 되어 있다. 드라이어는 쿼터 하나당 8분을 쓴다.
두개에 나누어 넣고 16분씩 주어봤더니 음 역시 예상대로 뽀송하게 마르지 않더군. 각각 8분씩 더 주었다.
기계들 맞은 편에는 책상같은 정리대가 나란히 놓여있다.
넓은 집에서 세탁실이 여유롭게 갖춰져 있어본 적이 없는 나는 사실 이 여유로운 정리대가 있다는 점이 란드리를 좋아하는 아주 중요한 이유다. 양말 짝 맞추고 셔츠 펼쳐서 착착 개어줄 수 있는 요 공간이 썩 마음에 든다.
다음번엔 저 클래식한 오락기에 한번 매달려볼 참이다. 벽돌깨기가 있더라구.
보채는 아이들 달래주는 껌볼 머신에 뭐 커피 자판기 등등 동전 갖고 하는 건 이거저거 죄다 모아다 놓은 풍경인데 어쩐지 좀 지나치게 클래식... 하다.
아르메니안 매니저 아줌마는 내가 여기 처음이라니까 아주 신이나서 여기는 워셔고 이쪽은 드라이언데 우리 란드리는 아주 시설이 좋아 어쩌고...하면서 1불 넣으면 8분쯤 돌아간다는 안마 의자에 앉아 시운전을 해보이신다.
이 로케이션에서 필르밍을 하는 자들이 얼마나 있길래 이런 안내판을 달아놨나 쪼금 궁금해졌다. 저기 뭐 다운타운 스프링 길 어디쯤 있는 유서깊은 호텔 쯤이면 내 이해가 되는데 이건... 기냥 주택가 좀 촌스런 란드리일 뿐인데 말이지. 그래도 셔터를 누르다가 이걸 보면서 아, 이거 허락 받고 찍어야 하는 겐가... 약간 눈치를 보긴 했다.
빨래 마치고 나오니 밤 공기가 진하다.
한바구니 수확물을 거둬들고 집으로 향하는 기분, 어 이거 괜찮은 기분.
급한 마음 거두면 일상도 꽤 맛있을 수 있다, 고 생각한다. 생각하며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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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여름 저녁, 동네 마켓 몰을 돌아나오다 생각하니, 소박한 동네 한 가운데 그래도, 미국스러운 브랜드가 나란히 붙은, 동네 살림살이 도맡아 하는 정겨운 가게 얼굴들을 내가 한데 어울려 담아본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을 풍경처럼 내 주변을 에워싸며 늘 거기 자리하고 있는 얼굴들이다. 너무 가까와서 미처 돌아볼 틈도 없이 그냥, 가로수처럼, 신호등처럼 그냥 당연하게 스치는 것들. 하지만 눈여겨 한번씩 바라보면 속속들이 의미를 지니고 있다. 추억은 늘 일상 한가운데 머물던 것들에서 가장 진하게 되살아난다는 걸 떠나온 시간 내내 깨닫지 않았던가.
덕분에 저녁 산책이 무덤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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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퇴근길 문상갈 일이 있었는데 일부러 프리웨이 안타고 다운타운을 거쳐서 가봤다. 오랜만의 다운타운. 기분이 남달랐다.
힐 스트릿 브로드웨이 다 지나 부러 메인 스트리트까지 내려갔다. 6가를 지나는데 유명하신 트럭 한대가 눈에 들어온다. 코리안 바베큐로 만든 타코 음식을 파는 이동형 음식점 Kogi. 멕시칸 음식인 타코에 한국식 불고기와 김치를 넣어 퓨전의 입맛을 창조, 빅히트를 친 유명 포차(^^) 스낵카로 요즘 한창 화제 중인 트위터 twitter의 입소문 마케팅을 업고 더욱 관심이 고조된 명물이다.
정해진 장소 없이 엘에이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 이동하는 게릴라형 치고 빠지기 스타일이 더욱 호기심과 관심을 모았던데다가 단돈 2불에 서비스하는 전략이 열광적인 팬층을 확보한 결과를 낳았다는 얘기. 다양한 주요 매체 abc LA Times CNN Newsweek 등에서 뉴 트렌드로 언급이 되었다. 신종 마케팅 기법이라는 의미로 Restaurant 2.0을 언급한 News week 기사가 색다른데 영어 읽기에 두통이 덜 오는 분들이라면 읽어보심도. 나도 대충 읽었음....-.- http://www.newsweek.com/id/187008
고기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요일별 스케줄이 주욱 나오는데 목요일 7시에 메인과 6가에 등장한다고 딱 적혀있군. http://kogibbq.com/ 여튼, 시간 관계로 가서 사먹어볼 여유가 없었던 게 아쉽지만 이동 중에 건진 기념 사진 한장이나마 올려본다.
타코 하나 먹으려고 두시간씩 줄 서고 친구들끼리 이동 장소를 추적해서 알려주고 아예 팬들을 몰고 다닐만큼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포차인지라 유저들이 자진해서 만들어낸 각종 동영상 광고들이 온라인에 즐비한데, 그중 재밌는 주제가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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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돈을 나눈다, 가진 것을 좀 덜어낸다 - 는 마인드의 기부 혹은 자선이라는 개념이 한국에 있을 때보다 내 의식 안에 꽤 부담 없이 들어앉은 이유를 나는 그나마 여기 물을 마시고 사는 탓이라고 느낀다. 메리 크리스마스의 인삿말조차 해피 할러데이로 바꾸어 주고 받을 만큼 이제 미국 안에서의 기독교 전통은 공식적으로는 사라졌지만 사회 문화적으로 그래도 기부와 나눔의 의식에 대해서는 열려있는 베이식이 단단하다고 느낀다. 그렇다고 내가 뭐 미국인들에게 직접 그 필요나 가치에 대해 배운 것은 아니다. 살기는 미국에 살되 여전히 아웃사이더의 바운더리에 걸쳐진 생활이 그냥 내 몫의 미국살이려니 하고 사는 생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히 돌아다니는 메일이나 광고나 그냥 어디에서 접했는지 출처가 분명치 않도록 다양하게 들리고 보이는 자선의 씬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당연한 것, 혹은 기회를 찾아 참여할 것, 같은 하나의 부분으로 한자리 꿰차고 있는 건 분명하다. 슬픈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활짝 여는 과단성 있는 용기는 여젼히 조막만하다는 사실이긴 해도.
더구나 직접 지갑을 열지 않고도 스폰서를 통해 기부가 되는 온라인 자선의 기회는 사실 내게 낯설지 않다. 한국에 있을 때 몸담았던 회사에서 1004link.com이라는 자선 웹사이트를 운영했던 경험을 통해 그냥 그저 보이지 않는 무형의 관심만으로도 유형의 도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참 재미난 사실을 알게 된 때문이다. 요즘처럼 주머니가 헐렁할 때 그나마 시간의 제공만으로 한조각 마음의 위로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툴이 있다는 것이 나는 쓸데없이, 고맙다.
FreeRice.com은 꽤 알려진 온라인 자선 사이트지만 나는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말 그대로 프리 라이스, 쌀을 무상 제공, 기부할 수 있는 사이트다. 물론 내가 직접 쌀을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사이트에 준비된 몇가지 분야의 문제를 풀면서 답을 맞출 때마다 10개의 쌀알을 유엔식량기구를 통해 기아 지역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색다른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영어 단어나 문법, 불어나 독어 스페인어 단어 맞추기, 화학기호나 세계 각국의 수도 맞추기, 수학 문제들이 다양한 레벨의 난이도에 맞춰 등장한다. 방문자는 회원 가입도 할 필요없이 자기가 관심있는 주제의 문제를 풀어가고 정답을 맞출 때마다 옆에 놓여진 그릇에 쌀알을 담아 모아서 자동으로 기부하게 된다.
대체 그냥 내가 문제 풀이하면서 노는 동안 쌀알이 차곡차곡 담겨져 자선하게 된다는 이 시스템은 어떻게 가능한걸까? 물론 당연히 스폰서가 제공하는 광고의 힘이다. 나는 말하자면 그들 브랜드 혹은 상품에 대한 '주목' 이라는 인식을 쌀알과 가치 교환해서 기아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기부하는 셈이다. 즐겁고 흥미롭고 떳떳하다. 게다가 무슨 페이지뷰니 히트수 체크니 하는 원시적인 주목률 통계 과정을 문제 풀이와 쌀알 모음이라는, 명확히 눈에 보이는 도구로 치환한 이 영리함이 무릎 치는 감탄과 유쾌함을 선사해서, 희찬이와 낄낄거리며 문제 푸는 동안 내내 기분이 좋았다. 한참 놀다보니 1000그레인을 적립했다. 저녁 때 밥 먹으면서 밥그릇 속의 쌀알을 헤아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하하.
스폰서로 참여한 기업들은 적어도 자선에 대해 쌀알만큼쯤은 관심이 있는, 말하자면 그닥 불량하지는 않은 소비자군으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고 또한 그저 스쳐지나는 주목 아니라 호감어린 주목, 더구나 들인 시간만큼 반복된 주목을 통해 뚜렷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당연히 보너스로 얻게된다. '그들의 유익'은 거기에 있다.
자선의 손쉬운 접근, 즐거운 참여의 과정, 기꺼운 재방문의 이유들이 절묘하게 가능하도록 장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며 기부와 나눔의 다양한 통로가 잘 발달된 참 미국 스타일답다고 고개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