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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어 나가보니 잘 생긴 남자와 이쁜 여자 둘이 섰다.
at&t에서 집전화 설치하면 뭐뭐 혜택이 있는 거 아느냐, 고 묻는 프로모션 직원들이다. 집전화를 새삼 설치하라고 가가호호 방문하는 걸 보니 신기하다. 속으로 나같은 인간이 많아졌나 싶어서 어엇- 놀랐다.
여기에서 나같은 인간이라 함은 집전화를 끊은 인간족이다. 하루에 한번도 집어들 일이 별 없는 수화기인데, 외출에서 와보면 광고 메시지만 서너개씩 녹음되어 있고 울리는 벨소리 처절하여 화장실에서 달려와보면 허무한 프로모션 전화거나 잘못 걸린 전화 일색인거를 짜증 내면서도 그냥 달고 살다가 어느날 보리수 나무 밑의 큰 깨달음을 얻은 거다.
아니, 만약 집 전화를 치워버리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그 어느 하루 무덥던 날, 가부좌 틀고 앉아 깊은 상념에 잠겨봤더랬다. 정말, 전화 없이 산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렇다. 무슨 일도 아무 일도 일어날 일이 없는 것이었던 것이다! 각자 손에 셀폰 달고 있고, 사용도 안 하는 전화비만 기본으로 꼬박꼬박 나가는 중인 것이었다. 그 전화비는 아마도 오랜 습관으로부터 벗어나 금단 현상을 겪을 것이 두려운 불안 심리의 안정제값일 뿐인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과감히 잘라내고 나니 그럴 수 없이 후련한데다가, 퍽이나 합리적인 경제 활동의 선구자쯤 된 기분으로 으쓱했는데
오죽하면 판촉나와서 전화 다세요~! 하는 사람들 보고나니 의외로 나같은 종자가 무수히 많구나를 역으로 발견하게 되어서 신기한 마음이다. 다들 비슷한 생각들이군.
전화라는 물건은, 아니 뭣보다 '집에 다는 전화'라는 눔은 이사 하게 되면 제일 먼저 서둘러 할 일, 전기 전화 수도 연결- 이라는 그 생존을 좌우하는 인프라의 3대 필수 항목이었지 않았던가. 지금이야 뭐 대략 인터넷 라인이나 케이블, 위성티비 쯤이 생존까지는 아닐지언정 금단현상은 분명 보여질 만한 대체 인프라로 자리 매김 제대로 하는 시절이고.
여하간 그 필요가 거의 무의식에 존재할 만큼 절대적이었던 시절을 어느새 건너 미스터 벨이 전화라는 요상한 물건을 처음 개발하여 가가호호 알리던 시절의 풍경을 상상해보고 싶어질만큼 낯설고 새로운 풍경을 대면하고 나니 참 별다른 기분이 든다. 아 참고로, Bell은 지금 오늘 방문해주신 전화 회사 at&t의 전신이다.
  
그리하여 "미안, 나한테는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땡큐" 하며 보내고 돌아서며 드는 생각은 그러게 진작, 전화비를 아주아주 값싸게 해주잖고 말야! 정 때문에라도 그정도 비용, 까짓거! 할 수 있도록 말야! 뒤늦게 후회한 들 소용없다고! 뭐 이런 정도.
아, 그렇다면 대체 오늘의 결론은 있을 때 잘해, 이건가? 뭐하다가 이런데로 왔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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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돌아앉기
업무 개편을 하면서 자리 이동이 살짝 있었는데 이전에는 사무실 큰 방의 1/3을 바라보는 위치였다가 이번엔 돌아앉는 셈으로 전체 방의 2/3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앉았다.
딱 세 걸음 이동에 회전의자 빙그르 돌려 앉은 거 뿐이다.
그런데, 기분은 아주 다르다. 예전에 생활 풍수에 좀 관심있을 때 뒤적거렸던 노하우에 따르면 집이건 회사건 입구를 등지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위치가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고 그 공간을 장악하는 힘을 준다고 했는데, 여튼 확 트여서 으쌰하게 해주는 기분, 드나드는 사람들 뒷전에서 뭐라뭐라 잘 알 수 없어 갑갑 안하고 쓰윽 파악되는 기분, 거기에다가 왠지 에어컨도 더 시원하더라는 얘기다, 흠.
워밍업 하던 한달 지나고 두 달째 들어서니 일이 다소 멀티풀하게 진행되고 있다. 챙길 것 많아져서 좀 바쁜 업무는 오히려 의욕을 자극하는 일면이 있다. 가속도도 붙어주어서 비로소 일한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부풀면 그 때는 스트레스다. 어릴 적에는 스트레스 조절이라는 것에 별 신경을 안 써서 닥치면 닥치는 일 그대로, 안되면 되게 하느라고 뻘뻘, 하면서 나도 모르는 새 한계치를 훌쩍 넘기고 후회했던 기억도 있는데.
부디부디 딱 그 한계선 아래까지만, 거기서 머무르고 유지하는 노하우가 세월 덕분에 내게 주어져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면 참 행복하겠다.
2. 일기냐 미국일기냐
미국일기라는 타이틀과 컨셉으로 블로깅을 하면서 늘 미국이라는 포션에 비중을 둬야한다는 생각을 거듭해왔는데 생각해보면 또, 한국 살면 그냥 사는 거 자체가 다 그대로 한국살이를 드러내는 것처럼 말하자면 외국인 회사에서 일하다가 퇴근 후엔 뭔 일식 주점에 갔다가 미국 커피점에 갔다가 그런다고 해도 그게 다 한국살이인것처럼 내 비록 거의 한국이나 마찬가지인 일터에 미국살람과 각별한 교류 별 없이 대충 엘에이 라이프로 산다 해도 그냥 그거도 현재 미국의 분명한 단면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자고 주장하노라- 다. 아 좀 궁색한 기분은 드는군.
하지만 내 일상이 어떤 색다른 물다른 의미나 메시지가 있는 거 아니라도 그냥 일상인거고 여럿에게 의미 있지 않아도 나에게 사소한 의미인 것을 기록하는 일이 어쩌면 모여져 한덩어리 의미로 차오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말하자면 예전에는 아 이거 신기한 미국이다, 아 이건 한국이랑 다른 거다, 하는 게 쏙쏙 눈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아마 나도 모르는 새 많이 내게 익숙함으로 젖어들지 않았을까 싶어진다는 얘기. 그 덕분에 그냥 써도, 그냥 미국살이인거로 넘어가줄 만하지 않을까 한다는 얘기!
쓰다보니 뭐 좀 진지한 주장같지만 실은 말하자면, 할 말 없어도 일기는 열심히 쓰자!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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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의 내 아린 감상과 어찌나 닮았던지.
좋은 물건 하나 사서 십년씩 사용하던 엄마의 본을 받아 나도 좋은 주방 기구 장만하여 오래오래 쓰겠노라했던 참으로 아마득한 옛날의 기억은 그러나,
그냥 저렴한 거 사서 쓰다가 지저분해지면 치우고 새로 사는 게 더 낫다- 하는 아주 미국 팝라이프스러운 모드에 경도되어 특히 프라이팬이나 소스팬 같은 것은 실버스톤 코팅만 되어 있으면 최대 저렴한 걸로 사서 쓰고 버리곤 했었다.
헌데 오늘 아침 달걀 프라이를 하면서 아 내가 성질이 급한가, 나 내가 좀 바쁘긴 하지, 이러면서 오롯이 모양 잘 살려 천천히 익어주는 걸 못 기다리고 들썩이다가 결국 노른자를 터뜨리고는
나이가 몇인데 달걀 프라이를 이 모양으로 하냐- 며 좀 면구스러운 기분이었다는거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 저렴모드 프라이팬의 수명을 내가 좀 지나치게 연장시키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는 말씀.
그러니깐, 말하자면, 쉽게 설명해서, 간단히 덧붙이면, 단언하건대!
새 프라이팬 사면 이쁜 달걀 프라이를 해먹을 수 있을거다- 라는 얘기다, 하하.
갑자기 맘 편하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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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에이는 뜨겁고 후끈거리지만 나는 호우경보라고 해도 비오는 쪽에 붙고 싶다. 나는 박쥐 블로거니깐.
가곡, 하면 제일 먼저 치고 올라오는 기억 속의 단연 탑 레퍼토리가 내겐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다.
어릴 때 엄마와 언니와 피아노 앞에서 연주하고 부르던 기억이 떠올라 검색했더니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호로비츠의 연주가 단연 멋있고 맛있다. 대가가 소품을 연주할 때의 그, 가슴 한켠에서 따뜻하게 피어오르는 그윽한 격조와 안온함을 절대치로 보여주고 들려준다.
비오는 날, 피아노로 부르는 세레나데- 거장의 풍성한 여유와 또 여유 못지 않은 진지함이 매력 넘친다. 아까 해외 기사 뒤지다보니, 누군가에게 사랑의 고백을 듣는 일의 가치를 환산하면 거금 27만불쯤 된다던데 그걸 게다가 세레나데로 듣게 되면 얼마만한 가치가 생기는걸까... 하는 생각 불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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