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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가새로쓰는미국일기
11월은 모두 다 사라져버린 것은 아닌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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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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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느닷없이 우박이 내렸다.

후두둑 양철지붕 깨지는 소리가 심상찮아 문을 열어보니
구슬같은 얼음덩이들이 마당에 좌악 깔리고 있다.
손바닥에 올려보니 투명하고 이쁜 구슬이다.

미국와서 몇년 새 아마 한번...쯤? 싸리눈같은 우박을 본 기억 하나가 가물한데
이처럼 제대로인건 처음이다.
낮동안에는 날이 그닥 차지도 않았는데
내내 흘러다니던 먹구름이 밤이 되면서 차가와졌는지
결국 소나기 대신 우박을 쏟아내는 것이 신기하다.
얼음 구경 한번 어려운 써던캘리포니아의 겨울도 겨울은 겨울인겐가.
요란하게 떠들며 쏟아져내리더니 십여분만에 멈췄다.

어이없는 겨울 더위에 비라도 좀 제대로 오라고 투덜대면서 그 지진한 일상에 늘 입을 삐죽거렸는데
의외로 갑작스레 달라진 얼굴을 만나니 색다른 자극이 되면서도 순간 당황하고 긴장한다.

특별한 세레모니가 놀랍고 그래서 감탄하며 바라보고 서있는데
왠지 한편 불안하다.
왜일까.


사람 맘 참 간사하다.






...............................................................................................................


허허, 28년 갖고 뭘 걱정하시나...ㅋㅋ
아직...도 멀었다.

방학숙제 막판 스퍼트 내기와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부터 훈련된
전날 한다- 의 오랜 전통. 

미안한 말이지만 거의 끝까지 안 고쳐진다, 내가 잘 안다, 아주 고수다 난.


근데, 나는 지금은 마감도 없는데, 왜 하산도 못하고 여전히 봉우리에 앉은거지.
뭐든 '전날' 이 아니면 시들하다구.


암튼, 동지적 결사를 위한 하이파이브를 나누... 아, 이 하이파이브를 '기쁨맞장구' 라는 우리 이름으로 부르자고
상상더하긴가 빼긴가에서 호소하던데, 한번 써먹어볼까?

아자, 기쁨 맞장구 루나작가!

...


근데 말야, 하이파이브는 발음이 쉽고 유려하게 흘러주는데
부러 다섯글자를 맞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된소리가 요란해서 좋은 의미에 비해 소리내어 말하기는 별 안즐거운데?

깁쁨맞짱구우!


좀 그렇지 않은가? 나만 그런가?


뭔 소리를 시작했다가 딴 소리로 끝내고 있는거냐 지금.








음식을 만들 때는 몇가지의 필수적인 단계를 거치는 법인데,

재료 구입
재료 다듬기
조리
(먹자 - 는 다른 차원의 단계이므로 제외)
설거지및 뒷정리

나 역시 대개의 경우처럼 조리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실은 다듬기의 과정이 의외의 만족감을 준다는 사실을 요즘 새삼 실감한다.

일을 하던 때에는 물론 마음이 바쁜 탓이 크지만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도 상당한 이유라
되도록이면 간단하게 빨리 요리할 수 있는 다듬어진 재료 선택이나 단계를 생략할 수 있는 스피드 요리법 등에 치중했지만

요즘에는 재료를 사다가 밑손질하는 데 시간을 좀 들이다보니
러프한 재료를 이리저리 손질해서 조리할 수 있도록 보관 용기에 깔끔하게 담고 딱- 소리나게 뚜껑 닫아 냉장고에 냉동실에 란히 넣어두고 나면

진짜 가슴 벅차(!)고 뿌듯한 기분이 드는거다... 흠...너무 인생이 단순한가...


어제 밤에는 소고기 닭고기를 밸류팩으로 저렴하게 사다가 이렇게 저렇게 다듬느라 거의 한시간 반의 지난한 노동(!)을 끝내고 언제라도 아들놈 간식거리 후다닥 대령할 준비를 마쳐두고 나니 집안 대청소한 기분 못지않게 홀가분했다.

한국서라면 이미 설 준비하느라 하는 일 없이 괜히 부산 떨었을 시간이지만
덕분인지 탓인지 헷갈리면서도 여하튼 명절 차례 준비에서 벗어나 느긋 팔랑대며 루나이어를 맞고 있으니
그 감면 혜택만 해도 재료 손질 90분 투자쯤은 필히 자청할 만 한거다.

더운 겨울 며칠 내내 비가 고팠는데
이틀 째 비온다.
촉촉한 금요일 아침이다.
커피 한잔과 함께 느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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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 체인인 칼스 주니어 Carl's Jr.를 처음 미국와서 가보게 됐는데, 버거집 이름 치고는 좀 색달라서 이게 버거집인지 주유손지도 헷갈렸는데 하여간 버거를 먹으러 갔던 나는 한동안 고민하다가 언니에게 진지하게 물었었다.

 
    - 근데 말야, 여기가 칼스 주니어면, 칼스는 어딨어?


푸핫- 웃음을 터뜨리고 한동안 버거를 씹지 못하던 언니.
음... 칼스는 햄버거를 안 만들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오직 칼스 주니어만 존재할 뿐인거였다...

쳇, 나는 뭐 대를 이어 버거에 목숨거는, 주니어 주니어로 이어지는 뭔 위대하신 가문쯤인 줄 알았지. 

오랜만에 인앤아웃 물리치고 칼스주니어버거를 먹었다.
무지하게 크더라구. 약간 고급스런 맛도 있고.

버거도 좀 돌아가면서 먹어줘야겠어. 웃기는 얘기지만, 그것도 별미야. 


근데...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칼스주니어 얼굴 별 마크는 슈퍼 마리오 큐브랑 느낌이 비슷하거든.
마리오 게임 한동안 안 했네... 그러고보니 희찬이 하는 거도 요즘엔 거의 못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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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달걀 진열대 앞에 10분을 서있다.
거의 매일 보는 장이다.
달걀 하나 고르는 것쯤은 이제 그만 엑스퍼트가 되고도 남아야 했을 세월이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도 뭘 고를지 여전히 갈등이다. 매일 시험에 든다. 

큼직한 냉장 선반이 놓인 한쪽 코너, 달걀만 한 가득이다.
미디엄 / 라지 / 엑스트라 라지 / 점보 - 사이즈별 구분을 기본으로
검사 기준 따라 AA, 혹은 AAA등급이 구분된다(그냥 A하나뿐인거는 못봤군 그러고보니)

여기에 또 암탉의 종자에 따라 다르게 탄생하신 흰색과 갈색 달걀이 구분되고(어딜가나 흰색과 갈색은 있는 법이다)
오가닉 Organic 케이지프리 Cage free   오메가 3 Omega  디에치에이  DHA
사료 성분 따라 뭐 잔뜩 자랑스런 설명서가 붙은 케이스들이 뽐내듯 줄이어있다.
그리곤 전부 다른 가격이 매겨져있다.
 
나를 갈등하게 만드는 건
어제는 정상 가격이었던 패키지가 오늘은 세일을 한다고 유혹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다른 브랜드에 비해 저렴해서 골랐던 오메가란이 오늘은 디에이치란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어제는 뵈지 않던 새로 등장한 얼굴이 뭔진 모르지만 더 좋은 성분을 갖추고 나왔다고 소리치는 탓이다.
아주 사람 정신 없게 만든다. 매일이 달라서 익숙을 무너뜨린다.

오늘은 세일하는 99센트 랄프스의 PB 달걀부터 4.99센트짜리인 콜레스테롤 제로 어쩌구 하는 달걀까지가
평등하게 나란히 누워있다.
 
물론 엄밀히 완전 평등은 불가능하다.
눈높이 층에 놓인 것들은 아무래도 펀의와 호감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값싼 종자건 비싼 대접 받는 존재건 흰얼굴이건 갈색얼굴이건 일단은 커다란 냉장 진열대에 모두, 함께, 있다.
특이하게도 여기선 흰 얼굴보다는 갈색 얼굴이 좀더 값을 받는다. 적어도 여기선!

나는 대체로 이른바 '좋은 성분'이 함유되었다는 주장에 호감을 보내는 편이었다.
조금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사료 성분이 좋은 것이거나 항생제를 안 먹였거나, 풀어키워서 건강하거나 그런 게 낫겠지... 라고 믿고 결정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선뜻, 같은 제품 같은 브랜드를 휙 집어들고 나서지 못해 늘 그 앞에서 갈등이다.
나 자신의 판단을 믿고 싶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 확신의 기준조차 확신이 없는거다.

사료를 뭘 먹였는지 네가 봤어? 어디다 풀어서 키웠는지, 그 인구 밀도( 아니지 '계'구밀도?)가 얼마나 되는 공간에서 풀어 키웠는지 풀어 키우면서 어떤 모이를 먹였는지 그게 효과가 얼마나 될 지 분명히 아는 얘기야? 유기농 모이는 확실할까? 어쩌면 목장 주인조차도 그들이 구입한 모이가 유기농인지 자신 못할수도 있어. 오메가-3? 이건 차라리 연어나 고등어를 먹는 게 더 낫다잖아 굳이 달걀에서 그걸 찾을 이유가 뭐 있느냐구!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게 온당하다고 보는거냐 정말로?

모든 진열대에는 모든 경쟁 품목들이 각자의 존재 이유와 자랑을 달고 서있다.
겉보기엔 제각기 자기를 선택해달라는 호소와 주장으로 간절히 기대하는 상품들 앞에 소비자라는 권리 주체들은 호기있게 팔짱 끼고 서서 가차없이 그들의 능력과 가능성에 선고를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끔 나는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한다.
얘들이 지금 나를 가르치고 있군.
나를 시험하고 있고 나를 조종하고 있군.
왜 너는 좀더 현명한 소비자가 되지 못하는 거지?
왜 너는 너에게 최고의 유익을 선택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거지?
왜 너는 멀쩡한 두 눈을 뜨고 손해를 보고 있는 거지? 왜 좀더 알아보고 비교해보고 소비할 줄 모르는거냐구? 하면서 늘 나를 몰아세우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아주 지독하다.
지독한 혼란과 의무를 교묘하게 전가한다.
소비자로 살아가는 것이 소비하는 즐거움 이상의 곤혹을 실상 동반한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지만 진실이다, 적어도 내게는.
 
나란히 길 양쪽에 마주선 주유소의 매일 달라지는 개스 값이 갤런당 몇센트도 아닌 몇십센트 차이가 나는 나라에 와서
나는 매번 고개를 갸우뚱하다 못해 아주 혼란에 빠지곤 했다. 대체 뭐지? 앞집 보다 비싼 개스값을 걸어붙이고도 당당할 수 있는 저 어이없음은 대체 뭘까?
마치 그 차이나는 가격 안에 뭔지 모를 틀림없는 이유가, 가격 이상의 뭔가가 있는 듯 여겨져서, 
저렴한 것을 오히려 문제점의 반증으로 의심하게 하는 아주 소모적인 의구심과 혼란을 주는 함정으로 느꼈었다.
 
끊임없이 소비자들에게 공부해라, 알아봐라, 생각해봐라, 를 요구하는 넘쳐나는 정보와 광고들.
고통스러울 정도로 선택의 기회가 열려있고 자유 의지를 요구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 일이 많다.
 
처음 미국 와서 항우울제로 유명한 졸로푸트를 티비에서 광고하는 것을 보고 나는 정말 깜짝 놀랐었다.
대체 의사의 처방약을 왜 소비자들에게 광고하는 것일까. 납득할 수 없었다.
이후로도 수많은 새로운 브랜드의 약품들이 감성에 호소하는 이미지 광고들을 통해 수없이 소개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드럭스토어 선반용 일반 의약품도 아닌 처방약을 대중 매체에서 광고하며 당신의 의사에게 이 약에 대해서 물어보라고 요구한다.
대체 환자가 처방약을 스스로 골라서 요구한다는 게 과연 온당, 아니 온당 이전에 가능한 것인지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평범한 상식인이고 의사라는 사람들이야말로 전문가로서 그런 이유로 존재하는 사람들 아닌가.
 
하지만 실제로 병원 현장에서 의사들은 환자들의 '권리'를 이유로 당신이 특별히 원하는 약이 있는지를 거꾸로 묻고 있다.
너에게 항우울제로 이런이런 약들이 있는데 뭐가 좋겠니, 네가 원하는 걸 처방해줄께- 하는 식인거다.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것은 의사로서는 굉장한 권리의 포기일 수도 있다.
약 처방을 위한 제약회사의 다양한 로비와 압력, 또 실제적으로 의사 개인에게 어쩌면 주어질 수도 있는 유익을 포기하고 환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볼 때, 대체 항우울제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 약인지, 본인에게 어떻게 작용하게 될른지, 여러가지 종류라는 그 약들 가운데 무엇이 좋은지 그걸 스스로가 일일이 공부하고 알아보지 않으면 그나마 주어진 그 '권리' 라는 것에 감히 손을 뻗어볼 엄두도 낼 수 없는 게 당면한 현실이 되는 거다.
놀라운 아이러니 아닌가. 약을 처방받아야 할 정도로 도움이 필요한 '환자'에게 전문가급의 이성과 판단력으로 약을 선택하라고 요구한다는 사실, 이건 형벌에 가까운 권리의 오용이며 애당초 불가능을 전제한 눈가리고 아웅식의 장난이다.
윤리적 도의적 책임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조차 사라졌다는 반증이고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전제가 깔린 액션들인거다.
 
숱하게 넘쳐나는 소비재 정보들.
비교가 불가능하도록 용량을 달리하거나 사이즈를 변형하여 교묘히 위장한 제품들의 장애를 뛰어넘고
유통 기간이 임박한 상품을 앞쪽에 진열하는 뻔한 술수에 익숙해져 늘 뒷줄 안쪽에 놓인 제품의 유효 기간을 전부 확인해야 하는 투쟁적인 소비 생활은 정말이지 몹시 피곤한 일이다.  

한마디로 눈 뜨고 코베임 당하지 않기 위해 늘 깨어있어야 함에 우리는 스스로가 긍지로서 다짐하지만 실은 그 모두가 소비자의 권리를 빙자한 공급자들의 횡포는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
아 좀 더 심플하고 정직한 소비 환경은 없는걸까.
쉽게 선택해도 손해보는 두려움에 빠지지 않을 길은 없는 걸까.
 
대체 99센트 짜리 달걀과 다섯배의 가격을 덧입은 달걀의 진정한 차이는 뭘까. 과연 정말 그 가치만큼의 차이가 내게 유익으로 주어지기는 하는 걸까.
사소한 원더즌의 달걀 한 줄이 내게 던져오는 어이없도록 지진한 의구심을 먼지 떨듯 떨어내며
나는 싹 세수하듯 오늘 아주 차라리 단순해져보자고 마음 먹는다.
99센트에 세일하는 마켓 브랜드 달걀 두 더즌- 오늘의 달걀 진열대에서 가장 저렴한 패키지를 집어드는 것으로
귀찮기 그지없는 온갖 옵션의 더하기 빼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만세! 마치 오랜 컴플렉스를 극복하는 최초의 한걸음을 내딛은 기분이다. 조금 통쾌하다.

눈에 보이는 아주 선명한 유익!  
놓아키웠다는 방목장의 규모가 정말 의미있는 수준인지, 디에이치에이 성분이 어떤 식으로 모이에 공급되어 달걀에 전이되는지, 유기농 모이의 '유기' 정도가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수준인지 따위에 더이상 관심 둘 필요 없이 지극히 심플하다.
저렴하므로, 구입한다.
달걀 열두개에 4불 이상의 비용 절감을 했다.
앞으로도
진열대 위에 놓인 가장 저렴한 품목을 고르는 짓거리를 한동안 지속해 볼 셈이다. 그러고 싶다.
심술이건 반란이건 뭐건간에 나는 아무도 몰라주는 나 혼자만의 껍질깨기- 를 조물락대며 해볼 참인거다. 무슨 일이 생기는지. 
 
소비자의 권리에 있어서는 그 어느 나라 동네보다 천국임을 자부한다는 미국 땅에서
그러나 소비자로 살아가기란 의외로 간단치 않다.
 
그 고단함에 지쳐서 이제 아 그냥 손해 좀 보고 살지...하며 고개를 외로 꼬면 그 자리에는 끊임없이, 네가 지금 얼마나 바보스런 지출을 거듭하고 있는지 내가 알려줄께- 하는 넘쳐나는 광고와 주장이 새로운 압박을 거듭하며 몰아세우는 세상.
 
미국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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