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란드리는 반드시 심야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게 나의 소감이자 나름의 주장인데 뭐랄까 늦은 밤 시간의 한량함과 형광등 불빛 환한 란드리의 풍경이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라나.
일렬로 주욱 늘어선 기계가 둥글게 둥글게 돌아가는 풍경이 한낮에라면 그저 분주한 일상의 해결로 이름지워지고 드라이하게 끝인데
늦은 밤에는 색다른 한가로움을 내어주는 시간으로 조금, 채색되기 때문이다. 책 한권 들고 란드리에 앉아 있는 시간. 그렇게 좀 모양을 바꿔줄 수 있다는 얘기다.
란드리는 별 건 없다. 수십개의 워셔와 수십개의 드라이어가 코인을 넣으면 돌아갈 준비를 하고 줄지어 있다.
워셔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쿼터 여섯개를 넣도록 되어 있다. 드라이어는 쿼터 하나당 8분을 쓴다.
두개에 나누어 넣고 16분씩 주어봤더니 음 역시 예상대로 뽀송하게 마르지 않더군. 각각 8분씩 더 주었다.
기계들 맞은 편에는 책상같은 정리대가 나란히 놓여있다.
넓은 집에서 세탁실이 여유롭게 갖춰져 있어본 적이 없는 나는 사실 이 여유로운 정리대가 있다는 점이 란드리를 좋아하는 아주 중요한 이유다. 양말 짝 맞추고 셔츠 펼쳐서 착착 개어줄 수 있는 요 공간이 썩 마음에 든다.
다음번엔 저 클래식한 오락기에 한번 매달려볼 참이다. 벽돌깨기가 있더라구.
보채는 아이들 달래주는 껌볼 머신에 뭐 커피 자판기 등등 동전 갖고 하는 건 이거저거 죄다 모아다 놓은 풍경인데 어쩐지 좀 지나치게 클래식... 하다.
아르메니안 매니저 아줌마는 내가 여기 처음이라니까 아주 신이나서 여기는 워셔고 이쪽은 드라이언데 우리 란드리는 아주 시설이 좋아 어쩌고...하면서 1불 넣으면 8분쯤 돌아간다는 안마 의자에 앉아 시운전을 해보이신다.
이 로케이션에서 필르밍을 하는 자들이 얼마나 있길래 이런 안내판을 달아놨나 쪼금 궁금해졌다. 저기 뭐 다운타운 스프링 길 어디쯤 있는 유서깊은 호텔 쯤이면 내 이해가 되는데 이건... 기냥 주택가 좀 촌스런 란드리일 뿐인데 말이지. 그래도 셔터를 누르다가 이걸 보면서 아, 이거 허락 받고 찍어야 하는 겐가... 약간 눈치를 보긴 했다.
빨래 마치고 나오니 밤 공기가 진하다.
한바구니 수확물을 거둬들고 집으로 향하는 기분, 어 이거 괜찮은 기분.
급한 마음 거두면 일상도 꽤 맛있을 수 있다, 고 생각한다. 생각하며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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