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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버벅 시절부터 내 취향은 올곧은 외길 인생(!)임을 만천하에 자랑스레 천명해온 바 있듯이
요즘도 길 하나 정하고 맨날 그 타령인건 어디 안 갔다.
집에서 프리웨이 들어서서 2번으로 바꿔타고 나서 프리웨이 종점까지 쭈욱 달리다가 알바라도 Alvarado 길을 만나면 다시 또 쭈욱 가다가 7가 만나면 우회전해서 쭈욱 그리고 주차장 진입 이렇게 쉽고도 곧은 것이 출근 루트인데
아 요즘 좀 자주 막히고 늦는다. 막히고 늦는데 별 묘수가 없는 건 좀 억울하다.
하여 오늘은 아무래도 좀 백업용 루트를 하나 마련하리라 마음 먹고 과감히 2번에서 실버레이크 silver lake를 만나는 플레처 드라이브 출구로 나가 이 호숫가를 구비구비 돌아 버질 Virgil 길을 통하여 윌셔와 회사로 이어지는
제2의 출근 루트를 개척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만세!
실험 결과는,
거리상으로는 그닥 단축된 건 없는데 대체로 아무 때나 트래픽 잼이 생길 일은 없는, 터덜터덜하고 그냥 기본 속도로는 꾸준히 통해줄 그런 루트임이 밝혀졌다. 나름 백업용으로 의미있다, 그런 정도 베이식한 찌개백반쯤의 몫을 해준다는 거도.
그런데 하려던 말은 그거 보담은 사실
이 실버 레이크라는 동네는 말처럼 커다란 호수가 한가운데 있고 그 주변으로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붙어있는 타운인데 물 귀한 엘에이에 호수 근처라는 점이 일단 색다르기도 하고 굴곡 깊지 않은 구비구비를 돌아나가는 길 모양이 재미도 있고 오래됐는데 나름 잘 관리되어서 손때 묻은 멋이 있는 집들과 그 사이사이 운치있는 카페나 상점들이 끼어있는 풍경으로 어쩐지 샌프란시스코 어디 작은 커뮤니티쯤 기분 내주는 오묘한 분위기인데-
이 동네가 실은 게이 타운으로 유명한 동네라는 거다.
뭐 그런 눈으로 바라봐서라고는 생각 안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왠지 그들이 모이는 곳 그들이 있는 곳에 남다른 멋이 풍겨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호숫가 옆에 개 공원도 있어서 아침 시간 조깅족들과 개산책족들이 흔히 보이긴 했어도 보여지는 동네 주민 그들의 성 정체성까지 확인할 아무런 특이점은 전혀 없었는데
그냥 집 대문과 건물을 앉은 모양새와 그냥 가게 간판과 인테리어와 담벼락 색깔과 그런 것만으로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그 색채감이 있다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걸까.
참 신기하다. 참 신기했다.
그리하여 여튼, 아침 안개 낀 날이면 아마 나는 요 신개발 루트를 쫌 자주 애용하게 될 거 같다, 오늘 이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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