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수박을 먹고 있었네
그대의 가지런한 이가 수박의 연한 속살을 파고들었네
마치 내 뺨의 한 부분이 그대의 이에 물린 듯하여
나는 잠시 눈을 감았네
밤은 얼마나 무르익어야 향기를 뿜어내는 것일까
어둠 속에서 잎사귀들 살랑거리는 소리 들으며
나는 잠자코 수박 씨앗을 발라내었네
입 속에서 수박의 살이 녹는 동안 달은 계속 둥글어지고
길 잃은 바람 한 줄기 그대와 나 사이를 헤매다녔네
그대는 수박을 먹고 있었네
그대가 베어문 자리가 아프도록 너무 아름다워
나는 잠시 먼 하늘만 바라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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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투리 시간에 뭔가 꼬물락 거리는 걸 좋아하는 요상한 취미 때문에
교회 시간 앞둔 십여분, 괜히 이거저거 들추다가 오랜만에 남진우 시를 만났다.
읽으니 여름이다.
후덥한 여름 아닌 싱그러운 여름이고
고즈넉한 여름이고
연하고 말랑한 낭만이 둥근 달빛 아래 폭신하게 깔린 여름이, 있다.
남진우의 초기 80년대 시를 읽을 때와는
아주 다른 맛이 있는 것은
내가 세월이 지나서일까
그가 세월을 겪어서일까.
뭐... 좋군, 여하튼.
달 노래 시는 다 좋아, 그러고보면, 나는.
아, 그런데 남진우가 소설가 신경숙의 남편이라고? 으흠... 몰랐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