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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가새로쓰는미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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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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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계속 둥글어지고 - 남진우

2009.06.29 03:51 | 스크랩북 | 제니퍼

http://kr.blog.yahoo.com/joomic/5046 주소복사


달은 계속 둥글어지고

                                      남진우

 
그대는 수박을 먹고 있었네

그대의 가지런한 이가 수박의 연한 속살을 파고들었네

마치 내 뺨의 한 부분이 그대의 이에 물린 듯하여

나는 잠시 눈을 감았네

 
밤은 얼마나 무르익어야 향기를 뿜어내는 것일까

어둠 속에서 잎사귀들 살랑거리는 소리 들으며

나는 잠자코 수박 씨앗을 발라내었네

입 속에서 수박의 살이 녹는 동안 달은 계속 둥글어지고

길 잃은 바람 한 줄기 그대와 나 사이를 헤매다녔네

그대는 수박을 먹고 있었네

그대가 베어문 자리가 아프도록 너무 아름다워

나는 잠시 먼 하늘만 바라보았네


.................................

짜투리 시간에 뭔가 꼬물락 거리는 걸 좋아하는 요상한 취미 때문에
교회 시간 앞둔 십여분, 괜히 이거저거 들추다가 오랜만에 남진우 시를 만났다.

읽으니 여름이다.
후덥한 여름 아닌 싱그러운 여름이고
고즈넉한 여름이고
연하고 말랑한 낭만이 둥근 달빛 아래 폭신하게 깔린 여름이, 있다.


남진우의 초기 80년대 시를 읽을 때와는
아주 다른 맛이 있는 것은

내가 세월이 지나서일까
그가 세월을 겪어서일까.

뭐... 좋군, 여하튼.

달 노래 시는 다 좋아, 그러고보면, 나는.

아, 그런데 남진우가 소설가 신경숙의 남편이라고? 으흠... 몰랐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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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ba 2009.06.29  08:03  [12.146.192.91]

전 아무 근거없이 신경숙이 싱글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이 詩의 첫 두 줄은 다소 '선정'적으로 느껴지네요. '여름밤의 정염' 뭐 이런 분위기기 물씬. ㅎㅎㅎ 아니라고요? 그냥 수박 '선전'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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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2009.06.30  04:37

신경숙과 남진우라니,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는 듯 아닌듯 좀 헷갈리더군요, 저는.
뭐 사이좋게 수박 먹었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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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ba 2009.06.30  09:11  [12.146.192.91]

읽으니 여름이다! 한 줄의 詩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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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2009.07.02  01:01

남진우가 좀 그로테스크를 벗어내니까 그윽한 회화가 되네요. 여름, 맞지요?

하바 2009.07.02  01:26  [69.235.83.53]

가령 신경숙이 임신 중이어서 배가 달처럼 불러오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같이 버무렸다면 어떤 詩가 되었을까요?

제니퍼 2009.07.04  15:27

아, 괜찮은 시였는데 문득 생활수기 공모작이 되어버리는 기분이... ;;

오크 2009.06.30  20:48

연인끼리 수박서리해 달 밝아지자 급히 먹다 뺨물린 달콤살벌한 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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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2009.07.02  01:03

아하, 한줄 시 여기 있네요! 요약시. ^^

haba 2009.07.02  01:22  [69.235.83.53]

오크 님의 예리함은 문학비평가의 빰을 여러 번 치시는 수준이군요. =)

오크 2009.07.02  10:56

제니퍼님: 시인임을 시인합니다. 한줄에 한해선.
하바님: 과뺨의 말씀입니다.

제니퍼 2009.07.04  15:29

한줄시인으로 공인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오크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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