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
전체 |
|
| 방문자 |
11 |
587221 |
|
| 구독자 |
0 |
71 |
|
| 댓글 |
0 |
6738 |
|
| 참조글 |
0 |
937 |
|
|
|
|
|
|
|
광고 - 야후! 코리아 에서 '제니퍼'님의 블로그를 지원합니다.
|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가 어떤 메시지를 '말한다'는 사실은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자 인간으로서 최고의 강력한 수단을 사용한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외침은 침묵이다. 당연히 들은 자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 목숨을 끊을만큼 자괴감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탈출한다. 스스로의 자존감에 대한 상처, 동시에 가족과 친지와 주변인들이 고통받는 것을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호소, 그래서 마침내 버리고 탈출하는 것에는 인간적인 연민을 지니는 것이 온당한 대응이다. 연민은 경건한 위로다. 그 아픔에 마음을 더하고 조용히 영혼을 위해 눈물흘리는 것이 족하다. 떠들썩한 미화나 과장된 영웅화, 혹은 울분은 오히려 떠난자를 부끄럽게 만든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한없이 약하다. 그 어쩌지 못하는 한계를 함께 공감하는, 그저 인정하는 것으로 족하다.
-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것 외에는 내 심중을 표현할 기회가 없다, 이 메시지로 내 결백을 주장하련다. 결백을 주장하고 입증할 기회가 진정 없었던 것인가. 무고함을 살아서, 스스로를 강변하여 주장하고 마침내 명예를 되찾아 그 억울함을 벗어난 홀가분한 인생을 누리지 않는다면, 죽음 뒤에 밝혀지는 결백이 그의 인생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람들로부터 명예롭게 기억되길 원한다, 는 이유라면 살아서 밝혀낸 결백이 더 명확하고 뚜렷하다. 침묵함으로 대답하는 것은 수많은 해석과 추측을 부른다. 과장이나 오해도 가능하다. 감정적 대응을 불러일으켜 어쩌면 그 결백의 순수함을 온전히 드러내기 보다는 부풀려지도록 방임하는 결과가 가능하다. 결백을 가장하기 위한 침묵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할 말이 없기에 침묵하므로. 도박과도 같다.
- 목숨을 버림으로써 내 손으로 속죄하고자 한다, 죄에 대해 인정한다. 다른 누군가의 판단과 판정도 필요없이 명백히 스스로의 잘못임을 먼저 인정하고 속죄하는 방법으로 목숨을 버렸다면 그 엄준한 자기 검열의 청정함을, 그 용기를 인정해야 한다. 누구나 죄의 댓가는 최소한이길 원한다. 그것을 최극단의 고통으로 스스로 감당하고자 하는 결정은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용기다. 고독한 용기에 고개 숙여야 한다. 그러나 그의 행위로 동시에, 잘못이 있음 또한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이 된다. 스스로 극한의 벌을 감당했으므로 남은 사람들은 죄를 더이상 거론할 이유도 자격도 없다. 그러나 남은 자들이 직면한 충격과 안타까움으로 인해 죄 자체를 부정하고 뒤집어버리는 어리석음은 반대로 그 힘겨운 죽음의 의미를 무산시키는 행위다. 죄도 없는 억울한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만큼 그가 어리석었는가.
우리는 지금, 어떻게 그 죽음을 해석하고 있는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
어떤 살아있는 목숨이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살아있음으로 감당할 고통 이상의 버리기 어려운 소중한 것들까지도 함께 모두 내려놓았다. 그 엄중한 선택 앞에서 남은 우리는 보다 냉철하게 그 메시지를 이해하고 명시할 의무가 있다, 최소한. 죽음은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이상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
http://kr.blog.yahoo.com/joomic/trackback/3429687/5022
-
오크 2009.05.26 15:55
-
호오... 그러고보니 그분은 저 세가지 모두 염두에 두셨다 싶기도 하네요.. 인간으로서 힘들다, 변호사로서 결백을 주장하련다, 전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지겠다....
답글쓰기
-
-
-
2009.05.27 09:53
-
'스스로' 감행했다라는 것이 워낙 강력한 메시지라서, 해석과 이해 가능한 세가지 경우를 생각해본 것인데요,
그 중 어떤 경우라 해도 경계해야 할 남은 사람들의 자세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
-
오크 2009.05.28 17:24
-
남은 사람들의 자세가 별 마음에 안듭니다.
-
-
2009.05.30 08:26
-
네. 솔직히 저도 상당히 마음에 안듭니다. 그 부류도 좀 나뉘긴 하지만 말이죠...
-
**** 2009.05.27 02:22
-
[귓속말 입니다.]
-
-
-
2009.05.30 08:28
-
아니예요, 그러실 필요 전혀 없는데요. 그리고 다소의 앵글 차이일 뿐 그닥 다른 점은 모르겠던걸요.
-
행인153 2009.05.29 09:36 [12.146.192.91]
-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요즘 한국 뉴스를 거의 독점하고 (누워)계신 이분, 정말 격정적이고 좌충우돌형 인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길 수십 년의 반려나 국민에게 한 마디조차 없는 유서 내용도 그렇고요. 무엇보다, 금전적인 간음을 한(혹은 하지 않은)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진 정부와 검찰, 세상을 향해 단숨에 대역전극을 노렸다는 느낌입니다. 대통령 출신으로서 스스로 자신을 살해한 사람이 과연 인류 역사에 몇 명이나 있는지….
답글쓰기
-
-
2009.05.30 08:35
-
가신 분은 말이 없으시니 죄다 뭐 남은 사람들의 가정과 짐작 뿐이고 결과론이 되어버리는 감은 있습니다만,
죽음으로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결국 전직 대통령인 자신의 명예 실추에 대한 항의일 수 있다 보여지니,
권위주의의 혁파를 주장했던 분의 행보로 보기엔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인 것 아닌가 싶어 씁쓸합니다.
답글쓰기
-
-
행인153 2009.05.30 10:47 [69.235.153.13]
-
9회말 투아웃에 만루 역전홈런을 친 행동에 쉽사리 돌을 던지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도 하기 어려운 생각을 해내는 분이란 생각이... 정말 민중, 가난한 자를 위하셨다면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길동무들을 생각하셨어야죠. 살아 남은 자의 슬픔도 얼마나 큰 것인데요. 이것 또한 이내 지나가리라, 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하면서 오랜 시간을 견디셨어야죠. 억울하다고 모두 수사받다가 조사받다가 죽어버리면 그의 생계수단이기도 했던 판사질, 변호사질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요. 그 일방통행적인 죽음, 정말 씁쓸할 따름... 이젠 자살의 굿판이 걷어치워지긴커녕, 더욱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방방곡곡에 펼쳐질까 걱정스러워요.
답글쓰기
-
-
2009.05.31 13:53
-
네. 따라가겠다고 따라가버린 여대생 뉴스부터 해서, 좀 모두들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는 입다문 국민들의 정서는 대부분 지금 풍경에 대해 우려중일 거라고 봐요.
답글쓰기
-
-
-
옥흐 2009.05.31 19:15 [211.54.23.91]
-
끼어들어 죄송합니다..
반향이 엄청났던 것에 비해선 아주 조용한 자살 인플루엔자인걸요? 아 조용히 지켜보는 국민 생각은 못했어요. 안부좀..
-
-
행인153 2009.06.01 03:01 [69.235.140.156]
-
아마도 그 은글슬쩍 자살 인플루엔자는 오래 오래 조용히 활동하는 종류일 것입니다. 자신의 심대한 영향력을 감추고 다른 상황이나 원인 속에 슬그머니 숨어들기를 즐기고요. 그분의 죽음이나 공과를 놓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무엇보다 아쉽습니다.
-
-
2009.06.02 01:08
-
저는 그것이 인플루엔자로 기능할 줄은 미처 몰라서 환자 1인 발생 뉴스만으로도 충격이었습니다, 옥흐님.
조용히 지켜보는 국민들께는 조용히 묵언의 안부를.... 전하도록 하지요, .묵상함으로.
-
-
2009.06.02 01:13
-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물론이고 표정 한번에 웃었다 아니다로 탑뉴스에 올라 질타하는 사회 분위기는 참 당황스럽더군요 153님.
-
-
행인153 2009.06.02 12:22 [12.146.192.91]
-
좌든, 우든, 자아비판을 요구하는 듯한 인민재판 분위기는 정말이지 무서워요. 다양한 의견의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획일주의는 바람직하지 않지요. 박정희 시대든, 노무현 시대든, 이명박 시대든….
-
오크 2009.06.02 11:17
-
묵언의 안부 ㅋㅋㅋㅋ 정말 한국엔 묵언의 인풀루엔자 좀 퍼져야.. (조문 정국에 킬킬대봤어요)
답글쓰기
-
-
-
2009.06.03 11:58
-
조문 정국은 그만하면 충분했다고 봅니다. 묵언함으로써 또한 위로를 나눌 시간도 충분히 허락한 셈이라고 보구요.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