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 블로거 오크님의 다락방에 구경 갔다가 1만 시간의 법칙- 이라는 포스트 를 대하며 몇가지 생각이 들었다. 어느 분야건 1만 시간 이상 연습해야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한 신경 과학자의 연구 발표에 대해 그러나 보편화의 오류가 있음을 지적한 글이었는데
일단 그 과학자가 도출해 낸 법칙이란 작곡가, 야구선수, 소설가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 가운데 특히 탑레벨은 예외없이 만 시간 이상 연습했다는 공통점을 보였다는 거였다.
하... 대체 1만 시간이라는 개념이 영 실질적으로 가늠이 안되어서 연필들고 못하는 산수질을 좀 해봤더니, 하루 24시간 꼬박 채워서 보면 약 400일, 하루 8시간 사용했다 치면 3년 반쯤 되는 세월이다. 아, 그러니깐 어떤 분야에서건 삼년 반쯤 꾸준히 투자하면 일가를 이루고 탑레벨에 오를 수 있는건가... 싶다가 근데 그렇다면 매일 8시간씩 자동차 회사 영업부에서 부지런히 일한 삼년 반차 대리는 자동차 세일즈 분야의 탑이야? 그 위로 과장도 있고 부장도 있고 세일즈왕은 따로 있고 그렇다고 해도? 뭐 이런 단순 무식한 심술보가 불거지면서 결국
재능이나 부여받은 능력에서 이미 출발점이 다를 수 있음을 간과한 오류라는 블로그 오너의 지적에 공감하게 되더라는거다.
그렇다면 거꾸로, 1만 시간을 바쳤는데 결과적으로 어느 수준의 전문가가 되어 있느냐를 평가해본다면 나는 천재인가 영재인가 범재인가, 범재 이하 기타 등등인가를 가늠하는, 타고난 능력이 어느 수준인가를 되짚어 알아보는 기준이 될 수도 있겠네- 싶은 하릴없는 장난끼가 발동하여 일단 내 히스토리를 훑어봤더니 말이지- 아... 나는 갈데 없는 갑남을녀, 게다가 필드 선정의 실책으로 왕창 감점을 먹고 들어간 불량 성적표가 턱, 프린아웃 되어나온다.

멀리 한참 전으로 내려갈 것도 없다. 미국와서 과거를 토탈 리셋하고 말끔! 내겐 전혀 새로운 필드인 핸드백 홀세일에 뛰어들어 (그러고보니 뛰어들어 - 의 액션도 아니고 그냥 슬그머니 주춤주춤 발 담근거였으니 스타트 라인의 탄력성에서 이미 감점일려나...?) 적어도 하루 8시간씩 같은 일을 하면서 그렇다면 나는 3년 반쯤 겪은 시점쯤에 어느 수준의 품질을 갖춘 전문인이었던가를 떠올렸더니 하, 참, 어이없게도 그 즈음엔 간신히 뿌옇던 시야가 쪼오금 열리기 시작했더라- 쯤의 기억만 건져진다. 그런 느림보 행차로 작년 가을까지 결국 7년 반, 거의 이만 시간의 투자를 해온 셈인데, 따라서 남들 기준점의 꼭 두배의 시간을 들였는데도 아 나 그 가방 홀세일의 탑레벨 되었나? 어휴, 전혀 아니잖아. 평민,입문,하수,중수,고수,초고수,지존,영웅,초인,본좌,입신 11레벨 대나무자를 고무줄자로 죽죽 늘여서 가늠해봐도 후하게 쳐서 고수도 못되었더라는 얘기지. 고수조차 이름은 쿨한데 그래봤자 중간 레벨일 뿐인데도. 이거 괜한 짓 했다가 억울한 능력 평가에 진실의 거울만 들여다 본 셈이다 쳇...대체... 난 뭐냐?
태생적으로 유전자가 쫀쫀한 사람들이 거기에 규정량의 훈련을 거듭했을 때 빛나는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는, 어쩌면 '그들만의 리그'용 법칙인 것을 본인같은 필모가 기준점으로 여겨보려는 자체가 이미 무리수인 거라 이거지? 그렇다면 정말로! 어떤 분야에서 지존 못되어도 고수쯤에는 올라서 좀 스무드하게 운전하는 인생을 살아볼려면 얼마나 긴 시간을, 몇배나 곱해진 만시간을 견뎌야 하는걸까. 그걸 알려달라구!
단순 반복형의 스킬을 묵묵히 갈고 닦아 결국 감탄스런 경지에 올랐다고 화제가 되는 '달인'들만 해도 보면 봉투 접기에 접시 운반에 호떡 뒤집기나 뭐 칼질 한가지라 해도 십년은 족히 시간을 보낸 결과로 뭔가를 얻어내고 있던데 아니 하긴 뭐 개콘의 김병만 달인은 매번 나와서 외길 16년을 강조하긴 하더만...
여튼 지나간 건 뭐 슬롯 머신 앞에서 철없이 날려버린 쿼터라 치고, 이제 남은 날들에서 뭔가 하나쯤 자신 넘치는 전문인으로 살아가보자 결심하고 지금부터 최소 1만시간, 3년반 세월의 두 배, 아니, 그 두 배로는 탑레벨 근처에도 못갔던 머쓱한 결과의 경험으로 볼 때 세 곱절, 3만시간쯤 장전해서 눈 질끔 감고 출발해본다면 혹시 뭔가 가능성이 보일려나.
내 기본기를 감안해서 적어도 10년. 영재들 1만시간 투자해서 오른다는 그 명예의 의자에, 아니 그런 럭셔리 의자는 관두고 그냥 도착해서 앉아 쉴만한 의자 하나쯤 건질 수 있으려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해볼까. 될려나.
실은 어쩌면 차라리, 1만 시간이면 뭐가 좀 될 만한 필드를 뒤지는 게 실속있고 약은 순서 아닐까 싶은 생각도 불현듯 들어온다. 하루 8시간 삼년반이라...
혹시 블로깅 1만시간이면 뭐가 되려나? 검색 페이지에서 늘 전체 랭킹 탑에 랭크되어 박스 안에 올라있는 블로거들은 혹시 1만 시간 투자자들 아닐까? 고만 쓰려는데 새 궁금증이 생기네...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