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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영화 책 읽어주는 남자 The Reader ** 스포일러 있다고 봄

2009.02.28 16:03 | 보고읽기 | 제니퍼

http://kr.blog.yahoo.com/joomic/4946 주소복사


귀가길에
몸이 아파 고통받는 소년과 그를 도운 여자가 있다. 그들은 이후 재회하고 이어 사랑을 나눈다.
이야기의 시작은 늘 그렇듯 만남에서 출발한다.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과 즉시적인 이끌림은 타당한 이유 없이도 왠지 그저 받아들여졌다.
아니 어쩌면 무조건의 이끌림이 어떤 작위적인 필연보다 더 리얼할 수 있다. 우리 삶은 오히려 실제 그렇다.
그러나 처음 얼마간은 15세 소년과 36세 여성의 육체적 만남의 씬들이 편치는 않았다.
틴에이저에 대한 무조건의 연민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순전히 내 사정이다.
그들은 운명적인 이끌림으로 마주했고 여름의 몇달을 온전히 서로에게 몰입했다.
남김없는 솔직함이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살아갈수록 더 그걸 느낀다.

책을 읽을 줄 모르는 여자 한나 슈미츠와 책을 읽어주는 소년 마이클 버그.
사랑을 나누기 전에 그들은 책을 읽는다.
소년은 들려주고 여자는 듣는다.
사랑이라는 보상을 위해 열심히 책을 읽어주는 소년의 행위는 그러나 관계에서 무력한 소년의 불안정한 지위를 올려주고 있다.
책을 읽어주고 받는 작업으로 관객은 두 사람의 나이 차로 인한 불공정의 편견을 어느새 중화시킬 수 있다.
중화된 관계는 누군가 더주고 누가 덜받는 도식을 벗어나게 하며 그들의 사랑은 그로 인해 자유롭게 비춰진다.
그 이후로는 나 역시 마음이 편해졌다.


문맹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한나가 감수해야 했던 시간은 가혹했다.
더구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가항력의 폭로를 요구받은 개인의 수치심은 너무나 무력했다.
그녀는 엄청난 죄를 거짓으로 인정하면서 간신히 그 자존심을 지키는 평생의 댓가를 치른다.
전쟁과 전쟁의 상처는, 마치 핵폭발의 가늠키 어려운 후유증과도 같이 예상치 못한 개인의 구석구석 인생 전부에 영향을 끼친다고 영화는 조용히 역설하고 있다.
상이 군인의 보여지는 상처 뒤에는 수면 아래 빙산과도 같은 그 뒷무대의 가려진 아픔들이 무한 증식하고 있음을 소리없이 외치는 것이다. 아무도 미처 모르지만 그러나 겪는 이에겐 온전한 고통임을.
한나는 그 안타까운 희생양이었다.
 
수감 중인 한나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책을 읽어 녹음된 테이프를 보내주는 옛 연인 마이클의 시도는 
한나가 마침내 글을 깨우치고 마이클에게 편지를 띄우는 시점 이전까진 따뜻한 배려와 깊은 사랑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그는 더이상의 접근을 불허한다.
여자는 여전히 그의 사랑을 희망하지만 그는 주저한다.
순수한 첫사랑의 상실로 남자는 이후의 삶 전부에서 늘 불구자다.
그의 시도는 때문에 실은 사랑이 아니고 더이상의 배려도 용서도 아닌, 자기 상처의 치유를 위한 행위로 전락하고 만다. 
한나의 자살은 수십년만에 이뤄진 단 한번의 재회에서 감지한 좌절 때문이었다.

사랑은 온전한 영혼을 지닌 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사랑에 의한 상처는 또한 사랑을 제대로 보듬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그게 아프지만 사실이다.
때문에 두 사람의 비극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서로가, 서로의 운명이 지워준 상처다, 안타깝게도.



2차 대전후의 독일을 배경으로 만는 미국 영화답다.
로맨틱을 양념으로 장식하지 않은, 독일풍의 직설적인 담백함이 영화 전반의 컬러다. 그 사실감이 몰입을 부추긴다. 흔쾌히 따르고 싶었다. 

케이트 윈슬렛은 관능적이면서도 순수한, 강하면서도 감추어진 연약을 지닌 한나의 캐릭터와 일치할 뿐 아니라 그 이상의 감탄을 이끌어낸다. 타이타닉의 철모르는 소녀는 어디에도 없다.
그는 온전히 새 옷을 갈아입고 완벽한 한나로 재탄생하고 있다. 마이클과 재회하며 마음의 실망과 쓸쓸함이 내비치던 순간의 그녀의 표정은 잊히지 않는 아픔을 전해준다. 상징적인 책 'The Woman With a Dog' 을 들추어 첫 글자 'The' 를 깨우치던 장면- 그 감격과 회환이 뒤섞인 얼굴 또한 케이트 윈슬렛만의 파워로 읽혔다.
해리포터, 잉글리쉬 페이션트, 쉰들러 리스트의 스타 랄프 파인즈는 주변인으로 떠돌며 누구와도 감정의 몰입을 이루지 못하는 (심지어 자신의 딸조차도) 상처입은 한 중년 남자의 씁쓸함을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 절절히 표현하고 있다. 아주 그 얼굴이라야 할 듯하다고 믿게 한다. 다른 얼굴을 상상할 수 없도록.
소년 마이클역의 데이빗 크로스. 어쩌면 이 영화는 이 신인의 존재로 인해 비로소 독일이라는 배경의 멋과 맛을 드러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1995년 발표된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로 뉴욕타임즈에 1위를 마크한 첫 독일 출생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했다고 한다. 2009년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과 며칠 전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도 수상했단다. 모처럼 그럴만 하다. 

감독 스티븐 달드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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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2009.03.01  19:28

'책 읽어주는 남자'의 책 제목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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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2009.03.02  16:32

원제목이 'The Reader' 인데, 국내 번역은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는걸요 오크님....
음... 쓰다보니 의도하신 질문이 이게 아닌듯도...책 읽어주는 남자의 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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