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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업을 시작한 산만한 덩치의 티처 안쏘니는
왼손을 들어 - 그러고보니 지난 학기의 마가렛도 그 지난 학기의 애니도 모두 왼손 사용자들이었다!, 이건 이에셀 티처의 일종의 자격요건? - 칠판에 두 마디를 큼직하게 쓴다. No fear, No regret 그래머 책에 코박고 앉아서 빈칸에 알맞은 단어 채우기 같은 지루한 수업은 안하겠다는 것이 나름 터프하신 오늘 그의 수업의 주제였다. 올커니! 지난 겨울의 짤막한 학기를 치르면서, 아마 제한된 시간의 어쩌는 수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집중적으로 그래머만 공부했더니 도무지 클래스 안에서 말할 기회가 없었던 탓에 뭔가 걱정스럽고 찜찜했는데 안쏘니 티처는 첫 날부터 몰아부친다.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한마디씩 하도록 시키더니 대뜸 want to change it 을 주제로 앞에 나와 발표하라는 거다. 그러면서 강조하는 것이 가장 우선은 릴랙스 하는 것이고 그 바탕 위에서 두려워하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말하라는 거다. 틀리는 것은 권리이며 틀려야 비로소 배운다는 사실을 거의 삼십분동안 침 튀기도록 강조한다. 이건 아주 소심쟁이 외국인에게는 참으로 치명적인 난점의 곱배기 버전이다. 우리 말로도 대중들 앞에 나아와 말할 때 두려움 없이 거침없이 말하기란 훈련이 필요하고 또 작은 실수라도 하게 되면 내내 마음에 남아 간질간질 후회의 앙금을 불러일으키는 그 인지상정의 문제는 이미 언어 이전의 극복할 스킬인데 더구나 이걸 버벅대는 영어로, 그 심리적 갈등까지 극복하며 치러내야 한다니! 그게 그래서 늘 달팽이 제자리 걸음인거다, 세월은 토끼처럼 깡총대며 고고씽 달려가는데 말이지. 특히 겁내지 말고, 는 익히 알던 얘기라지만 후회하지 말고, 부분에서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다. 그렇군. 실수해놓고 뒤끝 남겨 거듭하는 후회가 다음번의 용기와 도전을 방해해왔던 사실을 새삼 되뇌었다. 후회라는 되씹기를 약초로 취하는 건 솔직히 드물다. 대개는 그냥 쓴 풀로 끝난다, 특히 내 경우엔 그렇다. 그러니 그만 씹고 꿀꺽 해버리는 게 낫다는 말이지. 하... 이거 참, 이 나이 먹도록 여전히 갈고 닦고 조여야 할 마인드가 있다는 건 이건 용서되는걸까? 대체 앞뒤 어긋나는 요상한 말들을 내뱉어 놓고도 후회를 안 하려면 뭘 어째야 한담? 무대포 강심장에 뻔뻔 캐릭터를 타고 나지 않았다면, 지금 오직 떠오르는 방법 한가지는 선인장 화분 건사하듯 단기 기억상실 한덩어리쯤 물줘가며 키우는 것...? 흠. 쉽지 않겠어.... 하지만 덕분에 적당한 긴장감이 찾아오는 건 다소의 자학 모드가 약간 녹아진 거 감안해도 오히려 반갑다. 그래 뭐, 저슷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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