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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가새로쓰는미국일기
11월은 모두 다 사라져버린 것은 아닌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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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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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메모리 카드가 꽉 차버렸다.
이미 블로그에 포스트한 사진들을 지워내려가다가 보니 12월 2일 아침 일곱시의 하늘을 촬영한 몇 장의 사진이 있다.



아마도 나는 무슨 이유에선가 그 날 아침 문 밖에 나섰을 것이고 바라다보인 하늘, 아침이 찾아오는 풍경이 좋아 다시 카메라를 집어들고 그걸 담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서 생각한다.
왜 나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 '갖고 싶어' 하게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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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슴 벅차도록 아름다웠던 그 이십여일 전 아침 하늘의 감동을 분명히 기억한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 거의 본능적으로 그걸 내 사진으로 '담아야겠다' 고 생각했고 뛰어들어가 카메라를 집어들고 나왔고
철컥철컥 셔터를 눌러 서둘러'내 것'으로 만들어대느라 바빴던 거다.

결과는 어리석음의 확인일 뿐이다.
내가 기억하는 그 아름다운 아침의 풍경은 내가 담아서 가져와 카메라 속에 버려지듯 담겨있는 이 사진의 풍경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황홀했다. 그건 내가 이 작은 프레임에 담아서 움켜쥐듯 소유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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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갖고 싶어할까.
왜 길가에 피어난 여린 풀꽃을 따서 손에 쥐고 싶어할까.
왜 대상을 그대로 놓아두지 못하고 내 것이 되게 하고파 서두르는걸까.
어쩌면 그것은 거기에 있기에 아름다울 수도 있는 것인데.

문득 모든 기록과 보관의 작업이란 어쩌면 무의미한 욕심에 지나지 않을 지 모르겠다는
허무주의의 도랑으로 펄썩- 한발 헛딛는 찰나를 감지한다. 
소유와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걸까. 무소유건 내려놓음이건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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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건 또 그리 좋기만 한 발걸음은 아니다.
그럼 이런 끄적질도 블로깅도 이유없는 찰칵질도 모두,
모두 다 '공' 의 무한 개념이 펼치는 거대한 장막 속으로 밀어넣어 헛되고 헛되도다...하며 보리수 밑에 가부좌를 틀어야 한다는 말이냐는 거지. 정말 그런거냐는 거지...


아, 왜 내 생각은 늘 결론이 나지 않을까. 하늘은 정말 멋졌었는데, 그 아침도.


오늘은 내내 부슬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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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2008.12.23  20:02

허무주의나 무소유.. (요즘 유행어로 내려놓음) 가끔 삶에 통풍효과로 좋죠. 근데 뭐 사진, 기억까지 해탈하실 필요까지는 ㅎㅎ 근데 정말 장엄한 새벽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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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2008.12.24  10:45

역시 그쪽 해탈까진 좀 과하죠? 그럼 사진은 기냥 좀 찍을까요... 제 멋에 겨운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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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2009.02.14  17:57

흘러가는 순간을 잡고 싶은 건 누구나의 바램이 아닐까요?
잊혀지는 것이 무섭듯, 잊는 것도 두려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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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2009.02.16  11:02

잡고 싶어서 셔터를 누르는건데, 결과를 보고나면 잡은 게 아니라 변질시킨 거 같아서 아쉬워서 그러죠...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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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DaysInCan 2009.03.13  23:16

사진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멋집니다.
자연이 구사한 작품이지만, 첫번사진, 매료당하는 듯 해요.
덕분에 눈이 달콤해져 갑니다 ,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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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2009.03.14  13:44

네, 말씀대로 자연이 제절로 멋지고 경이로우니 그저 옮겨다만 놓아도 제가 인사를 받네요 하하.
마이데이님 블로그 잠시 들러왔습니다. 캐나다에 거주하시는군요?
즐겁고 아기자기한 블로그 이쁘게 일궈가시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자주 뵙길 희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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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o 2009.03.30  21:31

우와... 저런 노을 보면서 커피한잔...
아니.. 와인한잔..?
그냥 쐬주한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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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2009.03.31  07:21

하하. 코코님에게는 와인이 딱 어울릴 꺼 같은데 의외로 털털한 취향이신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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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l_kim999 2009.04.07  09:51

갖고 싶어하는것보단 영원하지않다는것을알고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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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2009.04.07  15:30

맞는 말씀이십니다... 금세 사라져버릴 것을 알기에 허겁지겁 잡아두고 싶은 마음이 그 안에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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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으로나는떠났네 2009.04.26  23:14

글쎄요^^ 사진에 '담는다'는 것?
전 요즘 주말 사진가라(주중엔 일하고)^^;; 집 근처 국립현충원에 토일마다 출근을 하는데요^^
담는다는 것?.......심미안. 마음과 기록 두가지 모두 놓치고 싶지 않는 것 때문?...
ㅎㅎ 초면에 너무 장황한가요? 우연히 들렀다가 즐겁게 구경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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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2009.04.27  13:56

초면에 장황 아니라 솔직 친근한 인사, 오히려 감사합니다! ^^
주말 사진가- 아주 근사한 이름인걸요. 사진속으로나는떠났네- 는 더 인상깊은 닉네임이시구요.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진 배우러 구경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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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153 2009.06.02  05:01  [12.146.192.91]

저도 늘 갈등합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즐기며,
마음에 저장할 것인가,
아니면 메모리카드에 담을 것인가...

윤동주의 시, 십자가를 떠올리게 하는
멋진 사진들이네요.
초생달 동네는 아침 노을도 무척 아름답군요.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幸福)한 예수·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十字架)가 허락(許諾)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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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2009.06.03  12:23

윤동주 시가 어릴 적 읽던 느낌과 많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새삼.
헌데 저녁 아니라 아침 노을, 하고 불러도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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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153 2009.06.03  12:26  [69.235.167.161]

조숙하셨군요. 어린 시절부터 윤동주를 읽다니. ^^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차가 비탈길에 서 있었으면 제니퍼 님은 차 우측면과 사이드 미러에 담긴 노을을 동시에 담고 계셨을 거라고. 그럼 전 아마도 더 뒤편에서 제니퍼 님 디카의 LCD 화면에 어린 피사체를 제 카메라에 담고 있을지도... 제니퍼 님의 디카가 라이브뷰가 아니라서 불가능한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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