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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길게 쓰는 타입이다. 전체 분량을 길게 쓰는 것도 있지만 한 문장을 길게 뽑는 스타일인 걸 잘 안다.
말을 이어가다 보면 붙여두고 싶은 말들이 자꾸 떠오른다. 그래서 주어는 출발점 이쪽에 남아 있는데 서술어는 대략 200미터 달리기 골인 지점에나 가야 간신히 만나는 그런 문장들을 겁도 없이 양산하곤 한다. 읽는 사람에겐 참으로 괴롭고 힘든 불쾌한 문장인 거다.
그 습관을 웹에 와서 적용시키다보니 곤란한 점이 많았다. 뭣보다 모니터는 열독성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에 긴 문장은 되도록 지양해야 한다. 문장 뿐 아니라 단락도 되도록 자주 잘라주고, 말도 어려운 표현 보다는 쉽게 술술 읽히는 구어적 표현들이 더 '프렌들리' 하다.
그런 환경에서 종이, 원고지 쓰듯 글을 써대면서 한문장을 주욱 이어서 가도록 내버려두면 모니터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와이드로 훑어도 두 줄 이상 끊일 새 없이 이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그건 진짜 내가 봐도 피곤하다. 때문에 블로깅을 하면서부터는 한 문장인데도 마치 시를 행간하듯 적당한 부분에서 잘라 나누는 습관이 생겼는데 사실 이건 글쓰기로서는 잘못된 방법 아닌가.
어쨌거나 한번 쓰고 나면 모니터에 올려진 모습 보면서 다시한번 들어가 행간을 해주고 단락을 나눠주는 2차 작업이 반드시 필요한 포스팅의 한 과정이 되었고, 나중에 보면 이건 시를 쓴건지 문장을 쓴건지 헷갈리도록 행간이 잦은 경우도 생긴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반란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이라 이런 식으로 써야 한다, 쓰자, 는 의식을 단단히 쥐고 있다보면 어느새 글도 거기에 맞춰서 간단하게, 말하듯이, 짧고 쉽게, 표현하게 된다.
두어달 쯤 전 몹시 심심한 날 지나간 내 블로그 글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나는 내 글이 어느새 짤막한 샤우팅 창법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건 마치 단발머리가 유행인 명동거리를 2층 롯데리아에서 내려다보며 야...어쩜 다 똑같다, 하며 기막혀 놀라는 기분과도 같았다. 이건 어디에서나 흔히 보는 글들이군. 아주 모니터용으로 맨질맨질 조약돌처럼 다듬어진 글이야. 여기저기 누구껀지, 누가 썼는지 가끔 헷갈릴 그렇고 그런 규격품이군- 하는 자각으로 몹시 놀랐다. 누가 알아주건 말건, 나는 내 스타일이 있어야 하고 또 있는 것이 당연하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있게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내 지론인데. 그건 다듬어져 세련된 문장을 쓴다는 것과는 또 별개의, 획일화된 타입의 문장이기에 더 당황했다.
그러면서 그 날 깊이 반성하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길게 쓰고 싶은 내 욕망, 긴 문장을 써왔던 내 습관을 되살려 다시 보듬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누가 읽건 못 읽건, 읽기 불편하건 어떻건, 여기가 웹이고 모니터고 돈 내고 읽는 글 아니고 진지한 내용 없고- 같은 환경 요소들이 내 생각의 출발점을 지배하는 건 용서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떠오르는 것들을 쏟아내고 나서, 실컷 다 털어놓을 만큼 늘어놓고 나서 그 다음에, 다소의 편의성과 심미적인 부분을 무례하지 않을 만큼만 고려하고 적용하자- 는 생각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한동안 거침없이 길고 딱딱한 글들을 몇차례 붙였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길게 '제대로' 글을 좀 써보자, 아니면 아예 말자, 는 각오로 블로그를 대하니까 이젠 가볍게 시작하기가 안된다. 뭐든 한 두 마디 시답잖은 말들 흘리고 달아나기가 안되므로, 아예 시작을 못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잠시 생각하면 뭐든 떠올라지던 것들이 모두 하잘것 없는 잡생각들로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이 요근래 벌써 몇 번인지 모르겠다. 내 발등을 내가 찍었다...
아, 이러거나 저러거나 다 못 쓰는 주제가 내거는 구차한 핑계다. 못쓰는 건 못쓰는 거지, 그걸 또 뭘 이렇게 길게 뽑고 있나...쯪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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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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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에는 매체에 따른 특성이 있겠죠. 얼마전, 손바닥만한 싸이에서 블로그로 넘어온 마커스 친구는 제니퍼님과는 반대의 얘기를 하더라구요. 넓어서 좋다구...
줄간을 조절할 수 없지만, 줄 끝나고, 한칸씩 띄어주기만해도, 읽기는 편한 것 같아서 마커스는 그렇게 합니다.
전체적인 문장이 아주 길어지더라두, 줄간에 한줄 공백이 있으면, 읽는데 답답함이나 큰 문제는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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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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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구, 굳이 문장의 내용에따라 줄을 바꿀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줄의 길이를 엔터를 넣어서 원고지처럼 일정하게 맞추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장의 길이는, 눈의 피로도하고 집중력하고도 관련 있는 것 같은데, 모니터가 점차 LCD로 바뀌면서, 아마도 문장이 좀 더 늘어나도 되지 않을가? 싶거든요.
제니퍼님처럼 길게 문장을 늘여쓰시는 분보면 부러워요. 그렇게하고 싶어도 잘안되고, 나중에 생각나서 추가되면 앞뒤가 잘 안맞아서, 고생하거든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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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샘 2008.10.30 01:27 [206.111.237.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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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나다니엘 호쏜의 작품을 공부하던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이 분의 한문장은 한페이지 반이 지나서야 마침표가 찍힙니다.
이걸 한문장으로 번역을 시도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물론 무슨내용인지 알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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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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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부러워요.. 전 이젠 문장 길게 쓰기가 넘~ 힘들답니다. 길게 쓰려면 머리가 아파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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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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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마커스님. 좋은 의견이세요. 여러가지로 참고가 될 말씀이 많아서 새겨읽고 있는데,
한가지, 제가 사진 포스팅 때문에 지금 와이드 타입을 쓰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까 가로 공간이 넓어져서 양쪽 맞춤을 하게 되면 너무 꽉 차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부득이 문장 중간에 엔터를 넣어서 좀 잘라주고 있는데...
길게 쓰는 거 부러워할 일 전혀 없습니다. 전 단문 잘 쓰시는 분들이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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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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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시도한 사람이 혹 본인은 아니신가요, 샘님. 근데 호손의 글이 그렇게 만연 스탈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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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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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건 진짜 뭐가 좋고 나쁘고가 없는 그냥 자기 스타일인거고, 저는 제 스타일을 좀 유지하면서 읽기 편한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인건데, 하... 부러울 일 진짜 아님다 쟈클린님...;; 쓰는 저도 머리 아파여,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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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 2008.10.3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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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는 량의 문제가 아닌듯 합니다.
관심의 문제지.
관심이 있는 포스팅은 짧은 게 불만입니다만,
관심없는 포스팅은 한 줄을 써도 안 읽게 되는 법.
어차피 리플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스타일이 구속받지 않아서 좋을듯!
그런면에서 잰이하씨의 글은 지금 어디쯤 있을까요?
방송안합니까!!!!!!!!!!!!!!!!!!
이제 엄살 그만 부리고! 마이크를 잡자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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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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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제니퍼님 !!
사진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집중하기 쉽기 때문에, 간혹 폭이 넓은 경우나 큰 경우도 문제는 안되는데,
한줄의 길이(장폭)는 너무 길면, 다소 거북한 것은 사실입니다. 줄은 사진과 달리 작은 영역에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줄의 폭과 사진의 폭은 달라도(야?)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줄은 줄의 폭을 가지고 사진은 사진의 폭을 가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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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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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경우는 줄은 너무 들쭉 날쭉 하지않게 오른편 끝을 적당히 잘라주려고 노력하구 있구요. 줄의 길이는 사진보다 조금 짧게 한눈에 들어오는 수준보다 조금 긴수준으로(약간은 눈동자를 굴려주며, 읽는 맛이나게 ^^; ) 하려고 하고 있어요. 결국은 중간에 엔터를 넣어서 맞춰줄 수밖에 없기는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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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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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 지적이십니다 버트씨. 관심이라는 걸 서로간에 일치시킨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그게 쉽지 않으니까 좀 해보다가 그냥 뻗대면서 난 내 식대로 갈꺼야! 뭐 이런 자기 위장 마인드가 생겨나는건데...
그러게, 제 글은 지금 어디쯤 있을까요? 저도 궁금해집니다. 어디쯤에 있을까를 제가 알 수 있을까요?
헌데, 잰이하는 어떤 변신의 과정을 거쳐 나타난 별명인가요? 평균이하- 쯤의 어감으로 들려서 몹시 찔리는 죄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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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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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님 포스팅이 그토록 섬세한 편집의 과정을 숙고하여 나오는 것이었군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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