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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아티클 하나씩 읽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월요일 숙제.
이 클래스의 독특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버벅거리는 영어로 몹시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논의한다는 점이다. 페일린의 틴에이저 딸이 임신을 했으니,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것을 어찌 받아들일 것인가 이란은 왜 늘 이라크와 대립하며 미국은 왜 이란에 적대적인가 미국으로 이민 온 아랍계 틴에이저가 엽기적인 살인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사회 문화적 심리적 배경은 무엇인가… 허허…
사실, 의도한 것은 그 핵심 논의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까지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수강자들이 엘에이 타임즈를 뒤져 스크랩 해온 기사들은 결국 그같은 논점을 주고받지 않을 수 없는 사건 사고들의 리포트였다. 이 와중에 내가 들고 간 이슈는 푸드 섹션에서 끄집어낸, 제대로 된 로스티드 치킨을 고르는 10가지 팁 따위였으니, 나는 첫 날 내심 무척 당황했다. 나름 의도적으로, 우리의 버벌(버벅 말고) 영어 수준을 고려하여, 말랑하면서도 범 인종적(!)으로 유용한 생활 정보를 가볍게 전달하는게 ‘어울린다’고 판단했던 나는 뭐가 잘못되었던가…를 되짚었다.
물론 잘못된 것은 나다.
그들은 내뱉을 영어의 레벨과는 상관없이 관심가는 이슈를 집어들었고 사전을 찾고 뒤져가며 그 기사들을 읽어온 거다.
그게 어쩌면 당연히 솔직한 속내다. 그 어휘와 문장과 표현법이 도무지 이 클래스의 목표점과는 동떨어져 있어서 오늘의 텍스트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을 가르치고 있지만 읽어온 문장은 온갖 뒤섞인 시제 속에 복문에 생략문에 관용 표현들로 주어와 서술어 찾기조차 힘겨운 글들이라 해도. 그 간극이 미세스 데이비슨의 수업 목표를 헷갈리게 하고 당황스럽게 만든다 해도. 이에쎌 클래스. 나는 이 장소에서 몹시 진실한 그리고 솔직한, 너무 적나라해서 가슴 아픈 아메리카의 얼굴을 만난다. 다운타운에서 일할 때도 그랬다.
주차 미터기를 쑤셔서 시 재정 밑으로 부스러지는 쿼터 몇 푼을 모아다가 약을 사는 그들. 월스트릿 정화 작업으로 밀려간 샌줄리안 골목길에 주질러 앉아 종일을 몽혼 속에 흐느적거리다가 돈주고 예약한 전용 모텔 마냥 미드나잇 미션으로 숨어드는 홈리스 검은 피플 그들은, 매일매일 ‘삼키기만’ 할 뿐인 비생산 인생에도 불구하고 시민권자이며 영어 능통자인 탓에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부지런 떨며 거친 일터에 나와 분주히 생산 - 물론 3차 산업 사회이니만큼 주로 ‘가치 생산’ 에 - 에 임하는 비영주권자이며 영어 버벅 이민자 인생에 업혀 살아간다.
영어버벅 이민자들의 일상은 결국 평범 혹은 평범 이하에서 웅성댄다. 버벅대는 영어만큼의 별표를 가슴에 달고 그만큼의 사회적 대우를 감내한다. 말이 안되니까. 하는 말 들어보면 갑갑하고, 바보스럽고, 멍청하기 짝이 없으니까. 지적 수준이 당연 의심되니까. 별다섯! 특급호텔!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사람들과 별 하나짜리 모텔을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고 탓할 수도 없이 현실이다.
하지만 지네들이 뭘 알아! 조악한 영어로 모여앉아 미국 대선 마당에 혜성과 같이 나타난 구세주 여인의 도덕적 가정적 결함이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어떻게 수용될 지에 대하여, 자부심으로 살아가던 무슬렘의 한 젊은 청년이 미국 땅에 옮겨 심어진 이후 목표를 상실하고 마침내 가족에게 총을 겨누게 된 그 사회 심리적 배경의 가슴아픈 진실에 관해서, 심플 프레젠트와 심플 패스트 시제의 단문들을 조각조각 이어가며 힘겹게 논쟁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갑자기 이 클래스가 좋아졌다.
오늘의 아웃풋이 조악해도 과거 각자의 모국에서 인풋된 것은 너무나 많아 그 인앤아웃의 부조화를 감내하느라 인격 수양에 인생 수양을 톡톡히 치러내는 ‘다 같은 처지’의 똑똑한 이민자들이,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어디가서 저렇듯 조악한 영어로 이같이 첨예한 범 스테이츠적인 이슈를 떠들어볼 수 있단 말인가!
오늘 미세스 데이비슨은 요요마의 앨범 한 장을 꺼내며 수업을 시작했다. - 나는 요요마가 세계적인 첼리스트라서 좋아하는 것 뿐 아니라, 그가 모든 다른 문화에 오픈 마인드 된 사람이라는 점에 매료됐어요. 그는 진짜 아메리칸이에요. 실크로드- 라고 이름 붙인 이 앨범에는 그가 클래시컬 뮤직만을 고집하지 않고, 아시안과 페르시안 전통 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작업한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어요. 일전에 제니퍼가, 대체 미국의 문화라는 것이 뭐냐- 고 물었었죠? 이것이 바로 미국의 문화입니다. 모든 다른 것들에 열려있는 것, 다른 문화, 다른 관점, 다른 습관과 생각에 완전히 오픈되어서 그것들이 서로 교류하고 섞이고 이어지는 것을 수용하는 문화, 그걸 즐기는 문화- 가 미국의 유니크한 문화인 것이죠.
국경 사방 너머에서 끊임없이 유입되는 다양한 컬러의 인간들, 그들의 등짐 속에 담긴 사고와 습관과 문화들로 비로소 숨쉬고 유지되는 것이 미국 나라의 정체성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수준급의 소양을 갖춘 중하층 계급'이 끊임없이 반조리 상태로 공급되고, 그들의 질좋은 생산력으로 그나마 낮고 묵직한 바퀴를 굴리는 것이 이민자의 나라,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아메리카의 정직한 그림이라고 감히 주장한다면,
누가 나한테 돌 던지려나?
좋아, 던지라고 하지 뭐… 나는 기꺼이 맞아주...지 않고 살짝, 피할거니깐.
아, 맞긴 왜 맞아? 억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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