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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나는 열흘 간격으로 생일이 이어있다. 이것은 같은 별자리를 타고 난 운명의 동지적 결사를 의미(... 심한가...;;)하는 것이며 덕분에 십수년 전 구월의 나는, 생일 미역국 곰솥 프로젝트를 프롤로그로 열흘, 에필로그로 스무날을 질리도록 불사하며 그 '결사의 의식'을 진하게 치러내야 했다.
이 달 초 서머스쿨 마치는 날, 밀린 용돈과 받을 용돈 기타 등등을 포기하겠다는 옵션을 스스로 내걸며 요청한 '값나가는' 생일 선물을 기왕이면 방학 때 노는동안 좀 즐겨라는 심정으로 20여일 앞당겨 사주었더랬다. 그 날, 함께 디스플레이된 셔플 보면서 너무 이쁘다 이쁘다를 연발하던 나에게 이번엔 자기가 주는 생일 선물로 약속을 하더니 어제 불쑥, 방학 끝나기 전에 내게도 좀 일찍 선물하겠다고 나가잔다. 허허... 나 아들 다 키웠나보다...

애플숍에 가서 보니 1기가는 49불 99센트, 2기가는 69불 99센트다. 소박했던 마음에 금세 기름기가 흐른다.
- 희찬아... 2기가로 사주라... 20불 차이나는데. - 흠... 근데 나 딱 55불 준비해왔는데... 그럼 엄마가 좀 빌려줘.
물론 빌려주지, 그럼그럼. 근데... 비싼 거 사겠다고 해도 저렴한 걸로 자진 하향하는 것이 에미의 도리 아닐까...하는 저어함이 잠시 스치긴 했으나 기왕이면- 하는 욕심이 이내 선한 모정을 덮어버렸다.
지난번 내가 사줄 때는 16기가 만지작거리는 녀석에게
- 얘... 8기가도 충분하지 않겠어? 가격 차이가 너무 난다구.
하며 뒤로 물러나게 해놓구서 나는 그 중 사양 높은 걸 갖게 됐다는 얘기다... 아 뭐 기준점이 다르잖냐구.

그리하여 터치를 진상하고 셔플을 하사받은 셈이 됐다. 8기가 vs. 2기가. 물론 이 간극에는 단순히 하드 용량만으로 판가름 할 수 없는 오십오배쯤의 가치 차이가 또한 존재한다. 더구나 산수도 불필요한 지독한 굴종 거래다. 무법 천지인거지.
그런데 참 기쁘다. 기쁘고 감사하다.
감춰진 진실로 보면, 그 물리적인 가치를 제외하고 난 무형의 가치 부문에선 단연 셔플이 오억오천배쯤의 훨씬 값진 의미를 묵직하게 선물하는 것이기에 나는, 몹시 감사하다.

디지털 가젯이라면 가능한 한 작은 사이즈를 우선하는 내게 아이팟 셔플은 정말 마음 끄는 스타일이다. 우표 두장 사이즈에 2기가라니... 이삼년 전만 해도 기대할 수 없었던 고농축 아이템. 포트 하나로 컴퓨터에 연결해서 충전하고 노래 저장하고 다시 그 자리에 헤드폰 잭 꽂아 듣고. 다양한 기능 보유한 웨펀이야 그 나름 가치가 있는 거지만 내 라이프 스타일에선 이걸로도 지나치게 충분하다.
노래 담고, 찾고, 소리 줄이고 키우고, 랜덤으로 유영하며 감상하고-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하랴! 옷깃에 클립하면 존재감도 거의 못느끼는 브로치 같은 깜찍한 액세서리. 4시간 충전하면 24시간 플레이한다.
추산해서 500곡쯤 담을 수 있다는데 엊저녁 내내, 갖고 있던 노래 파일에 새 노래 찾아 담느라 컴 앞에 붙박이 했는데도 아직 절반도 못 채웠다.
그래도 지금, 귀에서 왕왕 울려대는 마이라와 코린과 레이첼과 누벨들의 노래에, 비틀즈의 연시에 푹 젖어 포스팅하는 이 기쁨이 그저 넘치도록 감사하고 감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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