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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저녁. -내일 서플라이어들 물건값 결재해 줘야 하는데… 지금 어카운트에 밸런스가 얼마나 돼…?
아무 말 없는 그의 얼굴에 답이 나와있다. 나도 더이상 아무 말 안한다.
지켜보고 버텨보고 기다려볼 시간은 다 지난 것 같다. 결정할 시간이 왔다, 결국. 더이상 가게를 운영할 수 없다.
-내일 나가서, 결재 전부 홀드한다고 통보할께. 더 늦기 전에-. 생각하면 언제나 문제는 지금이 '더 늦기 전'인지 '성급하게 움직이기 전'인지의 두가지였다. 지금은, 더 늦기 전에 멈출 때다. 아니 이미 많이 늦었기 때문에 더욱, 더 늦기 전에라야 하는 시간이 됐다.
1년 이상 계속되어 온 경기 침체가 주요 원인이지만 256 winston의 지역적 한계가 내게는 어쩌면 더 큰 이유다. 비즈니스는 점점 키우지 않으면 퇴보하는 거- 라고 입버릇처럼 알려주던 최고참 세일즈맨 강아저씨의 말씀이 정답인거다.
아니 뭐 근사한 이유 이것저것 찾을 것도 없다. 결론은 장사 안되고 적자라는 게 현실이고, 더이상의 붉은 적자라도 그어댈 자본 없다는 게 또 하나의 현실이니까, 접어야 하는거다.
돌이켜보면 나는 왠일인지 늘 지금이 딱 적기- 라는 명확한 정답에 자신이 없었다. 망설임 혹은 서두름의 서툰 갈짓자로 타이밍이 어긋나는 경험을 반복해왔고 지나고 뒤돌아보며 그제서야 긁적긁적 위안하곤 했다. 그 때가 그나마 더 늦기 전이었어, 성급히 달려들기 전에 좀 견뎠던 게 다행이었나봐 … 헌데 그도 실은 선택의 여지가 반 걸음이나마 남았을 때 부릴 수 있는 사치였다. 여차하면 한쪽 발 길게 뻗어 아슬아슬하게나마 레인을 옮겨탈 수 있을 때 가능한 옵션이라는 얘기다. 지금은… 그냥 그 길로 가는 수밖에 없다. 하나 뿐인 길. ‘가게를 접는다’는 생각, 또는 상상, 가끔 때로는 기대- 이기도 했던 그 액션을 마침내 실행하게 됐다. 마침내- 라는 건 고대해 왔던 일의 결말에 다다랐다는 환호인데, 가만...그게 마땅한걸까? 6년 전, 내겐 전혀 엉뚱한, 일종의 계획된 우연쯤이랄 수 있는 참 예기치 않았던 새로운 인생이 주어졌고 흔쾌히 기뻐하며 달려든 일은 아니었지만, 재미 혹은 관심 혹은 호기심과 도전같은, 생업- 이라는 이름의 고귀한 명분이어야 할 ‘돈을 벌기 위해’ 라는 명제에서 굽어보기엔 참 철없고 어이없고 치기어린 그 미끼로 스스로를 홀려가며 나름 열심을 다해왔던 일인데.
아니 사실 그랬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히야… 난 그러니까 결국 장사를 할려고 지금껏 살면서 일하면서 경험들을 쌓아온건가봐… 그것들이 전부 다 쓰여지네, 전부 다 필요하고 전부 다, 합체하면서 소용되네, 다 이유있는 체험들이었네… 이런 깨달음에 사는 맛도 의미도 느껴가며 그렇게 해왔던 일인데. 그럼에도 언젠가부터 나는, 아무래도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는 갈망을 지니게 되었다. 파고들면 복잡한 이유가 내 안에 있지만 결론은 결국... 갈망이었다.
벗어나서 뭘 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라면 그저 새하얀 백지 뿐인, 무모하고 무책임한 곁눈질임을 다 알면서도 그저 꿈꾸듯 이 거칠고 팍팍한 동네를 벗어나는 그 언젠가를 희망처럼 마음 속에 담고 살기 시작했다. 언제인가부터, 나도 모르게.
어쩌면 그런 마인드가 장기적으로 오늘의 문제를 가져온 것일 수도 있겠다. 아니, 그게 어쩌면 가장 근본적인 문제였을 것 같다는 자각이 든다. 지금, 이 글을 쓰며 깨달으며 아차 싶다. 늦은 탄식일테지만, 그러나 일찍 깨달았다 해도 별 수는 없었으리라는 생각 또한 든다. 마음을 바꿔먹고 그 갈망을 누르고 없는 척하고 지냈다 해도 아마 별무 효과였을 거다. 나는 그냥 그렇게 생긴 인간이다. 그렇다면 이제 마침내 기쁜가? 홀가분한가? 아니, 자발적인 변화도 발전적인 중단도 아니니 우울한가? 참 희한한 일이지만 지금의 나는 전혀 아무 감각 없이 그저 밋밋하다. 딱 중간 지점에 머물러있다, 감정도 이성도 함께. 내겐 참 드문 일이다.
오랜 시간 몸에 익은 습성을 바꿔야 할 때 당연히 찾아오는, 흐늘대는 감상과 자기 연민으로 오른쪽 뇌주름이 빵빵하게 펴질 즈음이면 당장 결재할 금액과 회수 가능한 금액과 팔아야 할 재고와 리턴할 재고의 밸런스 조절을 위해 빠릿한 계산력 모자라는 좌뇌가 바쁜 길을 재촉하며 벌겋게 달아올라 대략 그렇게 균형을 맞춰주는 거다. 덕분에 통합적 결론은 무감각 덤덤 모드.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여튼 그렇게 마음은 결정됐다.
클로즈 아웃. 마음을 정하고 나니 마음이 바빠진다. 뭐부터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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