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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10/09
 
광고 - 야후! 코리아 에서 '제니퍼'님의 블로그를 지원합니다.

어느달에는 배당표에 달랑 다섯 꼭지, 전부가 고정물이었다.
고정물- 독자엽서, 판권, 사고, Q&A, 정기구독 안내.
한마디로 아무 생각없이 쳐내는 허드렛일,
기자들 취재꼭지 다 마치고 머리 쉬면서 마지막날 해치우는 마무리 작업들이다.


배당표를 받아들고 상처난 자존심에 부들부들 떨었다.
이건 그만두라는 얘기지. 너 필요없다, 너랑 일하기 싫다는 얘기.
이거라도 하겠다면 안 말리겠지만 이러고도 니가 붙어있겠다면 그것도 참 딱한 일이야

라고 하는 말이지.

당장 그만둘까 했다. 배당표 구겨서 그 여자 얼굴에 던져버리고 나설까 했다. 
선배들이 만류했다. 그러면 너만 손해다, 저 여자 좋은 일 시키는거다, 좀만 버텨봐라-.


, 그래, 나 이 회사 안 다녀도 그만이야, 그만인데,
지금 이렇게 물러날 순 없어-.
내가 얼마나 기대해왔던 일인데, 얼마나 하고싶었던 일인데,
얼마나 힘들게 들어온 직장인데, 저런 인간 때문에 포기할 순 없어, 적어도 지금은 아직은 안돼-.

할 일 없고 바쁜 거 없으니 만사 편하다 룰루랄라- 하며
콧노래 흥얼거릴 줄 알았다면 오죽 좋았으련만
사회 생활을 마악 시작한 어린 제이에게는 그만한 배짱이 없었다.
일거리 없는 게 자존심 상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분하고 억울한 순진함 뿐이었다.
그 생래적인 자존심을 악용하여 괴롭힘의 재료로 써먹는 그 여자의 잔인함이
참으로 용서 안되는 폭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알면서도 휘둘렸다.

어린 신입 기자 하나를 닥달하고 상처내고 깔아뭉개면서 그 여자는 뭘 얻어냈을까.
아마도 도저히 저 꼬맹이와 잘 지내기는 애당초 글렀다는 걸 그 자신도 잘 알았던 것이다.
그러니 그저 그냥 밉고 보기싫었던 거다.
그러니, 니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느껴봐라-는 심산이었던 거다.

그 한달을 어떻게 일했는지 아득하다.
매일 일없이 출근하고, 남들 쓴 기사 교정지 읽고
책상 앞에 앉아서 낙서만 하고 앉아있었던가?
마감 때 야근하는 선배들 있는데 어딜 먼저 가느냐, 남아서 야근하라던
그 여자의 억지스런 명령에 절망했던 기억은 낙인이 되어 사라지지도 않는다.

10시가 넘도록 아무 할 일 없이 책상 앞에 앉아 벌서야 했던 그 시절의 제이는 
요즘 세대들 관점으로는 갑갑한 바보다.
그러나 그냥 감수해야했다. 버티다보면 다른 날이 오겠지
하며.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여섯달을 견뎌내고, 노조 문제가 일단락되는 시점에
제이의 지독한 굴욕을 보다못한 뷰티 전문지의 편집 차장이
제이를 데려가겠다고 제안하면서 비로소 감격스런 해방의 날이 왔다.
이건 노비 매매도 아닌데, 딱 그 모양새다.

그 여자가 안된다고 할까봐 가슴을 졸였지만 다행히 여자는 제이를 풀어주었다.
더 이상은 미워하고 뭐할 것도 없이 놓아주는 것만 감격스러워서
하던 일 끝까지 마무리하고 나가라는 명령에 충실히,
부서를 옮겨서까지 하던 취재를 마무리하는 성의를 보이며 제이는
도망치듯 그 여자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그리고 서서히 뭉개져버린 자존감을 회복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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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2008.01.09  10:52

부라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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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2008.01.09  13:06

거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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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2008.01.10  03:05

아, 뭐,,,두 분 참...긁적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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