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에 33년 3개월의 미국생활을 접고 중외제약으로 들어온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이제야 한국 물정을 알고 정신이 좀 드는 것 같다.
지난 연말이나 연초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지인들과의 대화 중에 물어오는 것이 꼭 있다. “중외제약의 중요한 약이 무엇인가?”
처음에는 머뭇대다가 만든 정답이 있다. “병원에 가면 제일 많이 맞는 링게르, 그게 우리 회사의 중요한 제품이야.”
내 답이 정답인 이유는 중외제약이 국내 수액시장의 60%에 해당하는 연간 8,000만개의 수액을 생산하는 제약회사이기 때문이다.
5개월간 이리 저리 미루다 회장님의 명령(?)으로 지난 3월 23일 당진에 있는 수액공장을 방문하였다.
마침 세포치료 바이오벤처인 크레아젠(CreaGene) 직원들이 중외신약으로 합병된 후 처음으로 공장견학을 가는 날이라 나도 덤으로 붙었다.
서해대교를 지나자마자 고속도로를 나오니 2006년 완성된 공장의 모습이 보였다.
비닐용기에 수액을 담고 살균을 하고 박스에 넣고 창고에 보관하고 모든 공정이 거의 자동화된 라인이었다. 특별히 친환경적인 비폴리염화비닐(Non-PVC)로 포장을 한다고 한다.
기존 PVC보다 생산단가가 높지만 ‘사람과 자연’이 모두 건강하기를 바라는 회사의 경영방침 때문이다. 공장보다 더 인상적인 것이 물류창고였다.
10층 높이의 건물 공간에 수액을 빽빽이 채운다고 한다. 수액은 워낙 부피가 크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수액의 창고 보관과 출하가 컴퓨터로 다 모니터링 되었다.
지구 표면적의 70%인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도구이다. 물이 없었다면 태초에 생명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 몸도 마찬 가지이다. 바다와 육지의 분포비율처럼, 우리 인체도 70% 정도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살아 있는 물질의 모든 반응은 물 속에서 일어나기에 물이 없으면 생체의 단백질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며 기능도 못한다.
또 생체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DNA나 RNA도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하기에 복제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인간은 물론, 동물이나 식물 그리고 어떠한 작은 미생물도 물 없이는 아무리 많은 영양분이 있어도 생명활동을 유지할 수 없다. 물은 바로 생명이기 때문이다.
수액은 우리 몸 안의 물과 최대한 비슷한 상태로 만들어 환자에게 공급한다. 수액은 환자의 생명을 위함이기에 우리가 병원에 입원하면 기본적으로 수액을 맞는다.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수액은 할 만한 사업이 못 된다. 재벌기업인 CJ가 5월말 경에 수액 생산라인과 공장 부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액이 생산원가가 높은 반면 약가가 낮아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내린 결단이다.
11톤 트럭에 기초수액을 꽉 채우면 공급가가 800만원이다. 같은 트럭에 비아그라를 꽉 채우면 80억은 족히 될 것 같다.
같은 물류비용을 들여도 매출은 1,000분의 1인 것이다. 이처럼 기초수액 사업은 원래부터 이윤창출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중외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약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당진 공장신축에 1,5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그 뿐인가?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장사가 수액장사이다. 우리가 병원에서 맞는 수액이 물보다 더 싸게 약가가 책정되었기 때문이다.
생리식염주사액 1,000ml의 보험약가가 1,094원인데 원가는 1,500원이 넘는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삼다수’ 500ml가 편의점에서750원이다.
생수라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미네랄도 없고 그저 깨끗하게 필터링 한 물이 수액보다 거의 1.5배가 비싸다. 물 장사가 약 장사보다 더 났다.
이것이 재미있는 현실이다. “사람과 자연이 건강할 때 미래는 더욱 밝아집니다.”
이 자존심 때문에 나는 오늘도 연구소에서 신약개발에 매진한다. 물 장사도 좋지만 약 장사가 더 좋기 때문이다.
어느 ‘전화교환원 아버지’의 고백이다. 그날도 전화를 받았다. “그래 잘 있니? 엄마 바꿔 줄께.”
그는 집에 온 전화를 받자 곧 아내에게 바꾸어 주었다. 이상하게 아내는 곧 전화를 다시 돌려주었다.
평소에는 미국에서 오는 전화를 바꾸어주면 아내는 말이 길었다. 나의 역할은 그저 전화를 받고 아내에게 바꾸어 주는 전화교환원이었다.
내가 다시 받은 전화에서 “아버지! 오늘은 아버지와 꼭 대화를 하고 싶어요.”
미국에 유학 중인 아들은 오늘이 미국에서 지키는 아버지 날(Father’s Day – 6월의 3째 일요일)이라고 한다.
오늘 만큼은 아버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긴 통화를 원하였는데 나는 할말이 없었다.
이 ‘전화교환원 아버지’의 고백이 한국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아들을 아내에게 빼앗긴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아들이 커가면서 징그럽게도 아버지의 모습을 점점 닮아오는데 그런 아들과 소통(communication)을 한적이 별로 없는 한국 아버지의 현주소였다.
미국에서 아들이 3명인 때가 있었다. 한국 고등학교에서 문제가 있었기에 조기유학으로 미국에 보낸 남자아이의 미국 아버지가 된 것이었다.
이 아들을 1년 이상 기르며 관찰한 것이 있다. 이 아들의 한국 엄마는 한국의 아버지와 자꾸 단절을 시켰다.
아들 일상의 모든 문제를 엄마가 간섭하고 해결하려고 하였다. 문제가 생기면 아들과 아버지의 사이에서 아들을 치마폭 뒤로 밀고 감쌓았다.
아버지의 생각이나 의도는 엄마를 통해 제대로 아들에게 전달되지 못하였다. 아버지는 단지 돈 벌어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아버지였다.
아내에게 아들을 빼앗긴 것과 마찬 가지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한 가정이 아니었다.
‘전화교환원 아버지’의 고백이 바로 나의 이야기라는 아버지가 한국에 너무 많았다.
이번 주말에 “아버지 날”을 만들자. 아들에게는 아버지의 롤모델(Role Model)이 꼭 필요하다.
무뚝뚝한 아버지이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간절히 원한다. 아버지인 “나”를 위하여 빼앗긴 아들을 찾아 나서자.
아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자. 먼저 만나자고 하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자.
좀 쑥쓰럽다면 아들에게 술 한잔하자고 먼저 말하자. 그리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자.
징그러울만큼 나의 외모와 내가 싫어하는 나의 성격까지도 닮은 나의 분신인 아들을 찾아 나서자.
‘전화교환원 아버지’ 노릇은 이제 그만하자. 아버지들이여! 발기(發起)하자~~~.
한국에서는 아무 날도 아닌 미국의 아버지 날을 맞는다. 처음으로 아버지 날에 두 아들과 같이 지내지 못한다.
아내까지 아들의 결혼식을 위해 미리 미국으로 가버렸다. 혼자 맞는 기분이 묘하다. 그래서인지 이 글을 썼다.
현재 국내 제약사뿐 아니라 다국적 거대 제약사들의 고민은 약물로서 연구개발할 수 있는 단백질 약물 타깃이 고갈되고 있다는 데 있다.
2000년대에 휴먼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면서 아직까지 알지 못했던 유전자 및 단백질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새롭게 규명된 유전자 중 실제 약물 타깃으로 적절한 것은 많지 않다.
또 전통적인 약물개발기법으로 접근이 용이했던 수용체, 효소, 키나아제 등은 새로운 타깃을 찾을 확률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주목되는 신약연구개발 분야의 하나가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저분자약물 개발 기술이다. 질병은 세포 내 2만개의 단백질끼리의 상호교환이 단절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난다.
이 분야는 특히 상대적으로 기술개발이 더디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 연구진들이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물질이 혁신적이거나 기존 업체가 하지 않는 이른바 ‘틈새’ 분야를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벽을 뚫으려면 단백질-단백질의 벽을 뚫어야 한다.
이와 관련, 중외제약에서는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경로인 ‘Wnt 신호전달’을 활용한 혁신적인 표적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Wnt 신호전달은 암의 재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암줄기세포의 자가증식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개발될 경우 근원적인 암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외제약의 경험으로 볼 때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저분자약물 개발 기술은 블루오션이다.
국가적인 기반사업으로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에 이용할 ‘저분자 화합물 은행’을 만들면 여러 제약회사나 바이오테크가 유용하게 사용해 세계적인 신약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황우석 사건 이후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짜증이 났다.
이론적으로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만 의료용으로 가능성이 거의 희박한 줄기세포를 돈 나오는 흥부의 박이라고 황빠들은 왜 그렇게 들먹거리는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 4월 29일 차병원이 제출한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 연구계획을 4가지 조건을 걸어 사실상 승인키로 했다.
누가 또 뒤에서 어떤 장난을 하였는지 모르겠다.
황우석 팀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인 신청하였으나 모두 거절된 바 있기에 황빠들은 때를 만나 또 난리이다.
“시간이 없어요. 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하지 말고, 국익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길 관계자 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황 박사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서프라이즈’ 같은 진보 매체에서는 주장한다.
반면에 세계는 2006년 일본의 신야(Shinya)교수가 생쥐의 피부 세포를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하였다.
이른바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연구가 그로부터 시작되어 붐을 이루고 있다.
iPS는 체세포를 거꾸로 분화해(逆分化) 모든 장기의 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발생 초기 단계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이 방법은 난자나 배아를 파괴하지 않고도 치료용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기에 각광을 받고있다.
‘황우석 방법’인 난자를 쓰지 않아 생명윤리 문제가 없고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장점 덕분에 iPS는 최근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계질환이나 심혈관질환, 당뇨 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이상적인 줄기세포’로 각광받고 있다.
그동안 iPS를 만드는 방법은 4가지 유전자(Oct4, Sox2, Klf4, c-Myc)를 삽입해 세포의 역분화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바이러스에 끼워 넣은 유전자 가운데 c-Myc은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이동체인 바이러스 또한 병원체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기에 연구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이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몇달 새 유전자와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는 역분화 연구가 많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셍 딩(Sheng Ding) 박사 연구진은 지난 5월 2일자 '셀 스템 셀(Cell Stem Cell)' 인터넷판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전자 대신 단백질을 이용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유전자 대신 역분화를 유도하는 유전자가 만든 단백질을 이용했다.
단백질 운반체는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의 하나인 아르기닌을 연결한 아르기닌 사슬이고 단백질 결합체는 (+)전기를 띠고 있어 쉽게 세포막으로 들어간다.
연구진은 생쥐 태아에서 추출한 세포에 이 단백질 사슬을 넣고 12시간 기다린 다음, 다시 36시간 동안 이 단백질을 제거하는 과정을 네번 반복했다.
단백질은 쉽게 분해가 됐으며, 어떤 유전물질도 새로 도입되지 않았다. 2주쯤 지나자 일부 세포가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변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바이러스에 유전자를 싣는 역분화에 비해 효율이 낮다. 하지만 딩 박사는 "첫 시도에 불과하다"며 "효율을 충분히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병원 줄기세포치료연구소 김광수 소장과(그의 주 임무는 하버드대 교수) 차바이오 오스텍의 연구팀도 이렇게 단백질만을 이용한 역분화줄기세포 확립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5월 29일 밝혔다.
이렇게 바이러스가 아닌 ‘단백질’를 이용한 역분화줄기세포 확립이 성공함에 따라 향후 iPS연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천기술이 계속 발전하지만 치료에 쓰이려면 세포 수와 생성시간 단축, 그리고 제일 어려운 허들(hurdle)인 원하는 세포로 분화하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
줄기세포가 누구말대로 강원래를 일으키는 것처럼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임상으로 갈 수 있는 시기는 까마득하게 요원하다.
내가 알츠하이머가 걸려서 필요할 때도 줄기세포가 전혀 해결해 줄 수 없을 것이다.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 체세포와 단백질로 안전한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에 대한 논문이 3년만에 약 1500건 이상 나오며 세계적인 추세이다. 아직도 ‘황우석식(式)’을 부르짖고 황우석에게 기회를 주라는 황빠 노릇은 이제 그만 하였으면 좋겠다.
경제학의 한 분야에 게임이론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게임이론에서는 인간이 영위하는 모든 경제행위를 하나의 게임으로 보고 경제행위의 주체는 모두 게임 참가자가 된다.
치킨게임(chicken game)이란 1950년대에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던 객기어린 놀이의 이름인데 이 게임에서는 두 대의 자동차가 서로 마주 보고 달려간다.
한 쪽이 핸들을 돌리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충돌하여 박살이 나게 되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먼저 핸들을 돌리는 쪽이 모욕적인 '치킨'(겁쟁이라는 뜻이 있음)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고, 끝까지 핸들을 돌리지 않는 쪽을 승리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 이 게임의 룰이다.
게임이란 이기기 위하여 참여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핸들을 돌리지 않으려고 하지만 상대방도 핸들을 돌리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이 약한 쪽이 지고 담대한 쪽이 이기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나는 끝까지 핸들을 돌리지 않거나, 못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하는 것이 이 게임의 요체이다.
상대방의 시야에 가장 확실하게 보이는 곳에서 핸들을 뽑아서 버리는 것이(경기용 자동차는 핸들을 뽑을 수도 있는 모양이다) 이 게임에서 이기는 비결이라고 한다.
치킨 게임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쪽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게 하여 게임을 포기하게 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므로, 결코 뒤를 보여서는 안 되는 허장성세(虛張聲勢)가 필수적이다.
물론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하여서는 나의 모든 것을 잃는 재기불능의 치명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 만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치킨게임은 잘 되면 모든 것을 얻지만 안 되면 모든 것을 잃는(All or Nothing), 고위험도의 게임이므로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제일 좋으나 우리가 숨쉬고 사는 세상에는 이 게임을 나와 내가 소속되어 있는 집단에게 걸어오는 자가 항상 있게 마련이므로 결국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겁먹게 하여 투지를 꺾어 버리게 만들고 포기하게 만드는 기싸움의 요령을 체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옛날 전투 장면 중에서 배수진은 고전적인 치킨게임이 될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충주의 달래강을 뒤로 하고 배수진을 친 신립(申砬)장군은 이중으로 치킨게임을 한 것이 되는데 왜적에게는 우리는 퇴로라는 핸들을 버렸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되니, 죽을 준비를 한 아군을 이기기 위하여서는 죽을 각오를 하고 덤비거나 그게 싫으면 물러가라는 초강력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되고, 부하 장병에게는 밀리면 강물에 뛰어드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것을 보여 주므로 도망 갈 수 있다는 핸들을 제거한 것이 된다.
이순신 장군의 ‘죽기를 기하는 자는 필시 살고 살기를 꾀하는 자는 반드시 죽는다(必死則生 幸生則死)'라는 유명한 말 역시 자기자신과 그를 따르는 부하들, 그리고 왜적에게 치킨게임을 걸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인간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기록인 역사책은 각종의 치킨게임으로 가득 차 있다.
2007년 7월에 분당샘물교회 신도 23명이 아프가니스탄에 봉사하러 갔다가 탈레반에 의하여 납치된 사건이 있었다.
이 교회의 목사를 포함하여 2명이 살해되고 21명은 거액의 몸값을 내고 생환한 사건으로, 탈레반의 잔인함과 샘물교회 신도들의 무모함으로 전 국민의 여론이 비등하던 사건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국정원장을 현지에 파견하여 탈레반의 요구조건인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몸값 지불 등, 그들의 요구조건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 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한국정부와 탈레반과의 대치 상황을 치킨게임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탈레반은 철군과 몸값 지불을 이행하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였다.
한국에게 최선의 상황은 대가 없이 인질들이 무사귀환 되는 것이었으나 군사적 행동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이렇게 했을 때 있을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의 실패는 인질로 잡힌 자국민의 인명에 손상을 초래하는 것이었으며 이것은 치킨게임에서 최악의 상황을 의미했다.
탈레반에게 최선의 상황은 그들이 인질을 잡은 목적이기도 한 한국의 아프간 철군과 몸값을 받는 것을 관철되는 것이었고, 최악의 상황은 한국을 비롯한 연합국의 토벌작전에 의하여 그들이 궤멸되고 인질도 살해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치킨게임에서 탈레반은 인질을 한 명씩 차례대로 참수(斬首)하는 등, 자기 갈 길을 변경할 것을 시사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음으로써 게임의 고수답게 기싸움에서 고지를 선점하였으며, 파병을 해 놓고도 현지 사정에 어두운 한국정부는 60만 대군의 군사대국이면서도 군사적 행동의 시도조차도 하지 못하고, 지방 민병대 수준의 테러리스트 집단 탈레반을 상대로 하여 그들에게는 제일 좋은 해결책이고, 한국에게는 차선책인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치킨게임의 패배자가 되고 말았다.
이 사건은 한국은 국제적인 분쟁상황에서 국가적인 전략이 부족하다는 것을 노정시켰으며 국제적인 테러리스트집단에게 한국은 좋은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는 약점을 노출시켰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정부 등과의 공조를 통해서 군사적인 행동을 포함하여 좀 더 치밀하고도 대담한 대응책이 아쉬웠던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9년 6월의 상황은 어떠한가?
5월 23일 전직 대통령 노무현씨가 검찰조사를 받던 중 자살하였고, 북조선은 2차 핵실험에 성공하였으며 장단거리 미사일 여러 발을 불꽃놀이라도 하듯이 쏘아대고 성능이 월등히 개선된 것으로 보이는 ICBM의 시험발사를 또한 앞두고 있다.
노무현씨의 유서에는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라는 귀절이 나오지만 그의 지지자들과 그의 자살을 정치적인 도약의 계기로 만들고 싶어하는 기회주의자들은 시청 앞 광장과 인터넷 공간에 대규모 군중이 모인 것을 놓질세라, ‘정치적인 타살’, ‘간접적인 타살’을 주장하며 망자의 허물을 묻지 않는 전통적인 한국인의 풍속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여, 그가 600만불 수뢰사건의 장본인이라는 점은 완전무시 내지 망각하여 버리고, 2008년도의 촛불시위의 인파를 그리워하며 ‘이 분위기에서 1cm도 옮기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의 정권은, 북한의 핵보유를 북조선이 주장하는 그대로 국제적인 압박 때문에 자위를 위하여 불가피한 것이라고 변호해 주는 등 그들의 대변인 노릇을 자청해 마지 않았다.
그들의 변호에 따르면 북한의 핵무기는 북한 자신이 핵공격을 받지 않기 위한 ‘자위용’ 핵무기일 뿐이었다.
그들의 인식이 그러했으므로 보내주는 돈들이 핵개발에 전용되는 것을 구애치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하면 그 핵무기는 어디까지 가는가?
북한이 남한에 대하여 대규모 군사적인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상황이 생겼을 때, 미국이나 일본의 군사적개입이 우려되면 일본과 미국본토를 향하여 사용하는 것 말고는 그 용도를 생각하기가 어렵다.
핵무기가 기능적으로 자위용과 공격용이 별도로 있다는 소리는 아직 들은 일이 없다.
두 개의 국가적인 규모의 치킨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북조선의 김정일 세력과 대한민국의 이명박 정권.
노무현씨를 중심으로하는 운동권세력(전통야당도 그들에게 흡수통합된 것으로 봐야 한다)과 이명박 정권이 바로 그것이다.
북조선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벼랑 끝 전술'이란 치킨게임의 북조선버젼이 아닌가.
상대방이 목숨을 걸고 덤비면 나도 목숨을 거는 척이라도 해야만 치킨게임의 균형이 이루워진다.
이명박 정권은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공고히 하는 등 과거정권처럼 퍼주기를 지양하고 상호주의를 택함으로서 그 방향은 옳게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과거 정권에서의 햇볕정책이란, 치킨게임으로 나오는 북조선에 대하여 작전이랄 것도 없는 것이, 노무현 정권이 탈레반에 했듯이 그들이 하자는 대로 해 주고 돈으로 평화를 사는 것 뿐이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차선이지 최선은 아니라는 것이다.
햇볕정책의 지지자들은 ‘그러면 전쟁하자는 말이냐’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치킨게임에 있어서는 전술한 바대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기가 죽게 만드는 허장성세가 필수적이며 이것은 실제상황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한다.
또한 치킨게임의 한 쪽 당사자인 북조선은 최선의 결과인 적화통일를 얻기 위하여서는 최악의 상황, 즉 '공화국'이 궤멸적 타격을 받는 것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이 전쟁을 벌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노무현씨의 출신향(出身鄕)인 운동권, 그들은 이명박씨에게 530만표 차이라는 사상 최대의 표차로 패배한 순간 일시적으로 절망했었으나 광우병쇠고기 파동을 정치적으로 적절히 이용함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개발독재자를 계승한 군인정치가에 대한 저항으로 1980년대에 정치적 인생을 시작한 그들은 ‘잃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치킨게임의 고수였다.
2000년대 들어서 양극화(兩極化)가 진행되고 1997년도의 IMF사태와 2007년도의 경제위기는 도시빈민층이 확대되고 중산층에까지 영향을 주었으므로 이들의 투쟁방법인 치킨게임은 확대재생산이 이루워져 전사회적으로 만연하기에 이르렀다.
치킨게임에서는 뒤를 보이는 쪽이 패배하게 되어있다.
깨질 때 깨지더라도 상황을 장악하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두 개의 치킨게임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이명박씨의 실패는, 자연인 이명박의 실패로 끝나지 않고 그에게 투표한 1000만 유권자와 대한민국의 실패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치명적이다.
게임의 반대쪽 일방(一方)은 목숨을 걸고 덤비고 있고 그 핵심인 노무현씨는 목숨을 이미 버렸다.
또 다른 게임의 반대쪽 일방인 김정일은 북조선 전체의 명운을 걸고서 덤벼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좌고우면, 일희일비를 하지말고 게임의 법칙에 따라 의연하고 대담하게 대처하는 것 만이 생왕방(生旺方)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