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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말에 33년 3개월의 미국생활을 접고 중외제약으로 들어온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이제야 한국 물정을 알고 정신이 좀 드는 것 같다.
지난 연말이나 연초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지인들과의 대화 중에 물어오는 것이 꼭 있다. “중외제약의 중요한 약이 무엇인가?”
처음에는 머뭇대다가 만든 정답이 있다. “병원에 가면 제일 많이 맞는 링게르, 그게 우리 회사의 중요한 제품이야.”
내 답이 정답인 이유는 중외제약이 국내 수액시장의 60%에 해당하는 연간 8,000만개의 수액을 생산하는 제약회사이기 때문이다.
5개월간 이리 저리 미루다 회장님의 명령(?)으로 지난 3월 23일 당진에 있는 수액공장을 방문하였다.
마침 세포치료 바이오벤처인 크레아젠(CreaGene) 직원들이 중외신약으로 합병된 후 처음으로 공장견학을 가는 날이라 나도 덤으로 붙었다.
서해대교를 지나자마자 고속도로를 나오니 2006년 완성된 공장의 모습이 보였다.
비닐용기에 수액을 담고 살균을 하고 박스에 넣고 창고에 보관하고 모든 공정이 거의 자동화된 라인이었다. 특별히 친환경적인 비폴리염화비닐(Non-PVC)로 포장을 한다고 한다.
기존 PVC보다 생산단가가 높지만 ‘사람과 자연’이 모두 건강하기를 바라는 회사의 경영방침 때문이다. 공장보다 더 인상적인 것이 물류창고였다.
10층 높이의 건물 공간에 수액을 빽빽이 채운다고 한다. 수액은 워낙 부피가 크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수액의 창고 보관과 출하가 컴퓨터로 다 모니터링 되었다.
지구 표면적의 70%인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도구이다. 물이 없었다면 태초에 생명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 몸도 마찬 가지이다. 바다와 육지의 분포비율처럼, 우리 인체도 70% 정도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살아 있는 물질의 모든 반응은 물 속에서 일어나기에 물이 없으면 생체의 단백질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며 기능도 못한다.
또 생체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DNA나 RNA도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하기에 복제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인간은 물론, 동물이나 식물 그리고 어떠한 작은 미생물도 물 없이는 아무리 많은 영양분이 있어도 생명활동을 유지할 수 없다. 물은 바로 생명이기 때문이다.
수액은 우리 몸 안의 물과 최대한 비슷한 상태로 만들어 환자에게 공급한다. 수액은 환자의 생명을 위함이기에 우리가 병원에 입원하면 기본적으로 수액을 맞는다.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수액은 할 만한 사업이 못 된다. 재벌기업인 CJ가 5월말 경에 수액 생산라인과 공장 부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액이 생산원가가 높은 반면 약가가 낮아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내린 결단이다.
11톤 트럭에 기초수액을 꽉 채우면 공급가가 800만원이다. 같은 트럭에 비아그라를 꽉 채우면 80억은 족히 될 것 같다.
같은 물류비용을 들여도 매출은 1,000분의 1인 것이다. 이처럼 기초수액 사업은 원래부터 이윤창출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중외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약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당진 공장신축에 1,5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그 뿐인가?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장사가 수액장사이다. 우리가 병원에서 맞는 수액이 물보다 더 싸게 약가가 책정되었기 때문이다.
생리식염주사액 1,000ml의 보험약가가 1,094원인데 원가는 1,500원이 넘는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삼다수’ 500ml가 편의점에서750원이다.
생수라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미네랄도 없고 그저 깨끗하게 필터링 한 물이 수액보다 거의 1.5배가 비싸다. 물 장사가 약 장사보다 더 났다.
이것이 재미있는 현실이다. “사람과 자연이 건강할 때 미래는 더욱 밝아집니다.”
이 자존심 때문에 나는 오늘도 연구소에서 신약개발에 매진한다. 물 장사도 좋지만 약 장사가 더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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