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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잌을 망치지 않게 집까지 가져가는 것은 큰일이구나하고 생각하고 있으려니까 탁자에 접시와 작은 포크를 가져와 "여기서 먹어"라고 말해주었다.
그것은 프랑스어였지만, H는 뜻을 금방 알수 있었기에 신기하게 여겨졌다. 그러고보니 피에르씨는 아버지에게도 프랑스어로 말하고, 아버지는 일본어로 대답하였다.
두 사람 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대화처럼 보였기에, H는 "그렇군, 알았다!!"하고 생각했다.
양복을 주문하는 손님은 프랑스, 미국, 독일, 이탈리아, 중국 등등 여러 나라 사람이 있었기에, "아버지는 도대체 몇나라 말을 할줄 아는고?"하고 신기해 했지만, 사실은 그냥 일본어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모리오는 국적과는 상관없이 피에르씨나 프리드리히씨라는 개개인을 만나고 있었던 것이기에 양복의 주문 정도라면 어느나라 말이건 상관없이 이해할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주 오후에 다시 피에르씨의 레스토랑에 따라갔다.
H는 기대감에 부풀어 영화관으로 달려갔지만, 같은 장면이 나오고 있어서 실망했다.
좀더 늦은 시간에 왔더라면 이어지는 장면을 볼수 있었을텐데 하고 아쉬웠다.
부르러온 아버지에게 불평하니, "저녁시간에 오면 피에르씨가 바쁘다 아이가, 저녁요리 준비때메 말이다. 담주에는 다른 영화로 바낄끼니까네 오늘 좀 더 봐도 된다. 양복안감하고 단추 사러 갔다 올끼니끼니 여서 기달리그래이" 하고 말해주었기 때문에 "아부지 최고다"하고 생각했다.
한시간쯤 후에 데리러온 아버지는 이 영화가 <모던타임즈>라는 영화라는 것과, 콧수염 남자가 차플린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 날, H와 같은 나이의 아이가 있다는 피에르씨는 아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번 일요일에 집으로 오라고 했다. 부인은 일본인인 모양이다. 그것은 아버지가 통역해 주었다.
그 날의 선물은 케잌이 아니라 좀 이상한 냄새가 나는 치즈였지만, 맛은 좋았다.
집에 온 H는 레스토랑의 나이프와 포크가 반짝반짝 빛나던 것에 비해 집에 것은 좀 더러운 것처럼 보였다.
"치약을 묻혀서 닦아보렴"하고 어머니가 말해주었기에 닦아보니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났다.
H는 신이 나서 자꾸만 닦아댔다. 그러다가 어느 포크의 살 하나가 좀 휘어진걸 발견했다.
H는 그것을 바로하려고 손을 눌러봤지만, 단단해서 되지 않았다. 망치로 두드리면 되겠지만, 상처가 나면 안되겠기에 수건으로 싸서 두들겼다.
몇번 망치로 두들기니, 너무 반대로 휘었다. 당황해서 다시 제자리로 돌리려고 두들기니 이번엔 뚝 부러지고 말았다.
"끝장이다, 우야노?"하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어머니는 화를 내지 않았다.
별일이 다 있다하고 H가 신기해 하고 있으니,
"이제부터 그걸 니것으로 하자. 알기 쉽고 좋네."하고 말했다.
H는 안심하는 동시에 실망스러웠다.
어쩔수 없지 하고 생각하고 있으려니까 동생 요시코가
"그거 내 걸로 할란다. 오빠는 이빠진 걸로 무우믄 안된다."하고 말했다.
두살차이의 요시코는 언제나 "오빠야, 오빠야"하고 따라다니므로 H는 귀찮아했지만, 이런 말을 들으니 귀찮아 했던것이 부끄러웠다.
"인자 니 내비두고 도망 안다닐란다" 하고 민망해하면서 말했다.
요시코가 4살때, H가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에 끼어달라는 동생이 귀찮아서 숨바꼭질하자고 술래를 시켜놓고는 몰래 도망갔었다.
한참후에 동생을 술래를 시켜놓고 내버려둔것이 마음에 걸려 얼른 있던 곳에 돌아와봤지만, 보이지않았다.
요시코는 아무리 기다려도 보이지 않는 오빠들을 찾아 헤메는 동안 멀리까지 가게 된 모양이었다.
걱정되기 시작한 H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찾아 다녔지만, 저녁이 되어도 보이지 않아 소동이 나고 말았다.
어두워졌을 무렵, 저편에서 낯모르는 아주머니에게 업혀서 동생은 돌아왔다.
그것을 보고 H는 자리에서 털썩 주저않을 정도로 마음을 놓았다.
"다행이데이, 다행이데이"하고 어머니와 이웃사람들에 둘러싸인 요시코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도 모르는지 눈만 땡그랗게 떳다.
그 아주머니 말로는 요시코는 꽤 멀리 떨어진 바닷가를 혼자 걷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이상하게 여겨져서 말을 걸었던 모양이었다.
"어데 아아고? 하고 물어도, 저어쪽, 이나 이쪽이라 카믄서 잘 모르는 눈치라서 데에기 걸었다 아이가. 그래도 아아가 울지도 안하고 오빠랑 놀고 있었다카데. 쪼매난게 엄청시리 똘방하데이"
하고 말하기에 H는 동생을 끌어안고 "미안하데이, 참말로 미안하데이"하고 사과했다.
물론 H는 나중에 호되게 혼이 났다.
H는 그 때 후회하긴 했지만, 그 후에도 동생이 따라다니는게 귀찮아서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는 정도로 따돌리곤 했다.
그러나 포크 사건 이후로 H는 동생에 대해 생각을 바꿨다.
H가 이빠진 포크를 자기 앞에 놓아도 요시코는 어느틈엔가 슬쩍 바꿔놓았다. 이렇게까지 하니 H는 완전히 손들고 말았다.
자기보다 동생쪽이 훨씬 착한 녀석이라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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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씨는 하얗고 높은 모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천정에 닿을듯했다. H의 아버지는 키가 작고 몸집도 작아서 그 두 사람이 나란히 선 모습은 만화처럼 우스웠다.
"내리가서 뒷문 열고 나가보면 자네가 좋아하는 게 보인데이."하고 말하며 아버지는 웃었다.
H는 그 말대로 바카운터 뒷편의 뒷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긴 통로가 나타나고 맞은 편에도 문이 있었다. 그것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영화관안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H는 "그렇군"하고 생각했다. 영화관과 레스토랑은 바로 옆건물로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었던 것이다.
밖에서는 이 통로로 들어올수는 없지만, 아버지는 이곳에 가봉을 하러 온 김에 가끔 영화를 보기도 했겠구나하고 생각했다.
스크린에 비치는 영화는 외국영화로 콧수염의 남자가 부산하게 웃기는 걸음걸이로 공장안을 도망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빙글빙글 돌고있는 커다란 기계에 말려들고 말았다. 그 허둥대는 움직임이 너무나 우스웠다.
H는 저건 영화이고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만일 진짜로 톱니에 끼이면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런건 어떻게 찍은 것일까? 라고 이리저리 생각해봤지만 알수가 없었다.
그 외국영화는 말을 알아들을수 없는 H에게도 알기 쉬웠다.
"이건 <아이젠카츠라>보다 더 재밋네"싶어 맘에 들었다.
그러나 조금 있으니 아버지가 부르러 왔기 때문에 H는 아쉬웠다.
"다음주에 양복을 납품하러 올때 데리고 올테니 또 보면 되지. 그라고 피에르씨가 니한테 뭐 줄게 있는 모양이든데?" 라고 말했기 때문에 서운함이 가셨다.
피에르씨가 준것은 여지껏 먹어본적이 없는 부드러운 케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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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때때로 미세스 스테플스는 그림엽서를 보내주었다.
H는 보내준 크리스마스 카드나 그림엽서를 보면서
"나도 어른이 되면 반드시 미국에 가야지"라고 생각했다.
소학교 입학할 때 입학축하인사로 받은 그림엽서에는 뉴욕의 빌딩이 죽죽 늘어서 있는 사진이어서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래 높은 빌딩을 우째 지었을꼬?"하고 아빠에게 물었더니,
"미국은 엄청 대단한 나라거든. 세계에서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는기라. 담주에 제임스씨를 만나니까이, 이 그림엽서에 있는 빌딩에 대해 물어보고 올꾸마."하고 말했다.
제임스씨는 거류지에서 무역상을 하는 <제임스상회>의 경영자로 미국인이었다. 이 사람의 양복에 대한 취향은, 같은 영어를 쓰더라도 영국사람보다 화려한 편이라고 모리오는 말했었다.
활달하고 큰 소리로 말하고 언제나 양복맞춤비외에 팁을 많이 주는 손 큰 사람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맞춤비용은 깍으려 들었다.
"외국 사람은 맞춤비용은 깍으라고 말하면서도 팁을 준다 말이지. 결국 합하믄 같은 값인데, 풍습이 다르다는 것은 참말로 재미있제?"하고 모리오가 웃으며 말한 적이 있었다.
제임스씨는 H에게도 크리스마스에 굉장한 장난감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건 미국의 소방차였는데, 일본과는 달리 높은 건물이 있기 때문일까, 몇단이나 접을 수 있게 되어 있는 사다리가 길게 달려있어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제임스씨의 가봉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는
"알아봤다. 이 사진의 제일 높은 건물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라카드라. 1931년에 세워진 거라카이, 소화 6년이네. 자네가 태어난 다음해구마."
모리오는 자기 아들을 언제나 <자네>*라고 불렀다.
(*원문에는 <안따>라고 되어 이 지방 사투리로 실제로는 당신 정도의 뉘앙스이다. 다 자란 아들에게 이런 뉘앙스의 언어를 쓰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지만, 어린 아들에게 아버지가 이런 뉘앙스의 언어를 쓰는 것은 드문 일이다. 번역에서는 껄끄러움을 피하기 위해 뉘앙스가 비슷한 자네로 바꿨다)
H는 이렇게 높은 건물이 한 살 어린 동생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즐거워서
"동생이지만 억수로 키가 크구마."하고 웃었다. 그리고 아빠는 지하철이라는 것도 가르쳐 주었다.
"뉴욕에 지하철이 다니기 시작한 것은 동경보다 27년이나 더 전이라 카드라. 메이지 36년(1904년)에 일이라카이 내가 태어난 다음해구마. 미국의 자하철은 내 동생이네."
부자는 그림엽서의 사진을 보면서,
"미국의 동생들은 대단하네. 형들도 분발해야되게꾸마."하고 말을 주고 받았다.
H는 좀 더 나이프와 포크를 잘 쓸 수 있게 되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랑스사람들도 똑같이 나이프랑 포크로 밥묵나?"
"하모. 이번에 산노미야에 있는 레스토랑의 요리사한테 가봉하러 갈낀데, 그 때 델꼬 가주까?"하고 아빠가 물었기에,
"간다, 간다. 학교에 몬가도 갈끼다."하고 말했다.
모리오가 H를 프랑스요리 레스토랑에 데려가려고 생각했던 것은 아들에게 또 하나의 다른 즐거움을 선물하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고 있었다.
2주일 후 어느 오후, H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아빠가 "자, 가재이."하고 말했다.
가봉약속시간을 조절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산노미야에는 시영전차로 40분 정도 가야하지만, 성선전차로는 15분 거리였다. H는 '시영전차가 좋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오래 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레스토랑은 모토마치에 있는 다이마루백화점 건너편, 전차길에 면한 곳에 있었다.
2층이 레스토랑이고 일층은 술병이 주욱 늘어서 있는 바였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난간은 금색의 당초무늬가 조각되어 있었고, 계단은 약간 둥글게 나선형으로 오르게 되어있었다.
계단을 다 오르자 레스토랑의 실내였다. 창에는 엔지색의 비로도 커튼이 걸려있고, 식탁위에는 아직 불이 붙여지지 않은 초가 놓여 있었다. 천정에는 샹데리아가 달려있었지만, 아직 불이 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내는 어둠컴컴했다.
"여는 일본이 아닌것 같데이. 이런 데는 영화서는 본 적이 있다아이가. 그거랑 되기 닮았네. 똑 외국같다 아이가." 하고 H가 흥분하여서 테이블과 의자사이를 돌아다녔다.
모리오는 커다란 거울이 있는 옆의 주방으로 통하는 스윙도어를 밀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H도 아빠를 따라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엔 냄비나 가스대가 즐비한 커다란 부엌이었다. 아빠를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맞이하며 악수를 한 사람은 키가 큰 금발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피에르라는 프랑스의 요리사로, 아빠는 그에게 H를 "아들입니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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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는 소학교 2학년때부터 나이프와 포크로 밥을 먹었다.
그 나이프와 포크는 은제로 크고 무거웠기때문에, 아이가 다루기에는 힘이 들었다.
동생 요시코는 아직 다섯살이었지만, 보고 흉내내듯이 서툰 손놀림으로 열심이었다.
엄마인 도시코가 "지금부터 나이프와 포크에 익숙해지면, 분명 나중에 쓸데가 있을 거야." 라고 말하는 바람에 할수없이 두 아이는 끙끙매면서 먹고 있었다.
엄마는 아이들이 커서 어디서 밥을 먹게 되드라도 긴장하지않고 먹을수 있으려면 지금부터 나이프와 포크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정작 먹는 건 아주 보통의 일본 가정의 음식이지 서양 음식은 근처도 안갔다.
그나마 감자크로켓이거나 할 때에는 그럭저럭 기분이 났지만, 생선구이라든지, 야채조림따위를 먹어야하는 날엔 정말 곤란한 일이었다.
나이프와 포크를 아이들에게 처음 쓰게하던 날, 도시코는 미소시루(일본된장국)를 스프접시에 담아 스푼으로 소리를 내지 않고 마시도록 가르치려 했다.
두부가 둥둥 떠있는 미소시루를 스푼으로 떠 마신다니 맛도 없었다.(일본의 미소시루는 국그릇채로 마시는 것이 제대로 된 예법이다.)
"그거는 너무 하는거 아이가? 미소시루는 국그릇에 먹게 해 주야하는거 아이가 말이다. 아아들이 젓가락쓰는 거도 제대로 갈치야 하는거 아이가."
하고 아빠가 이의를 표명해주었기 때문에 스프접시로 미소시루를 먹는 일만은 다행히 중지되었다.
H는 나이프와 포크로 먹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절대로 이 기묘한 식사풍경을 친구들에게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자식 네명이 개다리상을 펴놓고 둘러앉아 다다미위에 정좌하고 아이들은 나이프와 포크로 밥을 먹는 광경은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스러울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H의 집에 어울리지도 않는 훌륭한 은나이프와 포크가 있었던 것은 미국인 미세스 스테플스라는 선교사가 귀국할때 기념으로 선물해주고 갔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이프와 포크뿐만이 아니라 둘레에 꽃모양이 있는 커다란 접시를 반타스짜리 두셋트나 선물로 주고 갔다. 그 접시는 너무 이뻣기 때문에 H도 마음에 들었었다.
그러나 그 접시에 담긴 밥을 포크로 먹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도사코가 나이프와 포크로 밥먹는 일을 생각한 것은 미세스 스테플스의 가정에 초대받아 나이프와 포크로 하는 식사대접을 받은 때부터였다.
나이프와 포크를 다루는 일에 당황한 도시코를 보고,
"젓가락을 드릴까요?"라고 미세스 스테플스가 유창한 일본어로 말해주었지만, 고시코는 그것을 사양하고 주변을 보면서 흉내내듯이 열심히 먹었다.
그 때 도시코는 이제부터는 서양식 테이블 매너를 아이들에게 익혀주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미세스 스테플스는 미국인인데도 일본어가 유창했던 것은 소화3년(1928년)부터 6년간 일본에 체제하면서 그리스도교의 선교에 열심이었던 까닭이다. 그녀는 도시코가 다니던 교회와 교류가 있었던 미국교단의 선교사였다.
그 이전에 일본에 와있던 에콜 선교사도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고오베의 교회에도 가끔씩 들리곤 했다.
H네 가족은 두 선교사와 가족단위의 친교를 가졌기 때문에 일본과는 다른 풍습을 직접 볼 기회가 많았다.
도시코는 이국땅에 온 사람들이 정확한 일본어를 써서 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었다.
그래서 도시코는 아이들이 나이프와 포크를 쓰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쓰는 말도 집에서만은 가능하면 표준어로 말하도록 하려고 마음먹었다.
장래에 아이들이 고오베가 아닌 곳에서 살아야 할 경우 말하는데에 불편이 없게 하기 위해서였다.
"밖에서는 고오베말을 써도 되지만, 집에서는 표준말을 쓰도록 해라."
라고 엄마는 H에게 말했다.
"표준어? 그건 안된데이. 내는 표준말 같은 거 잘 못한다. 요시코도 표준말이가?"
"요시코도 그렇게 하는 게 좋겠지만, 우선 오빠인 네가 모범을 보여야지. 라디오에서 아나운서가 하는 말이 일본의 표준말이야. 그 말투를 흉내내 보거라. 엄마도 고오베에 왔을때에 연습했기 때문에 너도 할 수 있다."
엄마가 갑자기 다른 말투로 말했기 때문에 H는 우스워서 견딜 수 없었다.
"만날 그렇게 말하라꼬?"
"가능하면 신경써서 말하도록 해라."
엄마가 심각한 얼굴로 말할때 거역할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라서 "큰일났네"라고 생각하면서 단념했다.
"하는데까지는 해보겠지만, 같은 일본말이라도 고오베말하고 억수로 다르다 아이가........그래도 표준말 쓰는 거 아아들한테는 알리고 싶지 안으니께네, 절대로 친구들 올때는 안한데이."
"어째서?"
"또 아아들이 느그 집은 참 이상타꼬 놀린다 아이가."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인이 제대로 된 일본어로 말하는 것을 듣고 다들 대단하다고 생각하듯이 표준어로 제대로 말하면 대단하다고 할텐데?"
"대단한거 필요엄따."
라고 H는 짜증이 났지만, 엄마에게는 아들의 곤혹스러움은 통하지 않았다.
미세스 스테플스가 얼마나 일본어를 유창하게 말했었는지는 네살이었던 H의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미국에 귀국할 때 메리켄항구에서 커다란 배를 전송한 것은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있었다.
나팔소리가 쟁쟁하게 울리면서 배가 천천히 해안을 떠나니까, 손에 든 색테이프 뭉치가 돌돌 돌면서 풀려나갔다. 기적이 슬프게 울고 전송하는 사람과 배를 이어주던 오색테이프가 바람에 날리며 수면에 떨어져서 흔들리며 떠다녔다. 그리고 배가 점점 먼바다쪽으로 멀어져갔다. 그런 것들이 눈에 새겨져 있었다.
H에게 있어서 가까운 사람들과의 이별을 느낀 처음 경험이었기 때문에 인상에 깊이 남았을 것이다.
그 때의 기억이 나이프와 포크로 밥을 먹을 때 떠오르기 때문에 H에게 있어 미국은 그리 먼 나라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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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이개월쯤 지나 H는 옆의 오학년 히라이키요시와 탄집 둘째아들 이쿠오랑 셋이서 산으로 장작을 주으러 갔다. "탄집아들이 장작을 줏으러 다니게 생겼다"하며 이쿠오는 웃었다.
장작줍기라고 해도 마른 가지를 한짐 지고 오는 정도였지만, 일주일에 한번은 가야했다.
그게 사내아이들에게 산에서 놀이를 겸한 일처럼 되었다. 어느 집에서도 연료부족으로 장작줍기를 하게 되었기 때문에 갈 때마다 전보다 더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 가지를 주울 수 없었다.
H네들은 스마리쿠(須磨離宮)에 인접한 궁중소유인 타카오산에 올랐다. 여기는 들어오면 안되는 지역으로 되어 있었지만, 산의 서편으로 절벽을 건너야만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사면이 가팔라서 내려갈때는 어찌해서 내려가더라도 돌아오는 길은 나뭇짐을 지고 오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였다.
셋은 묵묵히 무성한 숲으로 들어가 나뭇가지를 찾었다.
H는 문득, 이 주변이라면 남자언니가 숨어있어도 발견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이쿠오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야 할말이 좀 있다. 이거는 아무한테도 말하믄 안된데이."라고 했다.
"응, 안할께."
"약속이데이, 있잖아, 남자언니가 뒤에 공터에 있는 걸 내가 봤다."
"진짜가? 니 아부지 닮아서 거짓말 잘 친다 아이가?"
"이건 거짓말 아이다. 어젯밤에 공터에서 남자언니를 봤데이. 말을 거니까 도망가드라."
이쿠오는 알리지 않는게 겁은 났지만, 아직 아버지에게는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남자언니는 그 어무이가 걱정되서 도로 온기 아이가?"
"병이 심하다 카데, 배 아픈게 낫지 않는다카드라"
"마을에서 돌봐준다카드이 순 거짓말 아이가."
"오데 숨었을기고? 배도 고플틴데..."
셋은 이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기로 약속하고 마른 가지를 새끼로 묶었다.
H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건 절벽을 오를때에 배에 힘을 잔뜩 주어서 똥이 좀 나왔기 때문이었다. 똥을 누고 싶은 걸 그냥 계속 참았던게 나빳다고 후회했다.
요즘에 들어 H는 묽은 똥만 나왔다. 원인은 잘 알고 있었다. 혹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 것들은 먹어보는 습관이 생긴 탓이었다.
어제 바닷가에서 구워먹은 조개가 안 좋았던 모양이다. 어른들이 "라이징선(석유회사)앞의 다리아래에서 잡히는 조개는 석유를 먹어서 배탈난다."라고 했는데 정말이었다.
H는 팬티가 젖어 기분이 나빴지만, 둘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예전에 울창한 산속에서 똥을 눴을때, 안에 콩알이 그대로 나왔다.
"여기서 싹을 틔울까?" 하면서 나뭇가지로 헤쳐보는데,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세명의 친구얼굴이 보였다. H가 낭패한 얼굴을 하니,
"봤다봤다, 봤다봤다. 똥먹는거 다봤다."라고 했다.
그 불명예스러운 소문을 없애는데에 고생한 걸 떠올렸기 때문이다.
텐죠강을 따라 내여와 타카토리역 가까운 가드레일을 넘었을때 다시 아랫배가 아파왔다.
집까지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도중에 있는 주유소라면 어찌어찌 견딜 것 같이 여겨졌다. 주유소에는 더러운 변소가 하나 있었다.
두친구와 헤어진 H는 아랫배를 누르고 살살 걸었다.
주유소라고 해도 이제는 폐옥이 되었다. 길에 다니는 차들은 전부 개솔린이 아닌 목탄을 때서 달리는 <대연차(代燃車)>라는 차로 주유소는 애저녁에 영업을 그만 두었다.
최근에와서 이곳은 H의 안성마춤인 놀이터였다. 여기저기 숨어서 전쟁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유리창이 깨어져있다는 걸 핑계로 맘대로 돌을 던지거나 해서 맞추고는 신나했다.
그러나 요즘은 별로 와서 놀지 않게 되었다. 유리가 깨어져 발디딜 틈도 없는데다가, 변소는 똥이 넘쳐서 그 냄새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주유소에 온 H는 더러운 변소에 쪼그려 앉아야 하나 좀 주저하는 맘도 없지 않았지만, 참는 것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급히 손잡이를 잡았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녹슨 문이 열리자, H의 바로 코 앞에 신발이 보였다.
사람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섬뜩 놀라 올려다보니 그것은 남자언니였다.
목을 맨 남자언니는 눈을 뜨고 있었다. 그 얼굴 주위를 파리가 욍욍 날아다니고 있었다. 남자언니의 바지는 소변으로 젖어 있었다. H도 놀라는 바람에 오줌을 싸버렸다.
게다가 묽은 똥으로 젖어 있었기 때문에 아랫도리가 척척하였다.
집으로 와서 아버지에게 남자언니가 죽은 것을 알렸다.
"파출소에 갔다올께" 하고 아버지가 서둘러 나갔다.
H는 자기 집 변소에 뛰어들었다가 뒷마당에서 호스로 몸을 씻었다. 그리고 바지를 갈아입은 후, 다시 주유소로 뛰었다. 옆에 있어 줘야돼....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직 남자언니는 매달린 채였다. 그러나 H는 무섭지 않았다.
'징병가고 싶지 않았던 남자언니는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거다. 전쟁에 나가서 총알맞고 죽는 것보단 자기가 목매어 죽는 게 나았던 걸까?'라고 생각했다.
경관이 자전거로 달려가서 경방단의 아저씨가 짐차를 끌고 왔다.
목을 맨 끈을 자르니 남자언니는 툭 떨어져 내렸다.
아저씨들은 전부 얼굴을 돌리며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내심 꺼려하면서 리어카에 싣고 마구 거적을 덮었다.
"오데로 가는데?"하고 H 가 물으니, 경관이 화난 목소리로,
"그런건 몰라도 돼. 따라오믄 안된데이."라고 말했다.
짐차가 멀어져가는 것을 배웅한 H는 그제서야 처음 큰소리로 울었다.
남자언니가 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눈물을 훔쳐도훔쳐도 자꾸만 흘러 어쩔 수가 없었다.
그 후 일주일 뒤, 남자언니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근처의 사람들이 모여서 장례를 치렀다.
경관이 와서 "친척인 사람, 누구 오지 않았나?"하고 끈질기게 묻고 다녔다.
H가 "안왔소 , 안왔다니까네."하고 경관에게 말하자,
"니한테 물은게 아이야!!"하고 고함을 질렀다.
"내는 아마가사키 아저씨 얼굴을 알기땜에 안 왔다고 한긴데..."라고 말하며 도망쳤다.
친척뿐 아니라, 근무지인 영화관 사람도, 친구도 누구 한사람 장례에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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