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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7/08/27
 

나는 춘천 출신이다.
태어나긴 서울서 태어났고
기억도 가물가물하게 일본서 7살까지 살았지만
초,중,고교를 다니고 지금도 부모님이 계시는 곳이 춘천이니 
그냥 고향이라고 부르면 맞겠다.
남들은 춘천산다고 하면 '우와~호반의 도시!'하면서
막연히 낭만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에겐 춘천은 조그맣고 소박한,정겨운 어린시절이 담긴 앨범과 같은 곳...

여고를 졸업하면서
영광스럽게도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입학을 하여주시니
-그랬다, 춘천같은 시골선 서울로 대학가면 고등학교 정문앞 플래카드에 이름이 내걸리기도 하는 것이었다...
93년부터 경춘선은 내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신입생때는 거의 매주 내려가던 춘천이
격주마다...월례행사가 되다가...
이젠 명절때나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경춘선 기차타고 청평이나 강촌쯤 안 가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남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콧구멍에 바람 넣는 곳 쯤으로 춘천을 떠올리겠지만
나한테 춘천가는 길은
기차는 낡아빠진데다 철길은 복선화도 안 되어 있어 마냥 느려터지기만 한
입석만 끊고 기차칸 가득 채우는 민폐 덩어리 MT족들의 소란스러움이 늘 못마땅하던
한시라도 빨리 도착해 기차에서 내리고만 싶은 지루한 노선이었다.


귀국 후...
서울서 해결해야 할 생활의 일차적인 문제들을 대충 해결한 어느 주말...
기차를 탄다고 잔뜩 들뜬 윤서를 끌고
청량리를 향했다.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MT족들은 생존을 하나보다...
신입생의 통과의례는 21세기가 된지 8년이 지났어도 Membership Training밖에 없는듯~
아니나 다를까?
청량리 역사를 채우고 있는 건 대부분이 모꼬지를 떠나기 위한 어린 것들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MT족들한테 무슨 억한 심정이 있어서 이러시나...궁금할 수도 있을 터.

내가 춘천에 가는 주말마다 마주치는 MT족들은
하행길엔 넘치는 혈기와 흥분에 들떠 시끄럽게 구는 데다가
MT장소에서 거하게 노시고 난 후의 상경길엔
씻지도 않고 꾸질꾸질한 몸상태로 냄새 마구 피우며
더구나 대부분이 입석을 끊고 마구 몰려다니는 경우가 많아
통로나 의자 팔걸이에 기대어 앉아 그저 골아 떨어지기만 하니...
모처럼 고향 나들이를 나선 나의 심기를 항상 불편하게 했었더라는 이야기.
미워해서 미안하나...이쁘게 봐 주기가 힘들다.

하여튼 기차에 몸을 싣는다.
어딘고 하니 남춘천행~
경춘선만 그런건지 몰라도 홍익회 이동매장이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 이럴수가!
기차타는 가장 큰 즐거움이
홍익회 수레에서 파는 구식 feel 마구 나는 먹을거리 사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경춘선 최고의 명물인 삶은 계란을 사 먹을 수 없다는 이야기???

추석이 지났지만 아직 가을걷이를 하지 않은 황금빛 쌀물결이 일고 있었다.

그래도 경춘선 경치의 백미는 산과 물이 함께하는 이런 scene이 아닐까 싶은데...

경강쯤 오면 춘천에 거의 다 온 것.
경강이라는 지명의 어원은
기도+원도의 경계에 있어서 앞글자만 따 온 것이라나...

MT족들이 가장 많이 타고 내리는 강촌역의 낙서들...
그래 낙서하는 것까진 다 좋다고 쳐~
재진이랑 은경이!! 너희 둘 제발 헤어지지만 마라....으이?

강촌역 필터에서 대부분의 불순물(??)들은 걸러지고
남춘천역에 내리는 승객들은 대부분 춘천이 고향인 순수한(??) 사람들이다.
미국에 있던 1년여 동안
눈이 짓무르도록 손녀딸이 보고팠던 두 노인네는
그 잠깐을 못참고 입장권까지 끊어 역내로 들어와 우리를 반긴다.



어이쿠 우리 똥강아지 윤서 왔구나~반기시며
너는 미국에서 살만 쪄 왔네~잔소리도 한마디...
귀가 따갑게 잔소리를 들어도 몸과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집이고 고향인가 보다.

...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지난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춘천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 위에
초라한 내모습만 이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랑~

jkslover 2008.10.24  16:05  [58.238.96.39]

언제나 따스함이 묻어나는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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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 2008.10.24  17:23

정말 지나님의 글은 혼자 읽기 아까워요... 아줌니!! 책한권 쓰셔요.
그리구 다음엔 기차에서 추근데던 남학생 야그도좀 들려주시고....
전 MT 않갔어요.. 친구들 등두두리기 싫어서... 결정적인건 우리과에 여학생이 하나도 없었어요...
경춘선의 오염물질 아니니 미워마셔요... 81학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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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통신원 2008.10.25  03:35  [118.47.213.89]

재미있으셔요, 윤서맘님~
춘천에서 쌓으신 유머내공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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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앤 2008.10.25  04:11  [69.230.91.80]

저도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평까지 간 적이 있었어요.
경남에서 서울역, 서울역에서 청량리역, 청량리역에서 가평...
추운 겨울날 새벽, 밤기차로 넘 힘들었는데 그 때 역입구에서 2000원인가 주고 사먹은 가락우동?
진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게 벌써....12년전인가 그렇네요.
제가 졸업한 간호학과는 대대로 MT가 없었어요.
여학생만 있던 과라 갈 필요가 없었나..^^; 잘은 모르겠네요...
(우리 학교에선 저희 94학번부터 남학생 입학이 허용되어 당시 딱 1명
그 귀하신 몸이 있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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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앤 2008.10.25  04:16  [69.230.91.80]

...
차창가득 뽀얗게 서린 입김을 닦아내 보니
흘러가는 한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술한잔 마시고 싶어
저녁때 돌아오는 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
...

소박한 춘천은 저 아래지방에 살던 제게도 이렇게 추억을 조금 내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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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achoi74 2008.10.25  07:17

jkslover님/날도 추워지는데 썰렁하게 글쓰면 그나마 있던 팬들 달아납니다.
자유인님/추근대던 남학생 없었습니다.그나저나 여학생 없던 과면 공대??
영신씨/제가 한 다소곳 하죠~하지만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야성이~
빨강머리앤님/경춘선을 MT족의 신분으로 안 가셨다니 용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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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 2008.10.25  08:35  [61.98.155.72]

ㅋㅋㅋ 와방 동감. 남들에게 '시댁이 춘천이야' 하면 '와~! 호반의 도시!' 하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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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 2008.10.26  03:42

그 미모에 작업남이 접근을 않하셨다니... 증인!! 똑바로 말하세요, 똑바로, 뭐가 두려워 함구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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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 2008.10.27  16:45

이거 읽고 김현철의 37도 여름이라는 앨범을 오랜만에 스트리밍해 들었어요.
그런대로, 라는 노래를 몹시 좋아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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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 2008.10.27  16:46

아 그리고!

개때같은 MT패거리들에 대한 논평.
집이 청량리고 거기서 중앙선으로 출퇴근을 할 때도 있기 때문에 올 여름 참 많은
엠티족들을 보았습니다.
무질서와 일탈의 흥분으로 제 한 몸 불태우기로 작심한 열혈청년들.
틸사마도 역시 단 한번의 엠티를 다녀온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대체, 여자아이를 둔 부모로써 엠티로 딸년을 보낼 부모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불한당같은 녀석들의 첫경험 상대로 농락당하느니 차라리 시골에서 농사를!
(아까 일괄 리플달다가 일이 생겨 요 포스팅의 리플을 이제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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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 2008.10.28  06:20  [61.98.155.53]

버트님, ㅎㅎㅎ 딸만 둘 두신 울 부모님, 엠티로 딸년들을 훌훌 보내주시어...평소때 빡빡한 귀가 시간의 압박을 그날만큼은 풀어주셨나이다. 물론 불한당같은 녀석들과 함께가 아닌, 동아리의 단란한 엠티이거나, 공부방, 농활 등 의미 있는 것들이었지만요. 여대라 조인트 엠티라는 것이 유행하였으나, 전 지금 제 신랑을 너무 일찍 만나버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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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스 2008.10.30  13:20  [76.172.14.60]

간만에 음식아닌 생활얘기가 재밌다. 하~~~풍경도 끝내주고...
삶은 계란먹으면 냄새 너무 풍기고, 귤까먹으면 좋은냄새 되게 풍기는데, 그 좋은 것들을
이제 안판단 말이야?
내가 3년전 대전으로 가는 고속철을 탔을때만 해도, 홍익 아저씨들 다녔었는데...
귤까지는 없었고, 현지덕에 무슨 '깐쵸?인가 뭐시기를 사먹었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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