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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10/02
 

블로그에 대한 단상(8): 좀비는 결코 죽지 않는다.

2004.08.12 18:37 | 메모광 | jrogue

http://kr.blog.yahoo.com/jhrogue/886967 주소복사

안그래도 요즘 불볕 더위에 열이 받아있는데, 더욱더 열받게 만드는 징후가 여기저기에서 포착되고 있기에 필통에서 연필이랑 지우개랑 꺼내서 몇 자 적어보겠다. 오늘 펼칠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블로그 세계를 위협하는 '좀비'이다.

1. 인터넷 전자 편지 몰락
당신이 하루에 받는 편지 중에서 몇 통 정도가 정말 쓸모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헤아려본 적이 있는가? 만일 스팸 편지가 한 통이라도 끼여들지 않았다면, 당신은 유령 사용자임에 틀림없다.

먼저 오프라인을 한번 생각해보자. 솔직히 전자편지와 전화가 귀했던 시절에는 자필로 정성들여 쓴 편지가 주요 소식 전달 매체였다. 유명한 유치환의 연애편지 사건(?)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수 많은 남여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고, 편지 한장에 담긴 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에 웃음과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이런 시절에는 편지함이 비어있지 않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벅찬 감격에 겨워 하루 종일 기분 좋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사람들이 영악(?)해지면서 획일화된 워드 프로세스라는 괴물의 도움을 받은 규격화되고 정형화된 내용을 담은 안부 편지가 편지함에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한 술 더 떠서 온갖 전단지와 대출 안내서, 신용카드/전기/가스/수도 요금을 빨리 납부라하고 독촉하는 명세서가 점령해버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요 근래에 오프라인에서 정말 편지다운, 사람 냄새 나는, 손수 펜으로 적은 편지를 받은 적이 있는가?

다시 온라인으로 돌아와보면 오프라인은 그나마 양반이다. 아무리 스팸 광고의 귀재라고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하는 과정에서 지불하는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려우므로, 하루에 수십 통에 이르는 전단지를 받지는 않는다. 신문에 끼여오는 녀석을 제외하고 직접 우표가 붙어서 오는 녀석 말이다. 그렇다면, 온라인은?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고 이런 주제를 꺼내서 jrogue군의 아름다운(?) 블로그에 똥칠하기도 싫다. 단언하겠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서) 99.9%가 안받아도 그만인 전자 편지다.

2. 뉴스 그룹의 몰락
지금 돌이켜볼 때 1990년대 초반은 정말 행복했다. WWW와 검색 엔진이 활성화 되기 이전이므로 필요한 자료를 찾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그 반대다. 뉴스 그룹에 들어가서 몇 가지 질문을 공손하게 코드 맞춰 던지면, 당대의 최고 전문가들이 자기 시간을 쪼개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직접 주거나,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사이트 정보인 메타 정보를 알려주었다. FTP만으로 자료를 획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도 좀비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인터넷에 접근 가능한 개념없는(?) 일반 사용자와 상업적인 흑심을 품은(지들이 무슨 연필이라고...) 4가지 없은 인간들이 자발적인 전문가들의 폐쇄 집단인 유즈넷에 대거 진출하면서 완전히 쑥대밭을 만들어버린다. 중재자가 없는 상황에서 말꼬리 잡기에 급급한 플레임 워는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자발적으로 봉사하던 전문가들은 "이렇게 더러운 세상에서 못살겠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명언을 남긴채 일제히 잠수해버리고 만다.

자발적으로 양질의 정보를 교환하던 창구 하나가 좀비의 공격에 무력화되는 순간을 지켜보며 가슴이 아팠다.

3. WWW의 몰락
초기에 구축했던 WWW은 정말 쓸만했다. 핵심 URL을 기록한 벽에 붙일 수 있는 카탈로그부터 시작해서 "The Whole Internet Catalogue"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WWW 사이트를 디렉토리로 구성해서 전화번호부처럼 만든 책까지 제법 인기가 좋았으며, 자주 갱신되는 최신 정보를 멀티미디어 기법으로 옮겨다니며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인터넷 사용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초기에는 HTML 코드를 vi와 같은 문서 편집기로 직접 작성할 수 밖에 없었기에 홈 페이지를 만들고 유지/보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노력이 들어갔기에, 그 만큼 자신의 웹 사이트에 대한 애착도 컸다. 즉, 양질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아닌 이상 감히 WWW의 세계에 뛰어들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스템일지라도 어김없이 좀비는 찾아온다. 아니, 오히려 이를 반기고 더욱 정교한 무기로 무장하고 찾아온다. $ 냄새를 맡은 회사들이 떼거지로 인터넷으로 침투해들어왔는데, 그 선두 부대에는 포르노 사이트가 앞장섰으며, 이를 따라 온갖 엉터리 불법 약품, 고리 대금 업자, 다단계 판매 회사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줄을 이어 인터넷에 입성했다. 이 과정에서 웹 구축 회사, 웹 도구 개발 회사, 인터넷 장비 회사는 떼돈을 벌었다고 착각했지만, 뒤 이은 인터넷 버블 붕괴 과정에서 완전히 파토가 나고 만다.

이제 인터넷은 구글과 같은 울트라 슈퍼 검색 엔진이 없다면 뭐 하나 제대로 찾을 수 없는, 쓰레기로 가득찬 상황에 이르렀으며, 정말 쓸모 있거나 돈 되는 정보는 방화벽 안쪽에서 삼중 사중으로 보호받는 인트라넷과 지식 관리 시스템이라고 이름 붙은 기업 내부 서버에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4. 블로그의 몰락(?)
작년만 하더라도 블로그는 정말 읽을 내용이 많았다. 기발한 해석과 뒤틀기를 통해 가공된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달해주는 블로그 운영자들은 초창기 유즈넷이나 WWW 전문가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댓글 수천개를 소모하며 치열하게 치고받는 플레임 워도 없었고, 약 팔러 다니는 광고와 어딜 돌아봐도 똑같은 공해성 도배글도 없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좀비는 찾아온다.

며칠 전부터 블로그 스패머의 게시판 집중 공격 때문에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다가오는 그들을 어떻게 스패머라고 속단하고 매정하게 목을 따버릴 수 있겠는가? 지능적이고 정교한, 공격 목표 분석 과정에서 이지스 순양함 못지 않은 최첨단 스팸 도배기로 무장하고 덤벼드는 그들이 정말 무섭다. 포르노와 엉터리 식품 블로그는 이제 일상 생활이 되었고, 조만간 구글이 아니라 블로그만을 전문적으로 검색해주는 부글(Boogle)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스패머라는 외부의 좀비말고도 성실한 블로거를 가장한 내부의 좀비까지 등장하고 있다. 똑같은 팁, 똑같은 지식을 가장한 상식, 똑같은 뉴스 기사, 똑같은 사진이 너무 무섭다. 제발 쓸모있는 글만 올리자. 불필요한 글을 올리는 당신도 피곤하고, 읽는 나도 피곤하고, 색인을 만들어내느라 검색 엔진도 피곤할테니 말이다.

결론: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

EOF

지안 2004.08.13  09:51

정말 많죠 똑같은 글들...

jrogue 2004.08.13  10:33

예, 지안님. 수많은 일란성 쌍둥이들이 블로그를 점령하고 있는 추세랍니다.

지안 2004.08.14  09:20

포털 정보를 다루는 블로그들에서...^^;

jrogue 2004.08.14  10:37

지안님, http://readme.or.kr/blog/archives/000212.html 를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미친병아리 2004.08.14  17:24  [61.74.165.28]

오.. 정말 무서운 좀비들..

jrogue 2004.08.14  18:24

좀비들은 죽어도 죽어도 다시 나타난답니다. 누가 얘들 좀 말려줘...

지안 2004.08.15  10:49

똑같은 것도 모자라 불확실한 정보의 대량 생산이라니 ...

jrogue 2004.08.15  14:38

지안님, 불확실한 정보는 그나마 양반이랍니다. 잘못된 정보를 퍼나르는 과정에서 생기는 편견과 오해는 치유하기가 정말 어렵답니다.

예비맥유저 2004.08.18  14:44  [220.80.10.53]

애포에서 보고 놀러 왔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
저도 느끼고 있지만 이렇게 체계적으로 말하기 곤란했던건데
좋은글 나누고 싶은데 좀 퍼가도 될까요?

jrogue 2004.08.18  15:08

예비맥유저님, 퍼가는 대신에 아래 다른 분들처럼 트랙백을 걸어주시면 대단한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

전수민 2006.10.18  10:50  [124.2.76.126]

그냥 샷건으로 대가리 한방갈기고 미국 핵으로 갈기면 끝남(형태가 남지않아서 살아나지도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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