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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푹 쉬었으니, 독자 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다시 붓을 들었다. 오늘은 블로그 세계에서 필요한 윤리학을 놓고 때 아닌 도덕 공부를 좀 해보기로 하자.
블로그에 대한 단상(6): 블로그 윤리학
자기 맘대로 글을 쓰는데 윤리학이 등장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오프라인 일기장에 무슨 말을 쓰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으므로 윤리학을 따지지는 않는다(물론 일부 몰지각한 황색 언론에서 유명 인사의 일기장을 공개해서 파문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블로그는 당신을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된 온라인 일기장이다. 화성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면, 화성인들도 당신의 블로그에 접속해서 댓글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윤리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역시 블로그 윤리학과 관련한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정리해보겠다.
1.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 한다.
당신이 믿던 안믿던 블로그는 공개적인 개인 언론에 가까운 속성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사실에 입각한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 물론 여러분 기분을 표현하는 일기 성격이 짙을 경우에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어떤 의심쩍은 뉴스를 접했을 때 "카더라"만 믿고서 헛소문을 진실인양 포장해서 올릴 경우에 골치아픈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2. 복사는 금물: 제발 링크, 링크, 링크
의외로 인기있는 블로그에서도 일반 저작물에 대한 블라인드 복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특히 한국에서 운영하는 많은 블로그들에는 링크가 붙어있는 요약 주석 대신에 기사 자체에다 사진까지 그대로 배껴서 등장하는 경우를 제법 많이 보았다. 물론, 지식을 한 곳에 정리한다는 측면에서 어카이빙 창고로서 의미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열성 독자라면 필요에 따라 링크를 한 번 더 누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트랙백을 사용하거나 링크를 사용해서 글을 작성하더라도 독자가 불편해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요약되고 간추린 정보에 감사를 표명할 것이다.
링크가 많은 글은 독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링크가 많으면 많을수록 배낀 티가 난다고 이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생각을 바꿔라. 종종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거나 상충하는 링크를 달아둘 필요도 있다. 독자의 식견을 믿어라!
3. 글을 중간에 함부로 바꾸거나 지우지 마라.
온라인 특성상 뭔가 자신이 크게 잘못한 사실을 발견하고 글을 중간에 바꾸는 경우가 있다. 특히 논쟁이 벌어질 경우에 글을 중간에 바꾸거나 지운 다음에 시치미 뚝 떼는 경우가 많은데, 제발 이러지 말자. 중간에 글을 고쳐버리면 트랙백을 걸었거나 댓글을 단 독자들이 졸지에 바보가 되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지우거나 수정하는 대신에 잘못된 글은 잘못되었다고 다시 블로그를 적어서 올리는 편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수정할 내용이 미미하거나 적을 경우에는 strike 태그를 사용해서 잘못된 정보에 금을 긋고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삽입할 수도 있다.
블로그에는 영구 링크(permanent link)라는 녀석이 있어서 네트워크 무결성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한다. 글을 중간에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행위는 이런 노력에 반하기에 명랑 블로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해야하는 공공의 적이다. 검색 엔진이 당신의 블로그를 캐시할 수도 있고, 약삭빠른 당신의 적이 이미지 캡쳐를 받아서 대문짝만하게 확대한 다음에 홈페이지에 올릴 수도 있기 때문에 나중에 망신당하기 전에 미리 당당하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라.
핵심: 글을 올리기 전에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내용은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라. 돌에 칼로 글을 새긴다고 생각하고 글을 올리면 붓 끝에서 생기는 불행의 절반은 없어질 것 같다.
4.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너무 기울지 마라.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극단적인 독설로 블로그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무뢰한이 어딜가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올린 글에 열받아서 펄펄뛰며 반응하는 독자가 늘어날 수록 더욱 신이 나서 미쳐 날뛰기 마련이다.
물론 이런 무뢰한을 응징하게 위해 갑옷을 입은 기사로 전투에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jrogue군 경험에 따르면, 미친개를 때려잡았다고 물린 상처가 성수로 씼은듯이 깨끗하게 사라지지는 않았다. 결국 양쪽 모두 큰 피해를 입기 마련이므로 논리적이나 이성적으로 상대해서 대적이 불가능하면 미련없이 깨끗하게 물러나자. 어디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5. 중립적으로 글을 쓰자.
특정 회사나 단체를 옹호하는 글을 쓸 경우, 자신이 그 회사와 단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금전적이거나 명예와 관련해서 편향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갔다면, 당신의 평판은 이미 저무는 해와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6. 충분히 생각하고 탐구하고 연구하자.
이번 SCO 사건(http://kr.blog.yahoo.com/jhrogue/8484/48132.html)에서 얻은 교훈에 따르면, "~카더라"와 FUD(Fear, Uncertainty, Doubt), 폭로전은 정말 당하는 사람 입장으로는 아닌 밤중에 홍두께 꼴이 되어버린다. 뭔가 소스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글을 쓸 경우에는 반드시 다른 소스를 통해 검증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런 소스에 대한 링크를 제공함으로써 독자 나름대로 다시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판단할 기회를 줘야 한다.
윤리적으로 글을 적기는 정말 어렵다. 참, 이렇게까지 하면서 글을 적어야 하는지 한숨부터 나오는 블로거들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믿음"이야말로 당신이 꾸리는 블로그 세계를 지탱하는 큰 축 하나라고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이제 마지막으로 "블로그란 어떤 기술적인 구성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블로그가 되기 위한 기술적인 규칙은 없는가?"라는 머리 아픈 주제를 놓고 2회 정도 더 연재한 다음에, 완전히 새로운 주제로 나가보기로 하자.
E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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