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오래간만이다. 혹시 jrogue군이 블로그 단상 시리즈를 잊어먹고 있지는 않았는지 걱정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해 다시금 돌아왔다. :)
블로그에 대한 단상(7): 블로그 정체성
요즘 포털 사이트와 언론이 합작해서 블로그 띄우기 운동을 벌인 덕분에 블로그라는 용어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프로그램 짜다가 머리가 안 돌아가는 관계상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블로그 정체성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1. 순수 혈통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블로그
블로그 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인터넷에 흩어져있는 방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사이트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초기 블로그는 관심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고른 다음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요즘도 순수 혈통주의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열혈 블로그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계몽 운동을 벌이고는 있지만(여기에는 부끄럽지만 jrogue군도 한몫했다. "메모광"에 실린 연재물을 읽어보기 바란다), 평범한 사용자가 이런 방식으로 블로그를 작성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 (jrogue군 생각: 모든 사람이 평론가나 논평가일 필요는 없다)
극단적으로 순수 혈통주의를 따르는 블로그 형태가 바로 링크블로그(예: jrogue.enbee.com)이다. 모든 블로그는 링크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논평이나 느낌도 몇 줄로 제약하는 방법으로 블로그 내용을 채운다. 얼핏 보기에는 쉬워보이지만, "less is better"라는 철학으로 움직이는 링크블로그를 직접 운영해보면 보통 성가신 작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순수 혈통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블로그는 1번도 "내용", 2번도 "내용", 3번도 "내용"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운영자의 사람 됨됨이나 인간 관계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블로그를 채우고 있는 "내용"이 좋다면 만사 okay인 셈이다.
2. 상호 대화 관점에서 바라본 블로그
비록 대형 포털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계산된 상업주의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하지만, 이머전스(http://kr.blog.yahoo.com/jhrogue/468767.html?p=1&pm=l)에서도 잘 설명하고 있는 상호 대화성과 되먹임을 통한 지식과 감정 교류의 장으로 블로그를 생각할 수 있다. 게시판과 동일한 방법으로 댓글을 달 수도 있으며, 게시판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트랙백이라는 무기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나갈 수도 있으며, 방명록, 링크, referer를 통해 누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며, 자신이 누구에게 관심을 가지는지도 파악할 수 있는 양방향성을 확보하고 있기에 블로그는 기존에 우리가 보아왔던 웹과는 차원이 다른 인간 관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반 구조로 자리잡고 있다. (jrogue군 생각: 블로그는 전화와 서신 대신에 개인적인 일상을 서로 보여주는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블로그가 출현하면서 아이러브스쿨과 프리챌 몰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극단적으로 상호 대화와 인간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블로그는 싸이월드이다(물론 이 사이트를 블로그로 부를 수 있는지 없는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편의상 광의의 블로그라고 생각해서 이 범주에 넣어보자). 어른이고 아이고, 학생이고 회사원이고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사이월드 도입부마다 "댓글 안달고 가면 죽어~"라는 문구를 달아놓은 사실에 주목하면, 이런 블로그가 무엇을 지향하고 얻으려고 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상호 대화 관점에서 바라본 블로그는 1번도 "사람", 2번도 "사람", 3번도 "사람"이다. 멍청한(?) 컴퓨터랑 상호 대화를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이렇게 사람을 위한 블로그에서는 블로그 내용이 기술적인 비평보다는 개인적인 일상생활로 흐르기 쉽다.
3. 몰개성, 정보 홍수에 자신의 발목을 붙잡힌 도배성 블로그
어디선가 읽은 내용이 순환에 순환을 반복해서 결국은 모든 블로그가 동일한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가? 신문/잡지 기사, 응용 프로그램 팁, 지식을 가장한 _상식_ 백과 사전, 유행가, 유머등을 급속히 퍼뜨리는 이면에 블로그가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놀랄 따름이다. PC 통신이나 BBS에서 찾아볼 수 없는 블로그 특유의 파급효과와, 복사와 전제가 자유로운 디지털 매체 특성에 힘입어 현대인의 몰개성화를 가속화하는 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jrogue군 생각: 이런 형식을 따르는 블로그가 열역학 제 2 법칙을 무시하면서 스스로를 정화하리라고 _절대_ 기대하지 말자)
극단적인 도배성 블로그는 N사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시스템이다(N사 블로그에 세들어 사는 모든 사용자가 도배성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일반화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훌륭한 블로그도 여기저기에 포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뛰어난 블로그 운영자라도 계속되는 유혹을 벗어나기는 정말 힘들 것이다). N사 블로그는 최첨단 퍼담기와 포털과 연동해서 움직이는 막강한 검색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도배성 블로그를 운영하기에 최적화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N사 블로그 입장에서는 사용자 편의를 위해 제공한 기능을 오용하는 사람들 잘못이지 회사 잘못은 아니라고 항변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당신이 한번 일방적으로 당하는 사람 입장에 서보라!
도배성 블로그는 1번도 "양", 2번도 "양", 3번도 "양"이다. 질이 아니라 양으로 승부를 걸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블로그 조회수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런식으로 블로그를 운용해서 과연 얻는 것은 무엇인가?
4.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블로그를 운영할 것인가?
결국 이는 개인에게 주어진 선택의 자유다. 아무리 맛있는 아이스크림이라도 밥을 대신할 수 없고, 밥을 먹더라도 간식 역시 챙겨먹기 마련이다. jrogue군이 생각하기에는 블로그의 대세는 1번과 2번을 결합한 방법으로 나갈 듯이 보인다. 좋은 내용에 좋은 사용자 피드백이라...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EO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