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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행 대한항공 일반실 좌석에도 최신 주문형 VOD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이 최신형 시스템의 명암에 대해서는 별도 블록으로 평가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문명의 혜택을 받아서 3만 피트 상공에서 커피 한 잔과 즐긴 시민 케인에 대해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천재(!)인 오슨 웰즈가 감독하고 주연을 맡은 '시민 케인'에 대한 이야기는 대학교 시절부터 너무나도 많이 들었기에 문화의 볼모지인 jrogue군 조차도 대단하고 놀라운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줄거리도 모르고, 감독도 모르고, 주연도 모르고, 만들어진 시기도 모르는 상황이라서 '유명하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백지 상태에서 영화를 감상했다고 보면 틀림이 없겠다.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jrogue군이 뭐라고 혼자 떠들어도 그냥 그려러니 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
우선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고색창연한 흑백 선전물을 보고서 언제 컬러로 넘어갈지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 뒤통수를 얻어맞았다(참고: 시민 케인은 흑백 영화다). 흑백 선전물에 나오는 (알고보니 케인의 미스테리를 추적하는 신문기자 톰슨의 목소리라고 한다)의 과장된 목소리를 들으면서 오늘 또 철저하게 낚였구나라고 배신감이 든 jrogue군... 하지만 꿋꿋하게 참고 진행 상황을 지켜보다가 또 다시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 이 영화는 시대를 잘못 고른 비운의 걸작이잖아?
영화 전체 줄거리는 언론 재벌이자 정치계에 입문하려고 노력했던 (자신을 전형적인 미국인이라고 여겼던) 케인을 신문기자 톰슨이 활약해서 주변 사람의 증언을 빌어 한꺼풀씩 벗겨나간다. 한 가지 사건을 각기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분석해 들어가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과는 달리, '시민 케인'은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듯이(두번째로 결혼한 미모의 여가수 수잔 알렉산더가 여러 번에 걸쳐 지그소 퍼즐을 맞춰나가는 장면은 너무나도 중의적이라서 jrogue군이 감탄하고 말았다) 점진적으로 시민 케인의 전반적인 모습을 그려나간다. 장미꽃 봉오리(로즈버드)(스포일러: 마지막에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만 이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된다)라는 마지막 비밀을 남겨둔채로. 로즈버드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함의를 품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다 보고 난 jrogue군도 아직 햇갈리고 있는 중이다. 약선전이나 중국집 메뉴판 소개에서 볼 수 있는 직설적인 방법으로 교훈이나 감동을 주려고 노력했던 유치 찬란한 동시대 영화를 넘어서 관객마다 해석을 다르게 하도록 내버려둔 감독의 고의성이 돋보인다고나 할까?
기술적인 측면에서 '시민 케인'을 보면 딥 포커스가 빠지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관객에게 해석을 떠 넘기기 위한 정교한 장치로, 특정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에 심도가 깊은 렌즈를 활용해서 피사체 모두가 선명하게 초점이 맞도록 화면을 구성함으로써 감독의 의도를 감춰버리는 효과를 거둔다. VOD 시스템의 LCD가 너무 작고 밝기와 색상도 균등하지 못하고 와이드 화면이 아니라서 빼어난 영상 미학을 즐기지 못해 답답함을 많이 느꼈는데, 만일 일반 영화관에서 대형 화면으로 '시민 케인'을 다시 볼 수 있다면 당장 뛰어가리라...
딥 포커스에 이어 시민 케인에서 볼 수 있는 한 가지 흥미로운 기술적인 사실은 특수 효과이다. 시민 케인에 나오는 세트에는 천장이 있다 --> 이걸 무슨 놈의 특수 효과라고 말한다고 버럭!하기 전에 설명을 잠깐 들으시라. 시민 케인 이전에는 천장이 뚫려있는 세트를 사용했다고 한다. 마이크를 이동하기도 쉽고 조명 문제도 없고 비용도 적게 드니까. 하지만 천장이 없기 때문에 카메라 각도가 제한되고 현실감이 떨어지는(저비용 고효율을 자랑하는 전통적인 TV 드라마를 보면 무슨 말인지 감이 올 것이다) 문제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 케인에서는 천으로 꾸며놓은 천장이 달린 세트를 만들어 카메라가 광각도로 천장을 비추는 만행(?)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기둥을 따라 수직으로 카메라를 급격하게 이동시키는 오페라 하우스 장면과 같은 당시로는 획기적인 특수 효과를 도입했던 것이다. 매트릭스 1편에 나오는 블릿타임만큼이나 충격적인 영상미학에 당시 사람들이 가슴을 쓸어내렸음이 분명하다.
여튼 영화 상영 시간 내내 사람을 푹 끌어들이는 이야기 전개와 이를 뒷받침하는 촬영 기술에 놀란 jrogue군은 왜 사람들이 이 영화를 두고 최고의 걸작(위대한 미국 영화 100선 중에 '시민 케인'이 1위를 차지했다. http://www.afi.com/tvevents/100years/movies.aspx)이라고 평가하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때리고 부수고 피흘리는 화면 대신에 치밀한 시나리오 전개, 탄탄한 연출력, 사람을 빨아들이는 연기력을 감상하고 싶다면 '시민 케인'을 꼭 보기 바란다.
시민 케인에 대한 좀더 자세한 정보는 http://en.wikipedia.org/wiki/Citizen_Kane를 보시라.
뱀다리)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대부(The Godfather Part I)를 한번 더 보려고 했는데, VOD 시스템 장애로 실패했다. T_T
E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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